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려주세요" 몸부림에도…치밀했던 강남 납치극

납치·살해 2~3개월 전부터 계획 세운 것으로 보여

생활입력 :2023/04/02 07:48

온라인이슈팀

지난 29일 밤 11시45분쯤, 야심한 시간에 차 한 대가 강남구 역삼동의 한 아파트 입구에 섰다. 정차 전 한 남성이 이미 아파트 단지로 들어간 상태였다.

2~3분쯤 지났을까? 아파트 안에 있던 남성은 사위가 적막한 밖으로 모습을 드러냈다.

지난 29일 밤 11시48분쯤 강남구 역삼동 한 아파트 앞에서 피해자가 납치되고 있다.(영상 = 독자제공)

그는 격렬하게 저항하는 40대 여성을 끌고 나왔다. 여성은 "살려주세요"라고 외쳤다. 바닥을 구르며 몸부림을 쳤으나 여성은 끝내 범죄의 손길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강남에 있는 부동산·금융 관련 회사를 다니던 이 여성은 지난달 31일 대전시 대청댐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4월 첫날이자 주말인 1일 전국을 떠들썩하게 한 '강남 납치·살해 사건'의 전모이다. 전날 검거된 피의자는 A씨(30·무직)와 B씨(36·주류사 직원), C씨(35·법률사무소 직원)이다. 이들은 범행을 위해 사전 공모를 한 것으로 나타났다

경찰은 "코인을 빼앗을 목적으로 범행했다"는 피의자의 진술을 토대로 청부 살인 가능성과 공범 유무, 여죄 규명에 수사력을 총동원하고 있다.

이들은 도대체 왜, 또 어떻게 범행을 모의한 걸까?

A씨와 B씨는 배달일을 하면서 서로 알게 됐다. B씨와 C씨는 대학 동창이었다. A씨와 C씨는 B씨의 소개로 알게 됐다.

A씨와 B씨는 피해자와 일면식도 없는 관계였고, C씨는 경찰 조사에서 피해자와의 관계를 진술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나마 입을 열고 있는 것은 A씨다. 그는 "C씨가 범행의 큰 그림을 그리고 자신과 B씨가 이에 동조하면서 범행에 가담했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전해진다.

A씨의 진술 등에 따르면 C씨가 피해자를 지목하고 범행 도구 제공 등의 역할을 한 것으로 보인다. C씨가 B씨에게 범행을 제안하고 B씨는 A씨에게 범행을 제안하는 방식의 공모였다.

A씨는 B씨가 약 3600만원의 채무를 탕감해준다고 해 범행에 가담했다고 진술했다. 이들이 어떤 약정을 했는지, 실제로 얼마를 받았는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경찰은 "A씨와 B씨가 피해자를 차량으로 납치 후 살해 암매장했는데 정확한 역할은 수사를 통해 확인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경찰은 전형적인 계획범죄로 보고 있다. 이들은 범행 2~3개월 전부터 사전 공모한 것으로 의심받고 있다.

특히 사건 전날 A씨와 B씨는 서울로 올라왔다. 범행 당일 이들은 피해자의 퇴근 시간을 기다리다가 몇 시간 후에 그를 납치해 숨지게 했다.

이들이 사전에 피해자를 선정하고 미행하거나 범행 도구까지 준비한 정황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피해자 살해 후 이들은 현금을 사용하거나 범행 차량을 버린 뒤 렌터카를 이용하고 옷을 갈아입는 등 용의주도함을 보였다.

납치 후 이들의 경로는 역삼동→대전→청주→성남이다. 31일 이들이 검거된 장소는 성남 모란역(A씨)과 수정구 모텔(B씨)이었다. 또 다른 피의자 C씨는 같은 날 오후 5시40분 강남구 논현동에서 체포됐다.

경찰은 피해자 가족이 이번 범죄에 연루됐을 가능성은 물론 공범 유무도 집중 수사한다는 방침이다. 사건 관할 수서경찰서는 코인 관련성을 수사하기 위해 서울경찰청 전문인력의 지원도 받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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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관계자는 "범행 경위와 동기를 조사한 후 신상공개 의회를 거쳐 피의자 신상 공개 여부를 검토할 예정"이라며 피해자 진술과 피의자의 부검 결과 등을 토대로 1일 구속영장을 신청했다고 밝혔다.

제공=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