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법인 디라이트가 지난 3월 15일자로 창립 6주년을 맞았다. 설립자인 조원희 대표변호사가 국내 5대 대형 로펌인 태평양을 16년여 다니다 나와 2017년 설립했다. 4명의 변호사로 시작한 디라이트는 현재 변호사만 32명을 둔 법무법인으로 성장했다. 스탭 직원까지 합하면 정규 직원이 50명 정도된다. 특히 디라이트는 1300여개 되는 국내 로펌 중 몇 안되는 스타트업과 기술벤처에 특화한 법무법인이다.
'주특기' 분야(도메인)는 헬스케어, 블록체인, 콘텐츠&미디어, ICT&AI다. 이외에 금융&핀테크, 모빌리티&물류, 에너지&환경, 부동산&건설, 이커머스, 농업 분야에도 우수한 전문성을 갖고 있다. 지난 6년간 누적 파트너 기업 200곳 이상을 확보했다. 특히 설립때부터 '글로벌'을 염두에 둬 캐나다 밴쿠버와 독일에 해외 사무소가 있다. 베트남 사무소도 곧 개소할 예정이다. 지역에도 진출했다. 부산과 대전에 지사 성격의 분사무소가 있다.
법인 출발때부터 공익을 중요한 가치로 내걸고 시행하고 있는 디라이트는 매년 매출액의 일정 부분을 공익 사업에 쓰고 있다. 비용 지출 뿐 아니라 장애인, 난민, 이주민, 여성, 아동 같은 취약계층을 위한 무료 법률서비스도 제공하고 있다. 이런 활동을 인정받아 디라이트는 지난 2020년 아시안 리걸 비즈니스(ALB)가 선정한 '올해의 부티크 로펌' 상을 받았다. 이어 2022년에는 ABL저널이 뽑은 '엔터테인먼트&스포츠 분야' 최우수 로펌 상도 수상했다.
조원희 대표변호사는 ALB가 지난해 선정한 '한국 슈퍼 변호사 30인(KOREA SUPER 30 LAWYERS)'에 선정됐다. 앞서 2021년에는 국내 법률 전문 월간지 리걸타임즈가 선정한 TMT(기술, 미디어 및 정보통신) 분야 선도변호사(리딩로이어)에도 뽑혔다. 서울대 인문대학을 졸업(1994년)한 그는 사법시험에 합격해 30기로 사법연수원을 수료(2000년)했고 미국 텍사스대 로스쿨(University of Texas School of Law)도 졸업(2007년)했다.
디라이트가 위치한 서울 강남역 인근 드림플러스에서 조 대표변호사를 만나 설립 6주년 소감과 앞으로의 계획을 들어봤다. 그는 "스타트업과 기술 벤처 로펌 중 아시아 1등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들려줬다. 아래는 조 대표변호사와 일문일답.
-지난 3월 15일이 창립 6주년이였다. 소감이 어떤가?
"솔직히 잘 버텨왔다는게 현재 심정이다. 그동안 로펌도 기복이 심했지 않나. 국가경제도 만만치 않았고. 그럼에도 잘 버텨왔다고 생각한다(웃음). 한편으로는 대견스럽기도 하다. 4명에서 시작했는데 지금은 변호사만 32명이다. 설립할 때 매출의 5%를 공익에 쓰겠다고 했다. 이 비율을 나름 맞춰가며 마이너스 없이 지금까지 왔다. 그러니 대견한 마음도 든다."
-설립때 매출의 5%를 공익에 사용하겠다고 마음먹은 계기나 동기가 있나?
"대형 로펌(태평양)에 있으며 내가 갈증을 느낀 부분이 두 가지 있다. 하나는 사회적 기여를 의사결정의 우선순위에 뒀으면 좋겠다는 거 였고, 두 번째는 막 성장하는 스타트업들을 도와주면 좋겠다는 거였다. 대형 로펌은 이게 쉽지가 않다. 워낙 무게가 나가다 보니 그렇다. 매출의 5%를 공익에 쓰다 올해는 4%로 줄였다. 5%가 만만치 않더라(웃음)."
-법무법인 디라이트는 어떤 로펌인가? 디라이트를 정의한다면
"디라이트는 드림(dream)하고 라이트(light)의 합성어다. 누군가의 드림(꿈)에 우리가 라이트(빛)를 비춰주자, 그런 역할을 하는 로펌이 되자는 의미에서 만든 법무법인이다."
-디라이트라는 이름은 누가 지은 건가?
"회사명을 지을때 몇 가지 원칙이 있었다. 첫째가 좀 따뜻했으면 좋겠다는 거였다. 공익 활동이나 사회적 기여에 관심이 많았기 때문이다. 둘째는 설립 초부터 글로벌을 꿈꿨기 때문에 사명을 영어로 지었다. 셋째, 스타트업과 같은 젊은 기업들을 고객으로 할 거니 참신한 이름이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였다. 이 원칙을 갖고 한 달 정도 고민하다 디라이트로 이름을 지었다. 우리 법인은 사회적 기여를 많이한다. 그러려면 변호사들이 정말 자기 분야에서 전문성을 갖고 업무를 해야 한다. 로펌 자체가 계속 성장해야 하기 때문이다."
-법무법인도 기업이다. 기업은 수익이 우선인데 공익과 사회 기여를 앞세워도 괜찮나?
"이 얘기를 수도 없이 들었다. 예전에도 들었고 지금도 듣고 있다. 앞으로도 들을 것 같다. 내 생각은 이렇다. 법무법인 정체성이 어느 시점이 돼 갑자기 생기는 것 같지 않다. 우리가 돈을 버니까 이제 좀 해보자, 이렇게 하는 거는 정체성이라기보다 그냥 하나의 사업이라고 생각한다. 우리는 처음부터 정체성을 거기에 두고 시작을 했다. 그렇기 때문에 만약 그 정체성이 무너진다면, 그럼 다른 로펌하고 특별히 다를 게 뭐지? 이런 생각을 하고 있다."
-다른 변호사들도 다 동의하는 부분인가?
"그렇다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디라이트에 들어오려면 '구성원의 약속'이라는 것에 서명해야한다.
우리 법무법인의 핵심 가치를 담았다. 미국 아마존과 국내 배달의민족도 이런 조항이 있지 않나. 조항이 약간 바뀌기도 하는데 현재는 7가지 항목으로 돼 있다. 모든 구성원이 입사할 때 이 내용을 듣고 서명을 해야한다. 특히 파트너 변호사 경우 영입하기 전 내가 반드시 이 문서를 보여주고 동의를 구한다. 물론 이 중에는 왔다가 도저히 안되겠다며 나간 사람들도 있다."
-매출은 얼마나 되나?
"매년 30% 이상 성장했다. 올해 목표는 80억원이다. 내년에는 100억원 돌파를 생각하고 있다. 법무법인도 기업이라 건강히 성장하려면 매출대비 수익이 최소 10%는 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설립초부터 글로벌을 염두에 뒀는데, 글로벌 진출 현황은 어떤가
"우리가 설립 초기부터 글로벌을 생각한 건 두 가지 이유때문이었다. 첫째, 고객사 입장에서 봤을 때, 어쨌든 한국 시장은 작기 때문에 성장하려면 해외로 나갈 수밖에 없다. 두번째는 로펌 자체 문제 인데, 우리가 계속 레드오션에서 싸워서는 안 되니까, 리걸 마켓 관점에서 블루오션이 어디냐고 봤을때 나는 그걸 해외라 생각했다. 대형 로펌은 해외 업무를 오래해서 잘한다. 하지만 중소형 로펌들은 해외 경험이 없는 변호사들이 많아 기업의 해외 진출을 돕는게 어려울 거라 생각했고, 이 시장이 블루오션일거라 설립때부터 생각했다. 그래서 초기에는 영어 잘하는 변호사들을 많이 뽑았다. 실제 우리 변호사들중 영어를 현지인(네이티브)처럼 잘하는 변호사들이 많다. 해외로 진출해야할 때가 됐다고 생각해 작년에 신철희 캐나다 변호사를 영입해 밴쿠버에 사무실을 열었고, 최근에는 독일 변호사인 조익제 변호사를 영입해 프랑크푸르트에 유럽 사무실을 개소했다. 베트남에도 사무실을 열기 위해 알아보고 있다. 법무법인 광장과 세종의 베트남 사무실에 오래 근무한 정종대 변호사를 영입했는데 최근 베트남 현지 변호사도 한 명 채용했다. 조만간 베트남 사무실도 문을 연다."
-지역에도 진출했다. 현황이 어떤가
"2021년 1월 부산에 1호 분사무소를 열었고 2호는 대전에 뒀다. 다른 지역은 아직 계획이 없다. 제주와 광주(전라도)를 가봤는데 아직 인프라가 분사무소를 열 정도는 아닌 듯 하다."
-지난 6년간 법무법인을 운영하면서 제일 의미 있거나 기억에 남는 게 있다면
"우선은 블록체인 분야가 기억에 남는다. 왜냐하면 블록체인이라는 분야 자체가 워낙 생소했고 또 리걸 프렉티스 관점에서 보면 리스크가 상당히 큰 업무였다. 그래서 초창기에 우리가 시작 할 때도 이거를 계속 해야하나? 하는 고민과 어려움이 있었다. 여러 우여곡절을 겪었지만 우리가 시장을 건강하게 만들어간다는 생각으로 지침(가이드라인)도 만들어 배포했다. 또 국내외 이슈들이 다양한데, 이런 것들을 다 커버할 수 있게 고민을 많이 했고, 그러다 보니 이제 블록체인 쪽에서는 우리가 대기업이나 대형 로펌과 경쟁하면서 대기업 사건을 우리가 많이 맡는 단계까지 성장했다."
-어떤 대기업과 블록체인 사업을 같이 했나?
"SK와 LG 외에 대형 게임 회사와도 같이 했다. 블록체인 분야는 이제 대형 로펌과 경쟁해 사업을 할 수 있는 정도까지 컸다. 이게 우리한테 큰 성과라 생각한다. 앞으로 토큰증권이라 불리는 STO 등에 특화해 블록체인 분야에서 영향력을 계속 유지하고 싶다."
-파트너 기업 중 바이오와 헬스 분야도 많은데...
"바이오 분야도 우리 성과가 큰 곳 중 하나다. 사실 우리 고객사들을 산업 분야별로 보면 바이오와 헬스케어 분야 기업이 제일 많다. 우리 전체 고객의 약 20% 정도 되는 것 같다. 바이오는 법률 영역 중 허들이 가장 높은 영역이다. 기본적으로 기술 이해가 있어야 하는데 이게 다른 분야보다 더 어렵다. 여기에 규제 절차가 많다. 또 기술을 개발하면 대부분 해외에 라이센스 생산을 맡기니 영어도 잘해야 한다. 우리는 초기부터 바이오 쪽에 주력해 왔고 전담 변호사가 두 명이다. 우리나라에서 제일 똑똑한 친구들이 의대를 가지 않나. 이 친구들 중 상당수가 창업을 준비하고 있으니 바이오는 앞으로도 유망하다고 본다."
-블록체인과 바이오 외에 미디어&콘텐츠 분야도 주력하고 있는데...
"블록체인과 바이오, 미디어&콘텐츠 이 세 분야가 우리 법무법인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가장 크다. 개인적으로 올해는 미디어 콘텐츠 쪽에 조금 더 중점을 둘 생각이다. 미디어&콘텐츠 분야도 우리가 대형 로펌과 경쟁할 만큼의 전문성을 갖고 있다. 그런데 이런 전문성에 비해 고객 비중은 적다는 생각이다. 메타버스와 생성AI 등 콘텐츠 영역이 현재 폭발적으로 성장하고 있는데 올해는 이 분야에 더 집중하려 한다."
-디라이트의 고객 수는 얼마나 되나?
"작년 기준 자문을 제공하고 있는 고객 수가 700곳 정도된다. 매월 일정 금액을 받는 기업 고객은 작년에 200곳을 넘었다."
-스타트업과 신기술 분야 외에 법무법인의 전통 업무인 소송 분야도 하고 있는데...
"송무 소송도 하고 있다. 소송 분야를 전문으로 하는 변호사들이 있다. 다만 전체 업무에서 소송 비중이 높지 않을 뿐이다. 소송 분야에서 특출한 성과를 내고 있는 이병주 변호사와 노경종 변호사 등이 우리 법무법인에서 활동하고 있다."
-투자 유치와 IPO 계획은 없나?
"로펌은 투자라는 게 없다. 외부에서 투자를 받을 수 있는 구조가 아니다. 무슨 말이냐면, 로펌의 구성원, 즉 회사로 치면 주주인데, 구성원 주주는 변호사가 아닌 사람은 하지 못하게 돼 있다. 로펌에 투자를 하면 지분을 받아야 하는데 변호사가 아니면 이 지분을 받을 수 없다. 그러니 상장 IPO도 할 수 없다. 이 부분이 좀 아쉽다. IPO 같은 교환 가치가 있어야 스타트업처럼 스톡옵션을 주며 좋은 인력을 데려올 수 있는데 그렇게 하지 못한다. 순수하게 그냥 현금성 급여만으로 좋은 인력을 붙잡아 둬야하는 애로가 있다. 중소 로펌에 종사하는 변호사들은 대게 가치와 성장, 이 두가지 이유 때문에 남아 있다고 본다. 중소형 로펌이 대형 로펌과 경쟁하기 쉽지 않은 구조다."
-디라이트만의 차별성과 독보적인 부분을 이야기해 준다면?
"아까 말한 블록체인, 바이오, 콘텐츠와 엔터테인먼트 세 분야서 국내 로펌 중 경쟁력이 뛰어나다고 생각한다."
-장애인을 위한 디테크(D-Tech) 공모전을 하고 있는데, 하게된 계기가 있나?
"디테크는 소외된 장애자들에게는 희망을, 또 기술과 아이디어가 있는 청년과 기업가에게는 새로운 사업 개발 및 시장 진출의 활로를 열어주기 위해 시행하고 있는 공모전이다. 작년에 5회까지 했다. 인권 쪽 활동을 많이 하다가, 인권 활동도 나름 의미 있지만 장애인의 삶에 뭔가 실질적인 기여를 하려면 이들의 삶을 변화시키는 제품이 나와야 한다는 생각에 만들었다. 좋은 기술을 통해 제품이나 서비스가 개발이 돼야 장애인의 삶이 실질적으로 나아질 거라 생각했다. 작년에 5회째 하다보니
보건복지부 장관상과 서울시장상도 수여하게 됐다. 올해는 또 다른 목표를 갖고 있다. 장애 기술 관련한 커뮤니티나 실질적인 멘토링이 가능한 멘토링 툴을 만드는 걸 계획하고 있다."
-타임뱅크(Time Bank) 사업도 올해 본격 시행한다고 들었다. 어떤 사업인가?
"디라이트와 고객이 함께하는 공익활동이다. NGO 단체와 사회적 기업, 소셜벤처 등을 지원하는 공익사업이다. 고객이 매월 자문기간 중 일부를 우리에게 기부하면, 우리도 그 만큼의 시간을 기부형식으로 매칭해 뱅크(Bank)에 넣는다. 이렇게 쌓인 뱅크에 있는 시간만큼 NGO 단체 등에 무료 법률자문을 해주는 사업이다. 예컨대, 고객이 매월 0.5시간을 기부하면 우리 법인도 0.5시간을 함께 기부, 매월 1시간을 NGO 단체 등을 위해 사용한다."
-설립 10년차 모습이나 앞으로의 비전은?
"기본적으로 스타트업과 기술 벤처 로펌 중 아시아 1등을 목표로 하고 있다. 4년 뒤에는 설립 10년을 맞는다. 이때에는 매출보다도 해외에 고객을 많이 둔 글로벌 플레이어가 돼 있으면 좋겠다."
-미국에도 진출할 계획이 있나?
"그렇다. 미국도 지금 이야기하고 있는 로펌이 있다. 다음 달 미국쪽에서 한국에와 우리와 이 문제를 논의한다. 해외 고객은 아직 미미한 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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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질문이다. 어떤 고민을 갖고 있나?
"요즘 고민은 지속 가능성이다. 스타트업들도 그렇다. 시작 단계서는 투자자들이 창업자가 무슨 비전을 갖고 있는지, 혹은 무슨 목표를 갖고 있는지를 본다. 초기단계서는 비전과 목표만 보고도 투자를 한다. 하지만 시리즈B나 C가 되면 비전만 갖고는 안된다. 그러면 투자를 받지 못한다. 성과를 실제로 보여줘야 한다. 우리도 마찬가지다. 6년이나 됐으니 목표만이 아니라 숫자로 무언가를 보여줘야 한다. 그래야 지속가능할 수 있다. 좋은 목표야 누군들 못 세우겠나. 세운 목표를 실제로 구현해 지속 가능하게 만드는 거, 이게 현재 나의 제일 큰 고민이다. 그래서 올해는 시스템 정비를 중점적으로 하려 한다. 최근 ERP를 자체 개발해 사용하고 있는데, 이것도 우리 나름대로 체계적인 관리를 하기 위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