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의료] 박인숙 센터장 "韓바이오헬스 이끌 규제과학 인재 계속 길러내야"

하반기 첫 신진연구자 배출 어깨 무거워…센터는 연구자-정부 중간 역할

헬스케어입력 :2023/05/25 16:59    수정: 2023/05/30 10:37

정보통신 기술에 힘입어 보건의료 영역의 디지털 전환이 가속화되고 있다. 전 세계는 디지털 헬스케어(Digital Healthcare)를 통한 신종 감염병, 초고령화 시대, 지역 간 건강격차 해소 등 우리 앞에 놓인 적대적 환경을 극복하려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올해를 디지털 헬스케어 원년으로, 지디넷코리아는 ‘미래의료’ 연재를 통해 국내·외 디지털 헬스케어의 산업 동향과 가능성 및 역작용을 분석함으로써 가장 정확한 전망을 제시할 것이다. [편집자 주]

‘규제과학(regulatory science)’이 무엇인지 아느냐고 물어보면 대부분은 고개를 저을 것이다.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동안 TV와 방송을 통해 한번은 이 용어를 들어보았겠지만, 정확한 뜻까지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규제과학은 규제(정책)와 과학의 연계를 통해 보다 합리적인 규제 의사결정을 내리기 위한 지식이나 개념 및 도구 등을 만드는 과학을 말한다. 보건·환경·산업 등 분야에서 사용되고 있다. 규제 업무(Regulatory affairs)와는 구분된다. 이미 미국 식품의약국(FDA)과 유럽 의약품청(EMA) 등 규제기관들은 규제과학의 중요성을 일찌감치 인지하고 대규모 투자와 함께 관련 사업 수행 및 연구를 진행 중이다. 

지난해 4월 설립된 재단법인 한국규제과학센터는 바로 이 규제과학 관련 사업을 수행하는 곳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2021년 4월 규제과학연구지원센터를 설치한데 이어 그해 말 한국규제과학센터 설립추진위원회를 발족, 센터 설립을 추진했다.

박인숙 한국규제과학센터장 (사진=김양균 기자)

지난 24일 오전 서울 중구에 위치한 한국규제과학센터에서 박인숙 센터장을 만났다. 박 센터장은 식약처에서 바이오생약심사부장 및 식약처 R&D를 총괄하는 등 30여년간 재직했다. 박 센터장은 규제과학에 대한 밑그림을 그려왔다면서 “센터에 애착이 크다”고 말했다.

현재 센터에는 박 센터장을 포함해 12명의 인력이 규제과학 인재양성사업 등을 운영하고 있었다. 사무실에 걸려있는 달력에는 스케줄이 빼곡했다. 박 센터장은 규제과학이 규제완화나 규제 간소화가 아니라는 점을 강조했다.

“과학의 발달로 정부가 선도적으로 관련 규제를 만드는 것은 어려운 일이 됐습니다. 심사 평가 방법까지도 새롭게 만들어나가야 하기 때문에 아예 제품 개발부터 규제를 만들어야 합니다. 이를 염두에 두고 데이터와 시험방법을 만들어 나가는 것이 바로 규제과학이죠.”

연내 첫 인재양성 성과 기대 커

Q. 센터의 역할이 커지고 있는데.

“콘텐츠가 다양해지고 규모도 커지면 좋겠지만 동시에 충족하기란 쉽지 않다. 규제과학센터의 역할이 명확해지는 게 관건이다. 이를 위해 무엇보다 인재양성이 우선이다. 대학을 통해 신진 연구자를 키워내는 것에서 시작해 산업계 인력을 양성코자 민간 규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규제기관의 내부 심사자들 역량 강화도 진행할 예정이다.”

Q. 연구자와 식약처 사이의 소통은 왜 이렇게 어렵나.

“신기술을 통한 신제품 출시라는 목표를 이루려면 제품화를 위해 규제기관의 문턱을 넘어야한다. 이 과정에서 어려움이 발생하게 된다. 연구자는 연구개발 단계에서 식약처와의 소통방법에 부담을 느끼는 경우가 종종 있다.

식약처는 ‘기술규제 정합성’을 추진하려고 한다. 기술 개발 단계부터 규제와 결부지어 살펴보겠다는 것이다. 그러려면 산업계-정부-연구기관과의 매칭이 필요하다. 센터는 첨단바이오의약품에 대한 범부처재생의료기술사업단과 MOU를 체결하고 함께 기술개발 단계부터 연구자들에게 규제에 대한 컨설팅을 진행하고 있다.

‘연구자 교육’은 매우 중요하다. 맞춤형 연구자 교육을 고려하고 있는데, 그들이 관심 있는 분야를 집중할 생각이다. 이 과정에서 관련 외부 전문가 및 기관을 활용할 예정이다. 물론 센터가 정책 지원을 하겠지만 모든 전문가를 센터 내로 품기보다 외부와의 협업이 장점을 갖는다. 이러한 전문가풀은 연구개발(R&D)을 외부의 시각으로 바라볼 수 있게 해주기 때문이다.”

사진=김양균 기자

Q. 결국 식약처와 연구자 사이의 조율이 더 크게 요구될 텐데.

“만족스럽고 우아한 고품질의 상담을 해주고 싶다(웃음). 규제과학 인력양성 사업을 수행 중인 대학의 과제책임자들도 식약처와의 소통에 어려워하더라. 센터는 양쪽의 입장을 다 수용할 수 있다. 연구자들의 요구가 왜 식약처에서는 진행이 안 되는지, 왜 소통이 원활하지 않는지를 파악해 우리가 중간에서 원활하도록 개선하고 있다. 결국 조율의 역할이 우리에게 주요하게 요구되는 부분이다.”

규제과학 인재양성사업은 규제과학 분야 연구 및 교과과정을 운영해 바이오헬스 제품 평가기술 개발 역량을 갖춘 석·박사급 규제과학 전문 인력을 양성하는 사업이다. 현재 총 8곳의 대학이 참여 중이다.

분야별 참여 대학들은 의약품 분야가 ▲경희대 규제과학과 ▲성균관대 바이오헬스규제과학과 ▲아주대 바이오헬스규제과학과 ▲중앙대 규제약학과 등이다. 식품 분야는 ▲고려대 식품규제과학과 ▲중앙대 식품안전규제과학과 등이다. 의료기기는 동국대 의료기기규제과학과가, 규제정책은 동국대 식품·의료제품 규제정책학과가 참여 중이다.

1기 사업은 오는 2025년 끝난다. 올해 하반기 첫 석사생들이 졸업을 앞두고 있다. 센터는 규제과학 인재양성사업이 중단 없이 이어지도록 수료 인재들의 취업 등 성과를 도출한다는 계획이다.

Q. 규제과학 인재들을 위한 각종 매칭 프로그램이 있는지.

“공공기관·연구소·식약처 등지에서의 인턴십 프로그램이 마련돼 있다. 식약처에서 일 년에 두 번 ‘식약 인재 글로벌 아카데미’를 진행 중이다. 산업체와의 매칭 프로그램도 오는 8월 첫 번째 석사 졸업생들이 배출되는 만큼 추진을 준비 중이다.”

Q. 해외와 비교해 우리나라의 규제과학은 어느 정도의 수준인가.

“미국 식품의약국(FDA)에서는 2006년부터 심사자들의 역량 부족 문제가 대두되며 규제과학이란 용어를 사용하기 시작했고, 유럽연합은 2010년부터 사용됐다. 우리나라도 2014년 이전부터 규제과학이란 용어가 사용되기 시작해 2019년부터 정부부처에서 ‘규제과학’이란 용어가 본격적으로 쓰였다.

우리는 다소 늦게 도입한 것은 사실이지만 그 과정에서 아무것도 안했다고 볼 수는 없다. 식약처 식의약안전기술이나 심사자 교육 등의 관련 시도가 지속적으로 이뤄져 왔기 때문이다. 용어의 정의 사용에서는 다소 늦었지만 규제 패러다임은 결코 뒤처지지 않았다고 본다.”

사진=김양균 기자

Q. 2019년부터 본격적으로 규제과학 추진에 속도를 냈다면, 현재 어디까지 온 건가.

“지난달 ‘규제과학혁신법’이 국회 법안소위를 통과했다. 연구개발·인재양성·제품화지원이 여기에 포함됐다. 이 세 가지 부분들이 규제과학이 나아가야 하는 방향이고, 센터의 역할이기도 하다. 규제과학 신진 연구자를 양성하려는 이유도 결국 이들이 주체가 되어 규제과학 연구를 해야하기 때문이다. R&D와 인재양성 모두 필요하다. 식약처도 이 고민을 하고 있을 것이다.”

Q. 센터와 글로벌 간 협력은.

“메릴랜드 대학과 업무협약(MOU)을 체결했고, 캘리포니아대학교 샌프란시스코 캠퍼스(UCSF)와는 MOU 체결이 막바지까지 진행됐다. 상호 정보교류는 물론 해당 대학들이 수행하는 미국 FDA의 프로젝트에 우리나라 인재양성사업 참여 학생들이 참여토록 기회를 제공할 예정이다.”

관련기사

Q. 하반기 역점을 두고 추진하는 사업은.

“첫 석사 졸업생들의 향후 진로에 신경을 쓰고 있다. 식품 규제과학도 자리매김할 예정이다. ‘푸드테크’에 대해 하반기에 집중적으로 추진하려고 한다. 규제 포럼도 더 진행하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