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휴가철을 앞두고 소위 '옛날과자 7만원' 논란이 불거지면서 바가지 요금이 재조명받고 있다.
바가지 요금은 제주는 물론 관광지라면 어디든지 항상 제기돼온 문제다.
바가지 요금 논란의 역사는 관광의 역사만큼이나 오래됐다. 30년 전인 1993년 6월16일 동아일보는 '한번 찾은 관광객 다시 오지 않는다'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아직도 제주에 바가지 요금 등 악덕상혼이 자리잡고 있다"고 썼다.
이 당시만 해도 제주의 바가지 요금은 '팩트'였던 것으로 보인다.
매일경제의 1992년 8월7일 '제주관광협회, 담합 조장 바가지 요금 강요'라는 기사에는 "공정거래위원회가 관광협회 회원사들이 담합해 관광객들에게 값비싼 관광상품만 판매하도록 하는 등 불공정 행위를 밝혀내 시정명령을 내렸다"는 내용이 담겼다.
그렇다면 지금은 어떨까?
인터넷 기사 댓글이나 SNS 등에서는 제주에서 바가지 요금과 비싼 물가를 체험했다며 비판하는 글들을 쉽게 찾아볼수 있다. 실제 제주를 다녀간 관광객들 상당수가 높은 물가를 불만족 요인으로 꼽았다는 조사 결과는 매해 나온다.
제주관광공사의 '2022년 여름시즌 제주여행 계획/추적조사'에 따르면 제주도 여행 물가는 평균 3.0 이하의 평가를 받았다. 식대 불만족률이 47%로 가장 높고 여행자의 62.0%가 다른 관광지 대비 제주가 비싸다고 답했다. 62.2%는 물가가 제주도 재방문에 영향을 미친다고 답했다.
제주여행 관련 개선점을 묻는 질문에도 '비싼 물가'가 53.6%로 압도적 1위를 차지했다. 여기에 '음식값이 비쌈' 10.7%, '렌터카 비용 비쌈'10.7%, '숙박비가 비쌈' 8.3% 등을 감안하면 관광객 대부분이 여행 가격에 불만을 표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제주 관광업계는 물가가 비싸다는 것과 바가지 요금은 다르다며 해마다 반복되는 논란에 억울한 표정을 짓고 있다.
극히 일부에서 '바가지 요금'이 있을수는 있겠지만 과거 병폐 수준의 바가지는 상당 부분 개선됐다는 것이다.
오영훈 제주도지사도 올해 초 '시민들과의 대화'에서 바가지 요금 문제에 "관광 요금이 비싸다는데 호텔이 5성급인지 3성급인지, 음식이 비싸다면 관광객이 가는 식당이 비싼지, 제주도민이 가는 식당이 비싸다는 것인지 팩트가 없다"고 반박했다.
이처럼 관광객과 관광업계의 인식차는 결과적으로 바가지 요금 논란을 더 부추길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진실공방식 대응보다는 상품의 공급자격인 제주도와 업계가 사실관계를 밝혀 논란을 잠재워야 한다는 의견이 그래서 나온다.
제주의 정확한 관광물가를 관광객들에게 제공할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는 얘기다.
고선영 제주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지난 5월 제주도 제5차 경제산업정책회의에서 발표한 '데이터로 보는 제주관광의 동향과 이슈'에서 "제주-국내-해외 비교가능한 관광물가지수를 개발해 종합적이고 객관적인 물가 수준을 측정할 수 있다"고 제안했다.
고 연구원은 "관광객과 업계에 객관적인 물가 정보를 제공하고 세부 업종별로 물가를 모니터링해 정책 수립의 근거로 마련할 수 있다"고 했다.
때마침 바가지 요금과 관련된 조례가 도의회에서 발의됐다. 한동수 제주도의원(더불어민주당, 이도2동을)은 도내 관광 물가안정 및 미풍양속을 개선하기 위한 '제주특별자치도 공정관광 육성 및 지원 조례 일부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해당 조례에는 도내 관광지 물가 실태 조사 사업을 신설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또 공정관광 육성계획에 '물가안정'을 포함하고 공정관광위원회에서 바가지 요금 등 관광 관련 미풍양속을 다루는 법적 근거를 담았다.
한 의원은 "제주 관광 물가에 대한 일부 오해가 존재하는 상황에서 바가지 논란이 제주도에 파급되는 것을 빠른 시일 내로 차단할 필요가 있다"고 조례 발의 배경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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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조례는 7월 임시회에 상정될 전망이다.
제공=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