저출산 장기화의 직격탄을 맞은 소아청소년과를 떠나려는 의사들의 움직임이 본격화됐다. 소아청소년과 전문의 800여 명이 만성질환·미용·통증 클리닉 등 다른 진료 과목으로 전환하기 위해 한 자리에 모였다.
12일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에 따르면 사전 등록한 소아과 전문의 719명을 비롯해 현장 등록한 의사 등 800여 명이 전날 서울 서초구의 한 호텔 2층에서 열린 ‘소아청소년과 탈출(No kids zone·노키즈존)을 위한 제1회 학술 대회’에 참석했다.
이날 학술대회에 참석한 소아과 의사들이 들은 강의는 내과, 가정의학과, 피부과 등이 주로 진료하는 질환에 대한 내용이었다. '성인 진료의 기본 중 기본, 1타 강사님이 족집게 강의하는 고지혈증의 핵심 정리', '진료실에서 바로 적용하는 보톡스 핵심 포인트', '폐 기능 검사 기계를 활용한 성인 천식의 진단과 치료의 실제', '당뇨의 진단과 관리', '비만 치료의 실전 적용', '섬세한 소아과 전문의들이 잘할 수 있는 하지정맥류 진단과 치료의 실제' 등이다.
임현택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장은 "소아과 의사들이 전환하고 싶어하는 진료 과목을 강의 내용으로 구성했다"면서 "현장에 강의를 들으려는 의사들이 몰리면서 좌석이 부족해 의자를 추가로 배치해야 할 정도였다"고 말했다.
의사회는 이런 강좌를 주기적으로 마련해 회원들이 적성에 맞는 분야를 찾을 수 있도록 지원할 예정이다. 분야별 강의를 마련하는 것도 검토 중이다.
'소아과 탈출 러시'는 국내에서 더 이상 아이들을 진료할 수 있는 환경이 아니라는 판단에서 비롯됐다. 저출산 흐름이 장기화하고 있는 가운데 소아과는 국내 의료수가 체계상 비급여 항목이 거의 없고, 환자가 어린이여서 진찰 외에 추가적으로 할 수 있는 처치와 시술이 거의 없다.
하지만 30년 동안 1인당 평균 진료비가 1만7000원가량(2021년 동네 병의원 기준 환자 1인당 평균 진료비 1만7611원)으로 사실상 제자리 걸음을 하고 있다. 진료비가 전체 15개 진료과 중 가장 낮아 압도적인 꼴찌일 뿐 아니라 10년 간 유일하게 수입이 감소(25%)한 진료과다. 최근 5년간(2017~2021년)전국에서 폐업한 소아과는 662곳에 달한다.
어린이는 성인에 비해 진료가 까다로워 의료 소송 리스크가 큰 것도 소아과 의사들이 소아과를 떠나게 만드는 주요한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자칫 채혈이나 진정 치료 중 사망 사고라도 발생하면 어린이는 기대여명(앞으로 살 수 있을 것이라 기대되는 기간)이 길어 손해배상금이 수억 원에 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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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공의들도 소아과의 미래가 어둡다고 느껴 지원을 기피하고 있다. 소청과 전공의 지원율 2019년 80%에서 올해 상반기 15.9%로 추락했다.
제공=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