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이자만 38억" 한전…'오리무중' 전기요금

자구책·부담 경감에 방점찍은 與…2분기 요금 동결론 '솔솔'

생활입력 :2023/04/06 09:33

온라인이슈팀

2분기 전기·가스 요금 인상이 유보되면서 한전과 가스공사 적자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천문학적 부채에 매일 지불해야 하는 이자액만 한전이 38억, 가스공사가 13억원에 달하는 실정이다.

에너지 원가의 급등에 따른 적자 구조를 감안하면 요금인상이 해법이지만 그 실행은 간단치 않다. 물가관리에 방점을 찍은 재정당국과 여론에 민감한 여당이 바짝 조인 고삐를 풀지 않고 있다. 정권 초반 당정 관계가 여당 우위로 흐르면서 2분기 요금인상이 무산되거나 최소화에 그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이창양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오른쪽)이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전기·가스 요금 관련 당정협의회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2023.3.29/뉴스1 © News1 임세영 기자

6일 에너지 당국과 업계에 따르면 정부여당은 이날 오전 국회에서 '전기·가스 요금 민당정 간담회'를 열고 에너지 요금 현실화와 관련해 논의할 계획이다. 국민의힘에서는 박대출 정책위의장과 한무경 산중위 간사, 류성결 기재위 간사 등이, 정부에서는 산업부 및 한전·가스공사 관계자가 참석 예정이고 학계, 시민단체 및 산업계 관계자가 참여한다.

이날 간담회는 국민의힘 주도로 정부 및 민간 관계자 섭외가 이뤄졌다고 한다. 요금 현실화 관련 국민 의견 청취를 내걸었지만 에너지공기업 등 경영개선 자구노력 이행 방안, 요금부담 경감 방안 등이 함께 논의 테이블에 오를 것으로 전해졌다.

여당 주도로 간담회가 진행되면서 에너지 업계에서는 요금 현실화 필요성에 대한 논의 보다 대국민 홍보를 위한 '공기업 때리기'에 방점이 찍히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마른수건 쥐어짜기'식 공기업 자구책 마련을 요구하는 목소리에 근본 해결책 논의가 묻힐 수 있다는 지적이다.

앞서 산업부는 지난 2일 오후 박일준 2차관 주재로 '에너지공기업 긴급 경영상황 점검회의' 개최를 예정했다가 시작 1시간여를 앞두고 돌연 회의를 취소한 바 있다. 담당부처 국장급과 공기업 수장들을 소집한 회의가 급작스레 무산되는 경우는 매우 이례적이다.

정승일 한전 사장과 최연혜 가스공사 사장 등으로부터 에너지공기업 재무상황과 요금조정 지연 결정에 따른 리스크를 점검하려던 계획이 무산된 배경에 여당 혹은 정부 윗선의 입김이 있는 것 아니냐는 뒷말이 무성했다.

산업부가 이튿날인 3일 이창양 장관 주재로 에너지요금 현실화와 관련한 포괄적 대책을 논의하려던 '에너지위원회 민간위원 긴급간담회' 역시 취소하면서 이같은 의구심의 눈초리는 더욱 짙어졌다.

산업부는 대외적으로 "종합적 점검 등에 시간이 필요해 회의 연기가 불가피했다"는 입장이지만 내부에서는 부글부글 끓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에너지요금 현실화가 지연될 경우 더 큰 부담으로 돌아올 것이 명약관화인 현실을 애써 외면한다는 불만과 함께, 훗날 공기업 재무부실 책임론을 뒤집어쓰거나 뒤처리에 골머리를 앓을 것이라는 우려가 교차한다.

에너지요금 체계 결정을 위한 간담회 등 여론수렴이 여당 중심으로 진행됨에 따라 2분기 전기·가스 요금 논의가 지지부진해 결국 동결로 흐르는 것 아니냐는 전망도 나온다. 요금을 인상하더라도 국민들의 체감을 최소화하는 수준으로 묶을 것이란 관측이 적지 않다.

산중위 여당 한 관계자는 "산업부의 입장은 충분히 이해가 가지만 물가비상 상황에서 거시적 측면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전기·가스 요금 인상 시 예상되는 산업계 전반의 충격 및 애로사항도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며 "정부여당 지지율이 박스권에 갇힌 상황에서 국정 장악력 및 국정과제 추진동력 확보를 위해선 여론 향배 또한 외면할 수 없다"고 말했다.

한편 당정 간 이견차가 뚜렷하게 드러난 이번 사안에서 이 장관이 부처 및 에너지업계 입장을 좀더 강하게 대변해주길 바라는 목소리도 들린다. 산업부 관료로 15년간 봉직한 후 민간업계와 학계를 두루 거친 이 장관의 실무능력엔 의문이 없다는 평이다. 반면 비교적 온건한 성향인 이 장관이지만 부처 수장으로서 목소리를 내야 할 땐 적극적으로 나서줘야 한다는 아쉬움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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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에서 근무 중인 정부부처 한 주무관은 "부처 출신 장관은 현안 파악과 조직장악력이 뛰어나지만 정책이나 특정 사안의 추진력에 있어선 정치인 출신이 더 나은 면을 보이는 경우가 많다"며 "부처 간 이견이 있을때 장관이 방패막이 역할을 해줘야 해당 부처에 힘이 실리고 직원 사기도 올라간다"라고 말했다.

제공=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