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디넷코리아는 오는 5월20일 창간 23주년을 맞아 윤석열 정부 1년을 평가했습니다. 지난해 12월 윤 정부는 새 정부 출범 이후 내놓은 반도체·바이오헬스·자동차·디지털 등 산업별 육성방안과 12대 국가전략기술을 포괄하는 국가성장전략으로 新성장 4.0 전략을 내놓은 바 있습니다. 전 세계는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치솟은 물가와 금리 등 이를 극복하기 위한 다양한 정책들을 내놓고 있습니다. 우리 정부도 IMF 외환위기(1997), 금융위기(2008)를 극복한 경험을 바탕으로 新성장 4.0 전략을 통해 위기극복과 더불어 도약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新성장 4.0 전략은 가동된 지 채 1년이 되지 않았습니다. '완결된 학점'을 주기엔 부족한 시간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매년 분야별로 성적을 매길 계획입니다. 이 같은 작업이 우리나라가 디지털 대전환 시대에 초일류국가로 도약하는데 밑거름이 되기를 바랍니다. [편집자 주]
지난 1년 윤석열 정부의 디지털헬스케어 정책은 추진 의지와 속도면에선 긍정적이지만, 성숙도는 상대적으로 아쉽다는 전문가 평가가 나왔다.
지디넷코리아는 창간 23주년을 맞아 디지털헬스케어 분야를 비대면 진료, 의료 마이데이터, 디지털치료기기(DTx) 등으로 구분해 진단했다.
전문가들은 비대면 진료와 의료 마이데이터 두 분야에 대해 ▲제도화 속도 ▲정책 추진 의지 ▲정책 성숙도 ▲숙의(제도 당사자 간 의견수렴 및 소통)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정책 홍보 등 5개 문항으로 평가, 점수를 매겼다. 이렇게 확인한 전문가 평가 점수는 100점부터 0점까지 각 20점별로 A·B·C·D·F로 점수를 매겼다.
디지털치료기기(DTx)는 이제 막 국내 품목허가 등이 이뤄진 상태로, 국내·외를 막론하고 관련 연구와 데이터의 미비, 미래 시장성과 가능성 측면에서 전문가 견해가 첨예하게 상반된다는 점을 고려, 점수로 평가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고 판단했다. 이에 가능성과 한계를 진단해 독자의 이해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전문가 견해를 제시하는 것으로 갈음했다.
비대면 진료, 의지는 확고·정책 성숙도는 글쎄
비대면 진료는 디지털헬스에선 가장 대표적인 분야 중 하나다. 역대 정부도 이해당사자인 대한의사협회 등 의료 직능단체와의 협의를 성사시키지 못했다. 윤석열 정부가 비대면 진료 제도화 ‘드라이브’를 추진할 수 있었던 배경은 코로나19 팬데믹과 전 정부의 비대면 진료 ‘한시적 허용’으로 축적된 데이터 등과 연관이 깊다.
보건복지부는 비대면 진료를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제49조의3에 따라 ‘심각’ 단계 이상의 위기 경보 발령 동안 한시적으로 허용해오고 있다. 비대면 진료가 처음 허용된 지난 2020년 2월 24일 이후 2만5찬697개 의료기관에서 총 1천379만 명을 대상으로 3천661만 건의 비대면 진료가 실시됐다.
복지부는 지난 2월 제2차 의료현안협의체에서 대한의사협회의 제안을 받아들여 대면 진료 원칙하에서 ▲비대면 진료의 보조적 활용 ▲재진환자 및 의원급 의료기관 중심 실시 ▲비대면 진료 전담 의료기관 금지 등의 제도화 추진 원칙에 대해 합의했다.
백남종 전(前) 분당서울대병원장(서울대의대 재활의학과 교수)은 윤 정부의 비대면 진료 정책 추진에 대해 ▲제도화 속도 60점 ▲정책 의지 100점 ▲정책 성숙도 60점 ▲숙의 60점 ▲정책홍보 60점 등 총 340점, 평균 68점(B-)으로 평가했다.
백 교수는 “이전 정부도 비대면 진료를 추진했고, 국회에서 관련 의료법 개정안도 여러 번 발의됐지만 적극적으로 밀어붙이지는 못했다”며 “반면, 윤 정부는 국정과제에 비대면 진료를 포함시키는 등 강력한 정책의지를 보여준 것은 확실하다”고 밝혔다. 그렇지만 “강력한 드라이브를 예상했지만, 예상보다 속도가 느리다”며 “의사협회와의 논의를 고려하는 모양새”라고 평가했다.
백 교수는 비대면 진료에 대해 윤 정부가 추진 당위 설득과 앞으로의 방향성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는 “정부가 제도화 의지는 있지만 관건은 이 제도를 왜 추진 해야 할지에 대한 설득과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지를 제시하는 것”이라면서 “재진 환자로 대상을 제한한 것은 관련 플랫폼 기업들이 강력 반발할 부분이어서 사전에 면밀하게 상황을 예상했어야 했다”고 말했다.
즉, 의지와는 별개로 정책 추진 및 목표는 정리가 필요하다는 이야기다. 백 교수는 “국민 편의나 미래의료를 위해 어떤 형태로든 비대면 진료 추진할 수밖에 없지만 여러 이해관계가 많기 때문에 정책 성숙도는 아직 아쉽다”는 평가를 내놨다.
이해관계자와의 의견수렴 및 소통에 대해 정부가 국회 공청회를 이어가고 있는 것에 대해서도 다소 아쉽다는 반응도 나왔다. 백 교수는 “공식 의제로 올리는 것에 대해 아직은 부담스러운 분위기가 존재한다”며 “실무 차원에서는 제도를 시작해야 하는데 당장은 미니멀하게 문만 열려는 것이 아니겠느냐”고 반문했다.
이와 관련해 장지호 원격의료산업협의회 회장은 “재진환자 중심의 비대면진료는 현장과는 맞지 않은 제도이며, 제도가 새로운 규제로 작용할 수도 있다”면서 “이런 현장의 목소리를 정부에 전할 창구 자체가 거의 없다는 게 더 문제”라고 우려했다.
비대면진료앱 ‘나만의닥터’ 운영사인 메라키플레이스의 선재원 공동대표도 “재진 환자로 대상을 좁히면 앱 이용자는 지금 10분의 1정도로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며 “이용자 입장에서 편의성이 감소할 것이며 플랫폼에서도 서비스를 지속하기 힘든 측면이 존재한다”고 밝혔다.
백 교수는 윤 정부가 비대면 진료 대해 대국민 대상 정책 홍보가 미진하다고 봤다. 그는 “제도화 찬반 입장에서 극단의 상황만 이야기하는 것은 확실히 문제”라면서 “정부조차 관련 이니셔티브를 갖고 있는 것 같지는 않아 보인다”고 지적했다.
의료 마이데이터, 추진 의지는 좋지만 방향은 과연 최선?
마이데이터 개념을 도입한 것은 금융 분야였다. 하지만 이후 여러 분야로 확대되면서 의료 쪽에서도 마이데이터 도입 논의가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의료 마이데이터는 국민이 의료기관, 공공기관 등에 분산된 자신의 개인 건강정보를 통합적으로 조회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원하는 헬스케어 서비스를 받기 위해 자신의 개인 건강정보를 제공·활용하는 것으로 정의된다.
정부는 금융 분야보다 의료 분야의 마이데이터 도입이 산업적 잠재력이 더 클 것으로 보고 있다. 때문에 의료 마이데이터 도입을 위해 관련 제도 정비에 한창이다.
김대진 가톨릭대 정보융합진흥원장(가톨릭의대 의료정보학교실 겸임교수)은 윤 정부의 의료 마이데이터 추진에 대해 ▲제도화 속도 90점 ▲정책 의지 90점 ▲정책 성숙도 80점 ▲숙의 90점 ▲정책홍보 80점 등 총 430점, 평균 86점(B+)으로 평가했다.
김대진 원장은 제도 자체는 보완점이 더 필요하지만 추진 속도는 가속도가 붙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는 이를 윤 정부의 정책 의지와 결부지어 평가했다. 김 원장은 “문재인 정부의 마이헬스데이터 추진 당시 주요 의제가 나왔고, 형태도 갖춰졌다”면서 “정권이 바뀌면서 지금은 건강정보 고속도로를 중심으로 추진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데이터 산업은 정부 4.0과 깊게 연과돼 있고, 정부가 추진하려는 디지털 혁신도 결국 의료 마이데이터와 연결고리가 있다”며 “때문에 윤 정부는 핵심 과제로 의료 마이데이터를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정책 성숙도에 대해서는 “초거대 인공지능(AI) 시대를 맞아 제도가 성숙하고 완벽한 단계를 밟아가는 것과 초반에는 다소 미진해도 이를 보완하면서 빠른 추진, 이 둘 중에 무엇을 선택할 지가 관건”이라며 “원론적일 수는 있지만 속도감 있게 정책을 추진하되, 그 과정에서 전문가 지혜를 모아 부족한 부분을 채워가야 할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의료 마이데이터에 대한 사회적 논의는 꽤 오래전부터 진행돼 왔다. 이와 관련 환자단체 등도 의료 마이데이터에 대한 이해도가 과거보다 높아진 상황이다. 김 원장은 “디지털 리터러시 등 훈련으로 본인의 데이터를 더 잘 활용할 수 있게 됐다”며 “어느 정도 준비와 이해는 충분하다고 보인다”고 평가했다.
마지막으로 정책 홍보에 대해 김 원장은 국민들이 체감할 수 있는 이른바 ‘게임체인저’로써의 서비스 개발이 이뤄지지 못한 점에 대해 안타까워했다. 그는 “의료 마이데이터 관련 국민 관심이 높을 서비스 개발이 좀 더 적극적으로 이뤄져야 한다”면서 “이런 노력은 다소 부족했다고 보인다”고 말했다.
다만, 의료 마이데이터 추진 방향성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있었다. 이상호 대한디지털헬스학회 부회장(경희대의대 신장내과 교수)은 “환자가 빠진 듯 한 느낌을 받는다”고 우려했다.
이 부회장은 “추진 방향을 보면 환자는 없고, 복지부·국민건강보험공단·의료기관 등이 데이터를 공유하며 진료비를 줄이는 쪽으로 흐르는 듯한 모양이 관찰되기도 한다”며 “이는 지나치게 관리적 측면만을 부각하고 있는 것 아니냐”고 밝혔다.
그러면서 “환자가 본인의 건강정보를 제대로 다룰 수 있도록 충분한 교육이 이뤄져야 하고, 본인의 정보 제공 여부 결정에 초점이 맞춰져야 한다”고 조언했다.
디지털치료기기, 잇단 국내 허가…가능성 크지만 데이터 미비는 한계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지난 2월 15일 에임메드가 개발해 제조 품목허가를 신청한 인지치료 소프트웨어 ‘솜즈(Somzz)’에 대해 국내 첫 디지털치료기기(DTx)로 품목허가했다. 두 달 후인 이달 19일에는 웰트의 불면증 인지치료소프트웨어 ‘WELT-I’에 대한 허가도 이뤄졌다.
인허가 기간을 80여일로 단축하며 이뤄진 신속한 DTx 국내 허가 과정을 보면 이 분야를 우리나라가 선도하겠다는 ‘야심’마저 엿보인다. 여기에서 근본적인 질문을 할 필요가 있다. DTx는 미래성을 갖는가이다. 이는 장단점을 파악함으로써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황순조 미국 네브래스카대학 의대 교수는 DTx가 보완적 수단으로써 여러 가능성을 갖고 있다고 본다. 황 교수는 지디넷코리아에 “정신과 질환은 복잡한 인지행동 정서 질환이며, 이는 다양한 환경에서 증상이 발현되는 것이 다르다”며 “DTx는 일상에서 환자가 어떻게 기능을 하고 있는지를 파악, 증상 대처에 도움을 줄 수 있는 부분이 있다”고 평가했다.
가령, 환자가 공황장애가 있어서 인지치료를 해야 하는데, 가상으로 인지행동치료가 이뤄지면 실제 상황에서도 대응이 비교적 원활해질 수 있다는 이야기다.
황 교수는 “환자가 자폐증을 앓아 사회성을 길러야 하는데, 실제에 적용하기 어려우니 가상공간에서 시작하면 실제 상황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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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지만 황 교수는 질환 개선, 즉 효과성에 대해서는 뚜렷한 근거 데이터 확보가 필요하다는 평가를 내놨다. 그는 “임상의로써 DTx를 처방할 때, 매일 한 시간씩 매일 사용하면 6주 후 좋아진다고 말할 임상적 근거가 부족한 실정”이라며 “이러한 약점을 보강하려면 대규모의 임상시험이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의사 입장에서 적극적 처방이 이뤄지려면 이러한 근거와 연구를 적극 보완해야지 인허가 완화로만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