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사기 경매 유예, 또 다른 피해자 양산 우려

당정 추진 피해자지원특별법, '반쪽짜리 구제안' 지적나와

금융입력 :2023/04/25 11:00    수정: 2023/04/25 11:22

당장 집을 빼야하는 상황에 놓인 전세사기 피해자들의 주거 안정을 위해 정부 부처 및 금융권이 경매를 유예하고 있다. 하지만 이는 다른 전세사기 유형 피해자들을 오히려 괴롭히고 있다는 주장이 나왔다.

특히 당정이 추진 중인 '전세사기 피해자 지원 특별법'에서는 무자본 갭투자로 피해를 본 전세입자에 대해선 어떤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25일 전세사기 피해자 일부는 경매 유예 때문에 오히려 속을 끓이고 있다고 제보했다. 서울시 화곡동에 김 모씨(36)는 지난 7월 집 주인이 잠적했으며 연체된 세금때문에 자신이 살고 있는 집에 가압류가 걸려있음을 확인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김 씨는 법무사 등을 통해 집을 경매에 넘긴 후 자신이 낙찰받은 후 집을 매각하는 방법이 있다는 조언을 들었다.

(사진=이미지투데이)

김 씨는 지난 9월 해당 절차를 진행했으나 서울시 화곡동 일대에 비슷한 사례가 많아 경매 절차가 지연되는데다 최근 정부 부처 및 금융당국의 경매 유예 방침으로 경매가 1년 여는 지나야 시작될 수 있다는 답변을 들었다.

김 씨는 "경매가 진행된다 하더라도 전세보증금보다 경매 낙찰가가 높을 경우도 손해, 원치 않는 전세 대출 기한 연장으로 인한 이자 부담, 경매 낙찰 시에는 집 주인뿐만 아니라 낙찰에 따른 세금이 우선순위"라며 "인천 미추홀구 외에도 전세사기 양상이 다양하게 변주되면서 피해자가 늘어나고 있는 상황에서 사각지대에 놓인 피해자들도 구제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비판했다.

실제 서울 화곡동 일대는 경기 동탄 전세사기 처럼 무자본 갭투자로 인해 전세를 떠넘긴 후 세금 체납으로 전세 피해자들이 일파만파 늘어난 곳이다. 부동산중개인과 건축주 등이 전세입자를 속이고 전세보증금을 후순위 채권으로 잡는 것과는 양상이 다르다. 후순위 채권의 경우 선순위 채권보다 돈을 돌려받는 순번이 늦기 때문에 이를 막기 위해 채권 매각이나 경매 유예를 하는 것이 도움이 되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에는 실효성이 없다는 것이 업계의 진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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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정이 협의 중인 특별법은 후순위 채권에 있는 전세입자다. 전세사기 피해 세입자가 거주하는 집의 매입을 원할 때 경매서 우선매수권을 주고, 거주만 원할 경우 이 집을 LH가 사들여 공공임대로 거주할 수 있도록 한다는 것이다.

업계에선 "LH의 재원을 어떻게 마련할 것인지에 대한 근거 규정이 빈약한 상황인데다가 피해자를 넓게 포용하기도 어렵다"며 "지난해 하반기부터 시작된 전세사기에 대해 지금와서 '사후 약 방문'식으로 대처하는데, 더 심도깊은 대안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