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가 외계인이어서 죽였어요. 하지만 우리 봉순이(강아지)는 안 죽였잖아요."
흉기로 자신의 계부를 200차례, 친모를 100차례 휘둘러 살해한 딸 A씨(30대·여)는 자신의 범행당시 순간을 떠올리며 이같이 수사기관에 진술했다.
A씨는 2022년 7월21일 오후 5시부터 약 2시간 동안 자신의 거주지인 경기 군포지역 소재 아파트에서 계부 B씨(당시 65)와 친모 C씨(당시 57)를 살해한 혐의로 기소됐다.
A씨가 중학생이 되던 시절, B씨가 뇌졸중으로 쓰러져 치매를 앓자 C씨가 간병을 도맡았다. 이후 2012년 9월 남자친구와 혼인했지만 숱한 폭행을 당해 2013년 헤어지고 이후 또다른 남자친구를 만났다.
새롭게 만난 남자친구에게 대출받은 1억2000만원을 빌려줬지만 그 돈을 돌려받지 못한 채 2015년 헤어졌다.
A씨는 결국 '양극성 정동장애'라는 정신질환을 얻었다. 2015년 3월부터 병원치료를 받았으나 한 달만에 치료 받기를 포기했다.
병이 악화된 A씨는 이 불행의 모든 원인을 B씨라고 생각하며 '죽여야 한다'고 생각했다.
A씨는 "외계인(B씨)을 죽인 것뿐이다. 그리고 외계인을 죽이려 하는데 엄마가 말리는데 엄마는 혀가 뱀처럼 나오 모습이었고 외계인 같았다. 그래서 둘 다 죽였다"고 진술했다. 그는 수사기관 진술 단계에서도 "눈깔을 쑤셨다" "다졌다" 등 적나라한 표현까지 사용했다.
그러면서도 "잘못하다가 봉순이(강아지)도 죽일 뻔했다. 나를 보면서 벌벌 떨었다"며 "동물은 아무리 잘못해도 그러면 안 될 것 같았다"고 진술하기도 했다.
법원은 A씨가 수사기관에서 진술했던 대로 사건 당일에 C씨가 친모라는 사실을 인식했고 강아지를 죽이지 못한 것으로 미뤄 행위를 통제할 능력이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니라는 취지로 판결을 내렸다.
지난 3월31일 이 사건 원심 판결이 이뤄진 수원지법 안양지원은 "A씨가 '양극성 정동장애'로 인해 망상에 사로잡혀 이 사건 범행에 이른 것으로 보이긴 하나, 사건 당시에는 사물을 변별할 수 있는 능력은 있어 보인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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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부모를 외계인, 뱀 등으로 비유하면서도 강아지를 죽이면 안 될 것 같다고 하는 점을 보면 자신의 행위를 통제할 능력이 결여된 상태도 아닌 것으로 판단된다"면서도 "다만, 과거에 있었던 일들을 비춰보면 B씨에 대한 부정적 감정들이 이 사건 발생과 전혀 관련이 없어 보이지 않는다"고 판시했다.
제공=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