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K-예능 바람, 여기서 시작됐다

독립된 예능 편집실 관심…20분 분량 미드폼 등 콘텐츠 형식 다양화

방송/통신입력 :2023/06/08 16:52

서울 망원동 조용한 주택가엔 5층 짜리 벽돌 건물이 있다. 이 건물 2~4층엔 넷플릭스 예능 편집실이 자리잡고 있다. 

이 곳은 '피지컬 100', '솔로지옥2' 등 넷플릭스 인기 오리지널 예능 콘텐츠가 시작된 곳이다.

예능 편집실에서 가장 눈에 띄는 점은 1인 공간 위주로 구성됐다는 점이다. 덕분에 예능 편집실에서 일하는 PD들은 연차와 직급에 상관 없이 독립된 공간에서 일을 한다. 

하정수 넷플릭스 한국포스트프로덕션디렉터는 8일 기자 간담회에서 "더 나은 후반 작업이 뛰어난 이미지와 사운드를 만들고, 더 좋은 이야기를 만든다"고 예능 편집실을 만든 이유를 밝혔다.

하정수 넷플릭스 한국 포스트 프로덕션 디렉터가 예능 편집실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지디넷코리아)

후반 작업은 프로그램 촬영 뒤 이뤄지는 컷 편집, 색 보정, 음향 혼합, 더빙, 자막, 마케팅, 심의 등 전 과정을 이르는 말이다. 

하 디렉터는 "좋은 재료가 있어도 조리를 잘 못하면 말짱 도루묵인 것처럼 프로그램도 후반작업이 중요하다"며 "고생해서 찍은 촬영본을 편집하고, CG를 입히는 과정을 통해 좋은 작품을 만들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넷플릭스는 향후 4년간 한국 콘텐츠에 25억 달러(약 3조2천600억원)를 투자하겠다고 발표하며 한국 콘텐츠 경쟁력을 높이고 있다. 이런 계획의 일환으로 오리지널 예능 프로그램도 늘리는 중이다.

넷플릭스는 한국 예능 프로그램을 지난해 4편에서 올해 8편으로 확대한다. 올해는 '피지컬 100'을 흥행시키며 예능 장르도 연애, 서바이벌, 좀비물 등으로 넓혔다.

서울 망원동 넷플릭스 예능 편집실 (사진=지디넷코리아)

그 동안 한국 영화, 드라마는 넷플릭스를 통해 엄청난 인기를 끌었다. 하지만 예능은 상대적으로 흥행작이 적은 편이다. 문화마다 재미 요소가 다르기 때문이다. 

이에 관해 하 디렉터는 "예능 콘텐츠를 만들 때 글로벌 시장보다 한국에 집중하는 식으로 접근하고 있다"며 "사람의 감정은 보편적이 때문에 결국 한국에서 재미있는 것이 전 세계에서도 공감을 얻을 것이다"고 자신했다. 

넷플릭스는 최근 '성+인물:일본편'을 미드폼 형식으로 제작하며 새로운 시도를 하고 있다. 미드폼은 분량이 10~20분 정도로 짧은 형식이다.

이날 '성+인물'을 제작한 김인식 PD는 "제작 기간을 줄여 시청자 반응을 빨리 살피기 위해 미드폼 방식을 적용했다"고 설명했다.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는 회차별 제작해 방영하는 기존 방송사와 달리 프로그램을 미리 제작해 시청자 반응을 편집에 반영하기 힘든 점을 개선했다는 설명이다.

김 PD는 "넷플릭스는 보통 공개 1년 전에 사전 제작하기 때문에 시청자와 소통하기 어려웠는데, 미드폼 방식으로 시청자 피드백을 더 신경쓸 수 있게 됐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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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 디렉터는 마지막으로 "JTBC와 후반 작업 관련해 협업하며 한국 창작 생태계에서 시너지를 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넷플릭스는 콘텐츠를 만들 때 JTBC에서 후반 작업을 담당하는 '포스트 슈퍼바이저'와 긴밀히 소통한다. 이 외에 국내 창작자들과 정기적으로 만나 기술을 교류하고 있다. 지난달 말에는 성균관대에서 국내 창작자 600명과 프로덕션 기술을 나누는 자리를 마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