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랜서 칼럼] 뇌 회로를 뚫어주자-독서와 글쓰기의 시작

전문가 칼럼입력 :2023/05/11 18:37

김익한 아이캔유튜브대학 학장· 명지대 명예교수

 누구나 뭐든 잘 하고 싶어 한다. 우리 모두의 당연하고도 자연스러운 바람이다. 독서도 잘 하고 싶고 글도 잘 쓰고 싶다. 매사에 유능하고 싶고 돈 벌이도 잘하고 싶다. 그런데 자세히 들여다보면 이 바람에는 두 가지 종류가 있다. 하나는 남보다 더 잘 하고 싶은 바람이고 다른 하나는 지금의 나 보다 조금은 더 잘 하고 싶다는 바람이다. 전자가 비교의식에 의해 생긴 왜곡된 욕구라면, 후자는 본능적 욕구에 가깝다. 왜곡된 욕구는 몸에 힘이 들어가게 해서 결과를 낭패로 만들기 일쑤다. 하지만 조금 더 잘 하고 싶다는 본능적 욕구는 우리를 성장시키는 기본 동력이다.

몸에 힘이 빠져야 운동을 잘 할 수 있다. 축구, 야구, 테니스, 골프, 심지어는 맨손체조까지 모두 몸에서 힘을 빼야 능숙하게 즐기며 할 수 있다. 전체적으로, 몸에 힘을 빼고 어떤 포인트가 되는 순간에만 살짝 강조점을 찍어 준다는 느낌으로 힘을 주면 대부분의 운동은 잘 할 수 있다. 축구를 할 때 온 몸에 힘을 주고 공만 쫓아다니면 흐름을 읽는데 실패하고 또 킥을 해도 공을 발에 정확히 맞출 수 없다.

테니스를 칠 때도 공이 라켓에 맞는 순간 공을 정확하게 응시하며 10센티 정도 밀어 칠 때 힘을 줘야 백스윙이나 다운스윙 때 힘을 주면 유능한 플레이어가 될 수 없다. 문제는 힘을 빼는 것이 쉽지 않다는 데 있다. 무엇이든 몸에 힘을 빼려면 부단한 반복 훈련이 전제되어야 한다. 수영할 때 몸에 힘을 빼려면 반년 이상은 거의 매일 수영장에 다녀야 한다. 그 반복의 과정을 거쳐 몸에 힘이 빠지면 몸 전체가 물 위로 떠오르면서 발차기와 팔 젓기를 조금만 해도 쭉쭉 앞으로 나간다.

골프도 힘을 빼려면 적지 않은 돈을 필드에 뿌려야 한다. 승부욕에 불타 정신과 육체 모두 경직되어 있으면 그날 게임은 망치고 만다. 이 경험을 반복해서 즐기듯 골프를 쳐야 드라이브 샷도 멀리 정확하게 칠 수 있고, 퍼팅도 생각한 대로 굴릴 수 있다.

매사가 그렇다. 회사에서 하는 일도 몸에 힘을 빼고 멀리 볼 줄 알아야 한다. 그래야 전략 포인트를 짚을 수 있고, 많은 시간을 들이지 않아도 높은 평가를 받을 결과도 낼 수 있다. 사람과의 관계 역시 힘을 빼고 자연스러워져야 서로의 마음을 읽는 공감의 관계학을 실천할 수 있다. 하지만 이런 것들 역시 내면의 자연스러움이 발현될 수 있도록 평소에 자기 수련을 반복해야 도달할 수 있는 경지다.

독서와 글쓰기는 더더욱 그렇다. 독서를 하고는 싶은데 시작조차 못하는 이유는 책만 손에 들면 공부하듯 각 잡고 읽으려고 몸과 머리에 힘을 주기 때문이다. 그냥 TV보듯 편한 마음으로 책을 볼 수만 있다면 독서는 그냥 즐거운 일상의 하나가 될 수 있다. 글을 쓸 때는 더 힘을 주기 마련이다. 잘 쓰고 싶은 욕구를 내려놓지 않으면 자신이 쓴 문장이 항상 마음에 들지 않는다. 두세 문장 쓰고 다시 첫 문장으로 돌아가 고치기를 반복하는 한 편안한 글쓰기를 이어갈 수 없다. 실패가 반복되면 아예 글감이 떠오르지 않게 되고 글감이 있다 하더라도 선뜻 글쓰기를 시작하지 못하게 된다. 마음속을 있는 그대로 종이 위에 올려놓는 편안하고 자연스런 글쓰기를 하려면 결국 힘 빼기가 가장 중요하다.

독서와 글쓰기에도 전용 뇌 회로가 있다고 생각해보기 바란다. 눈동자를 좌우로 움직이며 단어들을 흡수하면 눈 운동의 속도에 맞춰 뇌가 인식을 쭉쭉 같이 해준다. 이렇게 눈의 움직임과 같은 속도로 뇌가 움직여줘야 편안하고 자연스럽게 책을 읽을 수 있다. 눈동자로 들어오는 단어들을 편안하게 인식하는 독서 전용 뇌 회로를 뚫어주지 않으면 자연스런 독서는 불가능하다. 수영 연습을 하듯 눈 운동과 뇌 운동의 싱크로를 맞춰주는 연습을 충분히 하면 (2개월간 매일 10분씩 연습할 것을 권한다) 수영할 때 몸에 힘을 빼는 것보다 쉽게 힘 빼고 독서하기가 가능해진다. 지속 연습에 의해 눈 운동 독서와 생각 독서를 할 수 있는 능력을 제대로 키우면 우리는 힘 빼고 독서하는 독서 생활인이 될 수 있다.

글쓰기야 말로 뇌 회로 뚫어주는 지속 연습이 전제되어야 힘을 빼는 것이 가능하다. 말은 잘 하는데 글만 쓰려 하면 턱 하고 막히는 경험을 한 사람이라면 글쓰기 뇌 회로가 막혀 있다고 생각하면 된다. 이것을 뚫어주는 방법을 익힌 후 반복 연습을 해야 한다. 머리에 생각이 떠오르면 툭툭 던지듯 메모를 먼저 하고, 메모한 내용을 보면서 한 줄 글쓰기(두세 문장까지 허용)를 하는 방법이 제일 쉽다. 이 때 힘을 빼려면 먼저 완성형 문장을 다 쓰지 않고 어미를 미완성으로 남겨 두는 방법도 한 번 사용해보기 바란다. 이렇게 하면 문장을 수려하게 쓰려는 욕심을 덜어낼 수 있어 글 쓸 때 힘을 빼는 연습을 할 수 있다. 매일 이것을 반복하면 글쓰기 뇌 회로의 막힘을 방지할 수 있고, 이 회로가 뚫리면 우리는 글쓰기 할 때 몸에 힘을 뺄 줄 아는 사람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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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와 글쓰기 모두 뇌 회로 뚫어 주기를 반복 연습해야 힘 빼기가 가능하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고액 강좌를 아무리 들어도 독서도 글쓰기도 되지 않는 것은 매일 연습을 하지 않기 때문이다. 독서를 위해서는 눈 운동 독서를 2개월간 매일 10분씩 해줘야 하고, 글쓰기는 매일 한 줄, 혹은 한 문단 글쓰기를 3개월 지속하는 것 정도는 전제되어야 한다. 그냥 퍽 하고 읽고 쓰는 습관을 들임과 동시에 마음속에 떠오르는 이야기를 부담 없이 글로 쭉쭉 써 내려가는 것이 익숙해져야 힘을 빼고 편안하게 글을 쓸 수 있게 된다.

김익한 명지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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