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솥, 구석진 곳에서 꺼내고 싶었어요"

[인터뷰] 첫 iF어워드 본상 수상한 쿠첸 디자인팀

홈&모바일입력 :2023/05/23 11:22    수정: 2023/07/18 18:00

국내 가전 업체들이 올해 세계적인 디자인 공모전인 'iF 디자인 어워드 2023'에서 활약한 가운데 국내 밥솥 전문 기업이 최초로 본상을 수상해 눈길을 모았다.

주방가전기업 쿠첸은 이번 공모전에서 6인용 '트리플 밥솥', 3인용 '121 ME' 밥솥으로 주방가전 카테고리 본상을 받았다. 지디넷코리아는 제품 디자인을 담당한 실무진을 만나 이번 디자인 전략과 수상 소감을 들어봤다.

인터뷰는 디자인을 총괄한 김영기 쿠첸 디자인팀장, 121 ME 밥솥 디자인을 담당한 구자림 과장, 트리플 밥솥을 디자인한 최희승 주임이 참여했다.

쿠첸 디자인팀. 왼쪽부터 구자림 과장, 김영기 팀장, 최희승 주임 (사진=쿠첸)

■ "높은 수준의 디자인과 사용자 경험 제공 인정받아 영광"

쿠첸 디자인팀은 다양한 분야 디자이너로 구성됐다. 각자 전문 분야에서 제품 디자인과 사용자 경험을 개선하는 업무를 맡고 있다. 특히 제품 디자이너는 고객 수요와 트렌드를 파악해 아이디어를 제시하고, 이를 구체화해 제품 디자인을 완성하는 역할을 담당한다고 김영기 팀장은 소개했다.

구자림 과장은 양산 밥솥 제품 신규 디자인 개발을 주로 담당해왔다. 2020년 '121 밥솥' (6, 10인용) 디자인에 참여한 이력이 있다. 최희승 주임은 이번 수상이 특히 뜻 깊다. 처음 참여한 디자인이 좋은 성과를 냈다. 최 주임은 신규 밥솥 디자인과 선행 디자인, 전기레인지, 소싱 상품 등을 담당하고 있다.

디자인팀은 고객과 동료에게 감사하다고 입을 모았다.

김 팀장은 "이번 수상은 쿠첸 제품과 브랜드가 고객들에게 신뢰받고 있다는 것을 증명하는 결과"라며 "높은 수준의 디자인과 사용자 경험을 제공했다는 점을 인정받아 영광스럽다"라고 말했다.

구 과장은 "이번 수상에서 제품 형태뿐만 아니라 차별성·기능성 등 종합 평가에서 우수한 평가를 받은 덕에 유의미한 성과가 되었다"며 "직접 디자인한 밥솥이 수상해 특별히 애정이 간다"라고 전했다.

최 주임은 "처음 담당한 디자인이 좋은 성과를 내서 기쁘다"며 "양산 디자인을 진행하며 많은 시행착오도 있었지만, 선배들과 타 부서 도움으로 잘 마무리할 수 있었다"라고 회고했다.

쿠첸 '121 ME' 밥솥 (사진=쿠첸)

■ 쿠첸 121 ME 밥솥, '미니멀과 본질'에 집중

디자인팀은 쿠첸 디자인 전략이 계속 발전한다고 소개했다. 최근에도 몇 가지 변화가 있었다. 지금은 ▲조형의 혁신성과 창의성 ▲UX·UI의 사용자 중심 디자인 ▲지속 가능한 CMF(색상, 소재, 마감) 디자인, 3가지 전략에 주안점을 두고 있다는 설명이다.

디자인팀에 따르면 쿠첸은 먼저 제품 개발 과정에서 혁신을 중시하고 있다. 고객 요구와 산업 트렌드에 따라 새로운 아이디어를 제시하고 제품을 혁신적으로 디자인해, 선도적인 제품을 선보인다는 방침이다.

쿠첸은 또한 사용자 편의성과 만족도를 우선으로 생각했다. 특히 이번에 수상한 두 제품은 밥솥 주요 기능을 기기 상부에서 작동할 수 있도록 설계해 편의성을 높였다. 쿠첸은 또한 제품 생명 주기를 고려한 디자인으로 환경 부담을 줄이고 지속 가능한 비즈니스 모델을 추구하고 있다.

쿠첸 121 ME 밥솥은 '미니멀과 본질'에 집중했다고 구자림 과장은 설명했다. 구 과장은 빠르게 변화하는 가전 트렌드 속에서 오래 질리지 않고 사용할 수 있는 디자인을 지향했다. 결과적으로 불필요한 요소를 덜어내 간결하고 정교한 외관 디자인을 구현했다.

트리플 밥솥은 공간과 함께 조화롭게 어우러지며 아름답게 자리 잡는 디자인을 추구했다고 최희승 주임은 밝혔다. 기존 밥솥은 주로 밥솥장이나 구석진 곳에 두고 사용해왔다. 최 주임은 '오브제 디자인'을 적용해 밥솥을 내놓고 싶은 공간으로 꺼내고자 했다. 이를 위해 형태적 완성도를 높이고, 히든 디스플레이스로 조작부를 감췄다. 복잡해 보이는 밥솥 이미지를 탈피하려는 시도다.

쿠첸 '트리플' 밥솥 (사진=쿠첸)

■ "샘플 소재로 써본 것만 500~600개 넘어"

디자인팀은 이번 디자인 과정 주요 콘셉트인 히든 디스플레이 구현에 어려움이 있었다고 꼽았다. 히든 디스플레이는 사용자 인터페이스를 외관에서 자연스럽게 숨기는 기능이다.

디자인팀은 "제품 상단부는 특히 조명을 직접 받는 부분이기 때문에 난반사가 심하다"며 "정면에서 보는 것과 시인성 차이가 많이 나기 때문에 상단부에 LCD 디스플레이를 히든으로 처리한 사례가 무척 드물다"라고 설명했다.

쿠첸 트리플 밥솥에 적용한 히든 디스플레이는 기능적 측면에서 시인성을 확보함과 동시에 심미적 측면에서 제품 색상·소재를 통일해야 한다. 디자인팀은 이 과정에서 도료 업체와 양산처를 수차례 왕래하고 샘플을 검수해야 했다.

쿠첸에서 최초로 시도하는 방식인 만큼 소재와 도료, 디스플레이 등 부분을 동시에 신규 개발하는 과정을 거쳤다. 결과적으로 개발 테스트 과정에서 한 업체 당 20~30번씩 방문하고, 샘플 소재로 써본 것이 500~600개가 넘었다.

오브제 가전으로서 조형적 완성도를 높이는 작업도 쉽지 않은 과정이었다. 공간과 조화를 이루면서도 오브제로서 존재하도록 안정감 있는 형태를 유지했다. 디테일한 라인을 수정하는 작업을 지속적으로 거쳐 완성도 높은 조형감을 이끌어낼 수 있었다는 설명이다.

압력밥솥이라는 제품 특징도 디자인에는 제한 요소가 됐다. 뚜껑 두께를 일정 두께 이상으로 구성해야 하는 한계가 있기 때문에 제품 연구소와 수많은 협업이 필요했다.

디자인팀은 "담당 디자이너의 집요함이 제품 품질을 결정 짓는다는 생각에, 마지막까지 책임감을 갖고 임했다"며 "짧은 기간에 많은 테스트와 개발을 거칠 수 있도록 지원한 협력 부서와 업체들에 감사하다"라고 전했다.

쿠첸 트리플 밥솥 상단부에 적용된 히든 디스플레이. 사용하지 않을 때는 조작부 버튼이 감춰진다. (사진=지디넷코리아)

■ "사용자 경험 향상, 시각적 매력 있어야"

"밥솥에서 디자인은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해요. 사용자 경험과 제품 기능성을 개선하고, 제품의 시각적인 매력과 브랜드 가치를 전달하는 데에 큰 영향을 줍니다."

쿠첸 디자인팀은 밥솥 디자인의 두 가지 측면을 강조했다. 사용 편의성 측면과 인테리어 요소다.

사용자는 밥솥을 사용할 때 간편하고 편리한 경험을 원한다. 좋은 디자인은 직관적인 인터페이스와 사용자 친화적인 기능을 제공하여 사용자 경험을 개선할 수 있다. 또한 인테리어 요소로서 시각적인 매력을 가져야 한다. 제품 형태와 색상은 공간 분위기에 큰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쿠첸 디자인팀은 "좋은 밥솥 디자인이란 기능과 사용자 경험을 향상시키며, 제품의 시각적 매력과 브랜드 가치를 전달한다"며 "이를 통해 사용자들이 만족하고 신뢰할 수 있는 제품을 제공하는 것이 가능해진다"라고 말했다.

디자인팀은 이번 수상이 팀원들 자부심과 동기 부여에 큰 역할을 한다고 말했다. 새로운 변화에 대한 기대도 많다. 수상으로 브랜드 인지도를 높이고, 신규 비즈니스 기회를 잡을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디자인팀은 포상에 대한 기대감도 조심스레 드러냈다.

"성과급이 나오면 신규 디자인 업무에 있어 좋은 동기부여가 될 것 같아요. 수상작 디자인을 위해 고생한 팀원들을 위해 개인의 성과가 아닌 팀의 성과로 보상 받는다면 더 뜻 깊겠습니다."

쿠첸 '121 밥솥' (사진=쿠첸)

김영기 팀장은 스마트허브를 디자인하고 쿠첸 사업을 확장하고 싶어 했다.

김 팀장은 "다양한 스마트 기기를 연결하고 관리하는 중앙 허브 역할을 하는 스마트 홈 디바이스인 '스마트허브'를 디자인해보고 싶다"며 "스마트허브를 통해 종합 주방 가전을 이끌고 사업을 확장하는 것을 목표로 두고 있다"라고 전했다.

최희승 주임은 음향기기를 디자인 해보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최 주임은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디자이너가 뱅앤올룹슨의 데이비드 루이스"라며 "음향기기는 알루미늄이나 우드 등 다양한 소재를 사용할 수 있기 때문에 해보고 싶은 디자인으로 꼽았다"라고 전했다.

■ "나만의 스타일·아이덴더티 만들고 싶어"

김영기 팀장은 "나만의 독특한 스타일과 아이덴티티를 구축하고, 사람들에게 영감을 주고 인정받을 수 있는 디자인을 선보이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

김 팀장은 이어 "디자인으로 사회적으로 긍정적인 변화를 주고, 디자이너로서 자기실현을 추구하고 싶다"며 "디자인과 기술을 융합하여 혁신적인 제품과 개발에도 도전하고 싶다"라고 덧붙였다.

구자림 과장은 "밥솥·쿠커 제품군에서 차세대 '뉴 플랫폼'을 개발하고 싶다"며 "기술과 공간 트렌드에 맞춰 사용자 중심 제품을 만들어 나가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최희승 주임은 "내 디자인이 시장 트렌드를 주도하고 소비자들에게 새로운 경험을 안겨줄 때 디자이너로서 가장 보람을 느낀다"며 "사람들의 기억에 오래도록 남는 제품을 디자인하고 싶다"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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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방의 풍경이 많이 바뀌었다. 둔하고 거칠던 조리기구 이미지는 섬세하고 감각적으로 변했다. 세계적인 디자인상 수상 이면에는 ‘밥솥이 왜 예뻐야 하는가’에 대한 끊임없는 질문을 던진 이들의 노력이 뒤따랐다.

쿠첸 디자인팀은 이제 새로운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이번 수상을 발판 삼아 새로운 꿈을 현실로 만드는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