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의 내연녀가 운영하는 가게 앞에서 '불륜을 하지 맙시다'라는 내용이 적힌 피켓을 들고 1인 시위를 벌인 40대 여성이 무죄를 선고받았다.
부산지법 서부지원 형사1부(이진재 부장판사)는 상해, 통신비밀보호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A씨에 대한 선고를 유예한다고 23일 밝혔다. 또 A씨에게 적용된 명예훼손 및 업무방해 혐의에 대해선 무죄가 내려졌다.
판결문에 따르면 A씨는 2021년 10월19일 경남에 있는 남편 C씨의 내연녀 B씨의 가게에서 B씨에게 남편과의 불륜 사실을 인정하는 각서를 요구했다.
이때 A씨의 지인이 증거로 남기기 위해 휴대전화로 영상을 촬영했는데, B씨가 휴대전화를 빼앗으려고 하자 A씨는 폭행으로 전치 2주의 상해를 입혔다.
닷새 후인 24일에는 오전 10시부터 4시간 동안 가게 앞에서 '불륜을 하지 맙시다' 내용이 적힌 피켓을 들고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A씨는 또 불륜 사실을 밝혀내기 위해 B씨와 C씨 간의 대화를 녹음하기 위해 사무실에 소형 녹음기를 몰래 설치하기도 했다. A씨는 이 녹음본을 B씨와 다투고 있는 손해배상청구소송에 증거자료로 제출했다.
검찰은 A씨의 피켓 시위로 B씨의 명예훼손이 발생했다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A씨의 피켓에 B씨가 불륜을 저질렀다는 내용이 담겨 있지 않는 등의 이유로 명예훼손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다만 상해와 불법 녹음과 관련해선 유죄로 봤다.
재판부는 "B씨의 가게가 있는 건물에 B씨뿐만 아니라 다수의 사람이 상주하고 있는 점 등을 고려하면, 피켓 시위로 명예의 주체가 특정됐거나 B씨의 사회적 가치나 평가를 저하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이어 "피고인은 가게에서 다소 떨어진 노상에 피켓을 들고 앉아 있었을 뿐 출입객들의 통행을 방해하는 행동을 하지 않았다"며 "소음을 일으키지 않았던 것을 고려하면 1인 시위를 벌인 것만으로 가게 운영을 방해하는 데 위력이 행사됐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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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피고인은 B씨에게 상해를 가했고 위법하게 녹음한 내용을 소송의 증거자료로 제출한 점에서 죄책이 가볍지 않다"며 "남편 C씨와 B씨 사이의 부정행위 사실을 항의하던 과정에서 범행에 이르게 된 점을 참작해 형을 정했다"고 말했다.
제공=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