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안 빌려준 아버지 탓"...아들의 비뚤어진 분노

흉기로 수차례 찌른 후 "다 운명" 부친 비난…징역 18년

생활입력 :2023/05/20 09:36

온라인이슈팀

자수성가한 아버지, 아버지에게 의존만하는 아들. 아버지가 아들을 이해하지 못한 건 어찌보면 당연했다. 하지만 아들은 돈을 주지 않는 아버지에게 분노만을 키웠고 이는 돌이킬 수 없는 반인륜 범죄로 이어진다.

그래픽=뉴스1

A씨는 2006년쯤 아버지 B씨(75)로부터 빌린 1억3000만원으로 헬스장을 개업해 10년가량 운영했다. 이후 골프 프로 데뷔를 준비했지만, 뜻대로 되지 않았고 가진 돈을 모두 탕진하게 된다. 결국 B씨에게 또다시 금전적인 도움을 요청했지만 "생활 태도나 가치관에 검소함이나 성실함이 없다"며 잔소리만을 들었다. 이에 2021년부터는 B씨와 연락을 끊고 지냈다.

2022년 11월쯤 형편이 더 어려워진 A씨는 자동차 안에서 극단적 선택까지 시도했지만 실패했다. A씨는 당시 빚이 1억원에 이르렀는데 이것이 B씨의 무책임 때문이라는 생각을 품고 있었다. 심지어 10여년 전 극단적 선택을 한 큰형에 대한 책임도 B씨에게 있다며 분노를 애꿎은 곳으로 돌렸다.

A씨는 며칠 후 '마지막으로 도와 달라고 부탁해 보고 안되면 같이 죽겠다'는 생각으로 B씨에게 연락했고, 다시 거절당했다. 이에 미리 구입한 흉기를 들고 B씨가 평소 채소 등을 키우는 농원으로 향한다. 차 안에서 기다린 지 몇분 후 농원 건물 안으로 들어가는 B씨를 발견한 A씨는 쫓아가 주저 없이 흉기를 휘둘렀다. 아들의 흉기에 수차례 찔린 B씨는 급성호흡부전으로 그 자리에서 사망했다.

A씨는 B씨가 숨을 헐떡거리고 있음에도 구호 조치 없이 범행 장소에 설치된 폐쇄회로(CC)TV의 영상저장장치를 떼어낸 후 현장을 벗어났다. 이후 붙잡힌 A씨는 B씨가 무책임하다고 비난하면서 "피해자를 충분히 죽일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다 운명이다"라는 취지로 말하기까지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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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심 재판부는 존속살해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A씨에게 징역 18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이 사건 범행 전후의 사정과 범행에 사용된 도구 및 공격 횟수와 방식, 범행 대상, 피고인의 태도 등에 비춰 이 사건 범행의 죄질 매우 좋지 않고, 범정 또한 매우 무겁다"면서도 "유족인 동생들과 피고인의 전처 및 배우자, 지인들 선처를 바라는 점을 고려했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제공=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