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탑방·용돈까지 줬는데…집주인 살해한 노숙인

생활입력 :2023/04/21 09:24

온라인이슈팀

시장을 돌아다니며 꽃과 화분을 팔던 A씨(68)는 노숙인이나 어려운 상인에게 용돈을 주고 방까지 내주는 선행을 베풀어왔다. 2015년부터 알고 지낸 노숙인 B씨(42)에게는 옥탑방 한 칸을 내주고 매일 용돈으로 만원을 주기도 했다. 옥탑방에서 함께 맥주를 마시며 속 이야기까지 나눌 정도였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사이가 멀어졌다. B씨는 A씨에게 건물 관리일을 넘겨달라고 했다가 거절당해 자존심이 상한데다 A씨가 자신 외에 다른 노숙인을 돌봐 주는 것이 싫었다.

그래픽=뉴스1

2019년 9월16일 밤 B씨는 옥탑방에 자주 들르던 노숙인 C씨에게 "당신이 오는 것을 형님(A씨)이 달가워 하지 않으니 나가달라"고 했고 이에 C씨는 다음날 새벽 짐을 챙겨 옥탑방을 떠났다.

B씨는 곧 A씨의 방 안으로 들어가 "좀 자다 갈게요"라고 했고 A씨는 B씨의 모자를 던지며 "네 방에 가서 자라"고 화를 냈다.

그 때부터였다. 자신을 무시한다고 생각한 B씨는 A씨를 올라타 얼굴과 몸통을 마구 때렸다. A씨가 구토를 하며 "아프다"고 외쳤지만 B씨는 폭행을 멈추지 않았다. 격분한 B씨는 주변에 있던 선풍기 전선으로 의식을 잃은 A씨를 공격했다. 결국 A씨는 경부압박질식, 머리부위 손상, 늑골 골절 등으로 현장에서 사망했다.

범행 후 A씨는 3~4시간 더 옥탑방에 머물었다. 그는 범행에 사용된 흉기, 선풍기 등에 묻은 혈흔을 닦아냈고, 범행 도구를 숨기기도 했다. 이후 그는 자신이 원래 머물던 여인숙으로 돌아와 옷을 갈아입은 후 도주했다.

1심은 "이 사건 범행으로 사망에 이르기까지 피해자가 느꼈을 극심한 공포와 육체적 고통 등을 가늠하기 어렵다"며 "피고인은 지난 2013년 폭력 범죄로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은 전력이 있고, 이 사건 범행 당시에도 다른 범죄로 인한 집행유예 기간이었다"고 설명했다.

1심에서 징역 15년을 선고받은 B씨 그리고 검찰은 판결에 불복해 항소했다. 2심 재판부는 1심에서 선고한 형량이 가볍다며 징역 18년을 선고했다.

2심은 피해자의 유족들이 피해자의 어이없는 죽음 앞에서 크나큰 정신적 충격을 받은 점, 피고인이 유족들에게 진정한 사죄의 마음을 전달하거나 피해회복을 위한 노력을 기울이지 않은 점, 범행 수법이 무자비하고 흉포한 점 등을 근거로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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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불복한 B씨는 대법원에 상고장을 제출했으나, 지난 2020년 9월 대법원은 B씨의 상고를 기각하고 징역 18년을 선고한 2심 판결을 확정했다.

제공=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