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기업들의 수익성 지표에 경고등이 켜졌다. 영업이익은 전년대비 3분의 1이 줄었지만, 이자비용은 같은 기간 3분의1이 늘었고, 이에 따라 기업의 부채상환능력을 나타내는 이자보상배율은 절반 수준으로 떨어졌다. 기업의 안정성, 활동성 지표도 코로나가 한창이었던 2020년, 2021년보다 악화된 것으로 조사됐다.
대한상공회의소는 한국평가데이터와 함께 1천612개 상장사(대기업 159개, 중견기업 774개, 중소기업 679개)의 지난해 말까지의 재무상황을 각각 ▲성장성 ▲수익성 ▲안정성 ▲활동성 등 4개 부문별로 구분해 분석해 발표했다.
이번 조사대상 상장기업들의 지난해 매출액은 전년대비 12.1% 증가하며 2021년에 이어 2년 연속 순성장을 기록했다. 다만 성장세는 분기를 거치며 둔화 양상을 보였다. 분기별로 구분한 매출액 추이를 보면 지난 2020년 2분기부터 6분기 연속 성장해오다가 2021년 4분기부터 정체하고 있다.
총자산은 전년말 대비 6.5%, 3분기말 대비 0.1% 증가했다. 반면 같은 기간 총부채는 전년말 대비 10.4%, 3분기말 대비 1.0% 늘어나 총자산의 증가폭을 앞질렀다.
영업이익증감률은 전년대비 –34.2%로 크게 후퇴했다. 이는 코로나 기간인 2020년과 2021년에 각각 22.7%와 60.8%의 성장을 보인 것과 대조된다. 기업규모별로 보면 대기업이 –44.1%, 중견기업이 9.2%, 중소기업이 –3.1%로, 대기업의 낙폭이 큰 것으로 나왔다.
영업이익이 줄어들면서 기업의 수익성을 나타내는 지표들도 동반하락했다. 매출액영업이익률은 4.5%로 전년대비 3.2%p 하락했고, 매출액당기순이익률은 3.6%로 전년대비 3.0%p 내려앉았다.
기업이 부담해야 할 이자비용은 전년대비 31.9% 증가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는 지난해 급격히 오른 금리 때문인 것으로 해석된다. 기업이 벌어들인 영업이익으로 이자를 갚을 수 있는 능력을 나타내는 이자보상배율은 전년대비(10.1배) 절반 수준인 5.1배로 나왔다.
기업의 안정성도 악화된 것으로 나왔다. 대상기업의 부채비율은 79.9%로 전년대비 4.8%p 상승했다. 기업규모별로 보면, 대기업은 전년대비 4.6%p 오른 77.5%를, 중견기업은 6.2%p 오른 96.2%를, 중소기업은 0.4%p 오른 44.5%를 각각 나타났다. 기업의 차입금의존도(19.2%)는 전년대비 0.5%p 올랐다.
기업의 총자본에서 부채를 제외한 자기자본의 비중을 나타내는 자기자본비율은 전년대비 1.5%p 떨어진 55.6%를 기록했다. 이는 최근 4년중 가장 낮은 수치다.
기업의 활동성을 측정하는 지표도 하락했다. 총자산에서 재고자산이 차지하는 비중은 최근 4년중 가장 높은 수준인 7.7%로 나타났다. 재고자산이 매출로 이어지는 속도를 나타내는 지표인 재고자산회전율도 10.6회로, 2019년 11.2회, 2020년 11.1회, 2021년 11.7회보다 크게 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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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고자산의 비중이 높고 재고자산회전율이 낮을수록 기업의 활동성이 약화된다는 것을 감안하면, 지난해 우리기업은 전국적으로 자가격리에 들어간 2020년, 2021년보다 더욱 위축됐다고 해석할 수 있다.
강석구 대한상의 조사본부장은 “영업이익은 크게 깎이고 기업의 부채부담만 눈덩이처럼 불어나 기업현장의 우려가 큰 상황”이라며 “기업활력 회복과 경기진작을 위한 선제적인 통화정책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