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통법 존폐 논란 속 100만원 보조금 '휴대폰 대란'

지난주 이동통신사가 공시지원금을 100만원 넘게 지급한 이른바 '휴대폰 대란'이 지나간 뒤 일부 판매점에서는 보조금을 대폭 확대한 판매가 이어지고 있다.

단말기 유통법(단통법)에 따른 보조금보다 수십만원을 더 지원한 판매로 소비자간 불균형을 야기하고, 시장 경쟁을 교란한다는 지적이 따른다. 최근 이어진 단통법 개정 논의에 영향을 줄 것이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23일 인터넷 커뮤니티와 포털 카페에는 삼성전자 갤럭시S23, 갤럭시플립4 시리즈를 0원에서 30만원대에 판매한다는 게시글이 올라왔다. 갤럭시S22 시리즈는 단말기 가격 0원은 물론 이른바 '차비'로 5만원 정도 현금을 얹어주겠다는 판매자도 있다.

어떻게 갤S23은 공짜폰이 됐나

갤럭시S23 기본형의 출고가는 115만5천원, 법적 기준에 따른 공시 지원금은 최대 약 17만 3천원이다. 해당 모델을 0원에서 30만원대에 판매하면 약 80~90만원 정도가 불법 보조금인 셈이다.

이 때문에 인터넷에서는 게시글에 단말기 모델별 기기변경, 번호이동에 따른 시세표와 함께 상담 창구로 카카오톡 오픈 채팅방 링크를 올려둔다.

오픈 채팅방에 들어가면 소비자가 주민번호 뒷 자리를 가린 신분증 사진, 회사 명함, 건강보험 자격 득실 확인서 등을 인증해야 해당 가격대로 구매할 수 있는 오프라인 매장 위치를 알려준다. 시세표 이미지 공유, 가격 언급은 금지된다. 판매자 정보도 알 수 없다.

이러한 보조금 확대 판매는 지난 8일부터 시작돼 18일 정점을 찍었다. 인터넷에는 '갤럭시S23, 아이폰14 대란 후기'라며 보조금을 대폭 지원 받은 구매 인증 글이 올라왔다. 갤럭시S23 기본형의 경우 '차비' 15만원을 받았고, 아이폰14 기본형은 30만원대에 구매했다는 내용이다.

MNP 건수 보니...과거 대란 수준

실제 이 기간 이동통신 시장의 번호이동(MNP) 건수가 급증했다.

지난 1분기 하루 평균 평균 MNP 건수는 1만3천477건이다. 반면 지난 8일부터 2주 간 2만건 안팎으로 치솟았다. 지난 13일과 16일을 제외하고 모두 계속 2만 건 이상을 유지하다가 정부의 모니터링이 강화되면서 19일에 1만4천건으로 떨어졌다.

과거 전기통신사업법의 보조금 규제에서 하루 평균 MNP 2만4천건 이상을 과열로 보는 가이드라인을 적용했다. 당시에는 이동통신 서비스 신규 가입 유형 가운데 신규가입과 기기변경 건수가 적었지만, 단통법 시행 이후 신규가입과 기변 유형이 늘어나면서 MNP는 사실상 반토막이 났다.

이를 고려하면 지난 이달 벌어진 과열 경쟁은 과거 대란으로 불리던 수준에 근접했다는 평가다. 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최근 보조금 지급 수준은 단통법 시행 직후의 아이폰6 대란이나 5G 상용화 직후의 가입자 유치 경쟁 수준에 버금간다"고 말했다.

이러한 불법 보조금 판매에 관해 방송통신위원회는 "이동통신사 임원들을 따로 불러 보조금 정책을 일관되게 유지하라고 얘기해 지난 주말 이른바 '성지 판매'가 좀 수그러들었다"며 "이통사가 일부 지역에 한해 지원금을 많이 지급하면 이용자 차별 우려가 있어 지속해서 모니터링하는 중"이라고 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