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컬 테크놀로지(Medical Tech)란 질병 예방·진단·치료를 위한 의료기기 관련 산업을 의미하는 말이다. ‘김양균의 메드테크’는 기존 정의를 넘어 디지털 헬스케어 등 신의료 기술을 도입하거나 창업 등에 도전한 의료인 및 의료기관의 스토리를 소개한다.
미국 전문가들이 디지털치료기기(DTx)가 집중력결핍 과잉행동장애(ADHD) 치료를 위한 ‘효과적인 도구’가 될 수 있다는 견해를 밝혔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지난 2020년 6월 아킬리 인터액티브(Akili Interactive)의 ‘엔데버Rx(EndeavorRx)’를 주의력에 문제가 있는 8세~12세 부주의한 유형 또는 복합형 ADHD 소아 환자의 주의력 개선 용도로 승인했다.
현재 DTx 분야를 사실상 주도하고 국가는 미국이다. 기자가 만난 현지 의사 및 임상심리학자는 DTx의 가능성과 유효성에는 주목했지만, DTx가 ADHD 치료를 위한 새로운 치료옵션은 아니라는 점을 강조했다. 환자의 복약을 돕고, 사회적 낙인을 줄일 수 있는 치료 보조 도구로써 유용하다는 것이다.
지디넷코리아는 지난달 31일 제프리 뉴콘 미국 뉴욕 마운트 사이나이병원 교수, 베스 크론 마운트사이나이병원 임상심리학 교수, 황순조 네브래스카대 의대 교수 등과 만나 ADHD와 DTx에 대한 그들의 견해를 들었다.
Q. 집중력결핍 과잉행동장애(ADHD)에 대한 글로벌 대응을 촉구하는 활동을 하고 있다던데.
▲제프리 뉴콘 마운트 사이나이병원 교수: ADHD를 전 지구적인 문제로 파악하고 있기 때문에 글로벌 대처가 중요하다. 때문에 현재 미국과 유럽 등 각국의 ADHD 관련 학회에서 활동 중이다. 활동의 일환으로 한국의 ADHD 문제 역시 공동의 의제로 다루려 한다.
▲베스 크론 마운트 사이나이병원 교수: ADHD는 신경생리학적 질환이지만 증상은 인지·감정·행동 영역에서 발현된다. 당사자가 처한 문화와 환경의 영향을 받기도 한다. 때문에 당사자의 어떤 환경에서 발현되는가도 상이하다. 질환과 대상자의 이해를 비롯해 검사와 치료 모두 이러한 문화·환경을 고려해서 진행돼야 한다.
▲황순조 네브래스카대 의대 교수: ADHD는 당사자의 연령이 낮을 때 발현된다. 문제는 증상으로 인해 잠재 능력을 충분히 발휘하지 못하게 되는 경우가 발생한다는 점이다. 문제 행동으로 학업 수행에 어려움을 겪는 점 등이 대표적이다. 최근에는 약물복용 ADHD의 충동성과도 연결된다는 보고도 있다.
Q. 미국에서 소아청소년 ADHD 환자 수가 증가하는 추세인가.
▲제프리 뉴콘 교수: 유의미한 유병률 변화는 없지만, 정신질환에 대한 인식이 개선되고 관련 정보도 많아져서 진단율이 늘고 있다. 질환에 대한 이해가 높아져서 정신과 접근도도 높아지고 있는 것이다. 코로나19 팬데믹 기간동안 재택수업을 받다가 현재 유행 상황이 나아지면서 다시 교실로 돌아가는 것에 대해 어려움을 겪는 학생들이 많고, 이것이 ADHD 증상 발현에 영향을 미쳐 소아청소년 환자가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ADHD는 발달장애로써 아동 청소년기에 나타나지만 성인기가 되어도 증상이 이어지는 경우도 적지 않다. 미국에서 아동기 유병률은 4%~5%, 성인은 약 2%가 ADHD를 앓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베스 크론 교수: 미국에서 진료나 진단, 치료는 지역별 격차가 크다. 뉴욕의 경우, 재정적 어려움이 있는 부모들도 지원 프로그램을 이용할 수 있다. 그렇지만 전문가가 적어 제때 환자 진단 및 치료가 이뤄지지 못하는 지역도 많다.
▲황순조 교수: 한국과 미국의 ADHD 환자들은 증상 발현이 상이하다. 우리나라는 학업 성적을 중요하게 여기기 때문에 학업으로 인한 증상 발현이 많다. 미국에 비해 우리나라는 아동청소년의 치료 접근도가 떨어진다. 특히 지역으로 갈수록 접근도는 더 떨어지는 것으로 보인다.
Q. 미국에서 ADHD에 대한 스티그마(사회적 낙인)는 어떠한가.
▲베스 크론 교수: 정신질환에 대한 스티그마는 적절한 진단을 받지 못해 증상이 악화되면서 낙인이 찍히는 경우가 많다. ADHD도 ‘질환’이라는 사회적 인식이 생기면 스티그마가 개선되기 때문에 질환자 상호간에 네트워크나 예술 표현 등으로 소통하려는 노력이 많이 이뤄지고 있다.
▲제프리 뉴콘 교수: ADHD 등과 같은 정신과 분야의 질환은 대개 약물 치료로 이뤄지게 된다. 이때 환자가 정신과 약물을 복용한다는 사실이 스티그마로 작용하기도 한다. ADHD를 앓는 학생에서 학교에서 복약지도를 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 경우에 놀림이나 이로인한 수치심 등을 토로하는 학생들이 있다. 과거보다 인식 개선이 되었지만, 여전히 정신과 약물 복용에 대한 스티그마는 존재한다.
“ADHD DTx, 도움될 수 있다”
Q. ADHD에 대한 인지행동치료로써 DTx의 유효성을 어떻게 판단하나.
▲베스 크론 교수: 미국에서 DTx의 역사는 생각보다 길다. 1960년대부터 전화를 통한 치료가 이뤄졌고, 전투기 조종사를 대상으로 컴퓨터 게임을 통한 집중력 증가나 훈련 등을 시행해왔다. DTx가 약물 치료를 대체하리라고 보진 않지만 ADHD 증상 개선에는 중요한 역할을 할수 있다고 본다. 특히 증상이 경증일 때 도움이 될 가능성이 크다.
▲제프리 뉴콘 교수: ADHD 치료를 위해선 꾸준한 약 복용이 필수다. ADHD 환자들은 주의 집중력이 떨어져 복약을 잊고 지나치는 경우가 많다. 이때 DTx가 도움을 줄 수 있다.
▲황순조 교수: DTx가 환자의 자존감 회복 등 정서와 사회성에 도움이 될 수 있다. 또 세분화된 인지 기능 개발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
Q. ADHD의 이른바 ‘표적치료제’로써 DTx가 새로운 치료옵션의 하나가 될 수 있다고 보나.
▲제프리 뉴콘 교수: 의학 영역에서 중요한 치료 도구로 자리 잡을 것이다. 진단과 일상 지능 장애에 대한 정확한 측정을 비롯해 치료 협조를 위한 수단으로써 중요한 역할을 맡게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황순조 교수: 청소년들은 한시도 스마트폰 없이 생활하지 못한다. DTx도 이러한 스마트폰 세대에 걸맞은 역할을 하게 될 것으로 예상한다. 가령, 환자는 자신의 증상을 DTx를 통해 매일 측정해 본인의 상태를 정확히 인지하면 관리가 가능해진다. 이밖에도 인지·정서·사회 기능 개선에 DTx가 도움이 될 것으로 본다.
Q. 미국 의료계에서 DTx를 ADHD의 새로운 치료옵션으로 처방하는 사례는 많은가.
▲제프리 뉴콘 교수: 아직은 인지행동치료 등 특정 부분을 개선시키는 분야로 한정되어 있다.
▲황순조 교수: 아직 미국 의료계에서도 DTx가 활성화되어 사용된다고 보기는 어렵다. 더 많은 연구와 데이터 축적이 필요하다.
Q. 왜 DTx 기획 단계부터 의료진이 참여해야 할까.
▲제프리 뉴콘 교수: 기능이 좋은 개발도 중요하지만 환자들이 잘 사용할 수 있고, 유의미한 치료 효과가 더 중요하다. 개발 처음부터 의료진 참여 여부는 매우 중요하다. DTx는 치료 개선보다 인간 기능 향상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DTx는 일상생활에서 기능의 문제를 야기하는 부분의 개선, 즉 다양한 영역에서의 기능 개선에 초점을 맞춰 개발이 진행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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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스 크론 교수: 환자에 대해 밀도있는 이해를 가진 임상의가 개발에 참여해야 환자에게 정말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파악할 수 있다. 때문에 의료진이 DTx 처음부터 개발자들과 긴밀하게 협업해야 한다.
▲황순조 교수: 개발 중인 DTx를 보면 신경과학적 이해가 부족한 제품이 적지 않다. 뇌의 핵심 영역에 유의미한 변화를 일으킬지에 대한 연구가 개발과 함께 이뤄져야 한다. 만약 DTx의 가능성을 이야기 하지만 유의미한 용량과 뇌의 반응 관계에 대한 연구도 거의 이뤄지지 않고 있다. DTx의 잠재력은 있지만 의학적이나 신경과학적 이해없이 개발이 이뤄질 때 그 기능에 의문이 나올 수 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