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엠폭스(원숭이두창) 확진자가 2명이 더 늘어 누적 18명이 됐다. 이중 13명은 해외 여행력이 없는 국내 감염 추정 환자로, 확진자의 대다수가 익명의 사람과 밀접접촉을 한 것으로 나타났다.
방역 당국은 현재 방역 역량을 고려하면 충분히 대응 가능한 수준이라며, '낙인' 등을 고려해 선제적 검사를 실시하는 데에는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임숙영 질병관리청 중앙방역대책본부(방대본) 상황총괄단장은 19일 오전 충북 오송 질병관리청에서 국내 엠폭스 확진환자 역학조사 경과를 발표했다.
엠폭스 환자는 전날 16번째 확진자 발생 발표 이후 2명이 추가로 발생했다. 이로써 국내 누적 엠폭스 확진자는 18명이다.
추가로 발생한 2명 모두 국내 감염 추정 환자로 17번째 환자는 서울에 거주 중인 내국인, 18번째 환자는 경기도에 거주 중인 내국인으로 두 환자 모두 피부 병변 등의 증상을 보여 검사 후 확진됐다.
18명 중 15명은 선행 확진자와의 밀접 접촉을 통해 감염됐고 2명은 환자와 접촉, 1명은 환자 치료 병상 의료진이다.
지난 7일 첫 국내 감염 추정 환자가 발생한 이후 이날까지 엠폭스 국내 감염 추정 환자는 13명이 나왔다. 첫 국내 감염 추정 환자인 6번째 확진자는 감염원을 인터넷에서 익명으로 만나 지금껏 추적해내지 못한 상태다.
임 단장은 "이분들이 만나게 되었던 인터넷과 아이디(ID)를 통해서 저희가 추적했지만 이 서버가 외국에 있고 협조가 어려운 문제가 조금 있었다"라며 "익명으로 만남을 갖는다든가 모르는 사람과 밀접 접촉을 한다든가 하는 행동들을 피하는 것이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13명의 확진자 모두 최초 증상 발생 전 3주 이내 해외 여행력이 없는 것으로 확인돼 국내 감염으로 추정하고 있다. 위험노출력을 살펴보면 최초 증상 발생 전 3주 이내 고위험시설 등에서 익명의 사람과의 밀접접촉력이 확인된 사람이 대다수였다.
국내 감염 추정 환자의 거주지는 서울 5명, 경기 3명, 경남 2명, 경북 1명, 대구 1명, 전남 1명이었으며, 내국인이 12명, 외국인 1명이었다.
임 단장은 "전국에 걸쳐서 (환자가) 분포하고 있기 때문에 지역 사회 내에서 (환자가) 일부 있을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며 " 이 질환이 잠복기가 길고 은밀한 방식으로 전파가 이뤄지는 특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본인이 자발적으로 진단검사를 받고 신고를 하는 것이 중요하다"라고 말했다.
환자들의 주요 임상증상은 항문생식기 통증을 동반한 국소 피부병변(궤양, 종창, 발진) 발생이 많고 발진은 모든 환자에게 나타났다.
임 단장은 "증상 초기 발열, 두통, 근육통, 오한 등 비특이적인 증상으로 나타나거나 혹은 전구기 증상 없이 항문생식기 발진만 단독으로 발생 또는 발진 후 전신증상이 발현되는 사례도 있어 엠폭스 초기 진단이 쉽지 않았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그는 "대부분 경증으로 나타나고 있고 2~4주 정도 지나면 자연 치료 되는 경우도 많고, 특별한 후유증은 보고되지 않고 있다"라며 " 다만 면역저하자의 경우에는 일부 중증으로 진행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각별하게 주의를 하시는 것이 좋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재까지 조사된 확진자의 접촉자는 노출위험도에 따라 관리하고 있으며 고위험 시설 내 접촉자 등 밀접접촉자를 대상으로 백신접종을 적극 안내하고 있다. 또한 당국은 철저한 접촉자 관리를 통해 의심증상 접촉자의 신속한 격리와 검사를 시행하고 있으며 신속한 병상 배정을 위해 17개 시도별 엠폭스 치료병상을 지정해 운영할 예정이다.
임 단장은 "기본적으로 시도별로 5개 이상의 병상을 지정하도록 했고, 좀 더 많이 발생되는 시도에서는 10개 이상을 지정하도록 했는데 그 부분은 이후 환자의 발생 추이에 맞춰서 지속적으로 조정해나갈 예정"이라고 했다.
아울러 당국은 역학조사를 통해 밀접접촉이 확인된 환자 방문 장소 및 사용 모바일 앱 등을 확인해 고위험군 이용 시설 및 모바일 앱 이용자를 대상으로 감염 예방수칙 준수 안내문을 제작·배포했다. 또한 고위험군 이용 커뮤니티 및 관리 단체와 협업해 엠폭스 질환 특성을 알리고 예방수칙을 함께 홍보·교육했다.
의료인을 대상으로는 국내외 확진환자의 의심증상, 임상경과 등 특성 및 발생 동향을 포함한 엠폭스 진단 안내서를 배포했다. 특히 의심 증상 시 방문할 가능성이 높은 감염내과와 피부과, 비뇨의학과, 항문외과 등 피부병변을 진료하는 의료인의 세밀한 증상 감시와 적극적인 의심환자 신고를 당부했다.
국내 엠폭스 치료제는 지난해 7월 504명분(1008병)을 도입했으며 국립중앙의료원에 600병, 17개 시도에 각 24병을 공급했다. 백신은 지난해 8월에 3세대 두창 백신 5000명분(1만 도즈)을 도입했다. 진단 검사 시약은 4400명분을 보유하고 있으며 하루 최대 200건의 검사가 가능하다.
임 단장은 "엠폭스 환자를 진료할 가능성이 많은 의료진, 엠폭스 환자와 접촉을 한 사람, 즉 중위험군 이상의 접촉자들에 대해서 백신 접종을 안내 및 권고하고 있다"며 "다만 이 질환이 특정 집단을 중심으로 해서 발생하고 있기 때문에 인권 보호 또는 낙인 예방 측면에서 (선제적 접종은) 조금 더 검토할 부분들이 있지 않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편 해외 엠폭스 환자 수를 보면 지난 16일 기준 전 세계 총 110개국에서 8만7039명이 확진됐고 120명이 사망했다. 엠폭스 확진자 96.4%가 남성이고 79.2%는 18~44세다. 아시아에서는 7개국 169명이 확진됐고 일본이 103명으로 가장 많다.
감염경로가 조사된 1만8946명 중 82.1%인 1만5564명이 성적 접촉으로 확진됐다. HIV 감염여부가 확인된 3만6511명 중 1만7691명(48.5%)이 HIV 양성이었다.
남성 환자의 경우 성적 지향이 확인된 3만438명 중 84.1%인 2만5690명이 남성과 성관계를 했으며 7.8%인 2004명은 양성애자다. 여성 엠폭스 환자는 3.6%인 2800명이며 성적 지향이 확인된 여성 1021명 중 96%인 979명이 이성애자였다.
치료 경과를 보면 입원 4083명, 중환자실 입원 45명 등이 보고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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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 단장은 "엠폭스는 현 방역대응 역량으로 충분히 관리가 가능한 질환"이라며 "과도한 불안감을 갖기보다는 예방수칙 준수와 의심증상 발생 시에 신속하게 신고해 줄 것을 부탁드린다"라고 강조했다.
제공=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