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쟤가 '질풍노도의 시기'라는 세로야?"
"탈출한 얼룩말 아니야, 쟤?"
"세로야, 여기 좀 봐 줘!"
1일 오후 서울 광진구 어린이대공원은 맑고 따뜻한 주말을 맞아 봄나들이를 나온 인파로 북적였다. 특히 알파카, 조랑말, 얼룩말 등을 모아 놓은 동물원 내 초식동물마을은 얼룩말 '세로'를 보려는 방문객으로 가득했다.
수리 중인 나무 울타리와 철창, 현수막 등에 가려 세로의 모습이 잘 보이지는 않았다. 그럼에도 방문객들은 방사장 맞은편 높은 곳에 조성된 데크와 산책로 쪽에 올라서 휴대폰 카메라에 세로의 모습을 담는 데 열심이었다.
세로는 특히 어린이, 청소년들의 관심과 사랑을 한몸에 받았다. 키가 작은 어린이들은 세로의 모습을 볼 수 없어 목을 쭉 빼며 발을 동동 구르기도 했다. 세로를 자녀에게 보여주기 위해 목마를 태워 주는 방문객도 많았다.
세로는 줄곧 관람로 쪽에서 등을 돌려 궁둥이를 보인 채 서 있다가, 간혹 귀와 꼬리를 팔락이는 등 얌전한 모습이었다. 사육사로부터 간식을 받아 먹은 뒤로는 이웃 캥거루에게 잠깐 관심을 보인 뒤 방사장을 유유히 활보했다.
방문객들은 어린이대공원의 새로운 마스코트로 떠오른 세로에게 큰 흥미를 보이는 한편, 부모를 잃고 외톨이가 된 세로의 처지를 동정하기도 했다.
뉴스에 나온 화제의 얼룩말을 보기 위해 친구들과 어린이대공원을 찾았다는 김순옥씨(70·여)는 "혼자 있는 세로가 너무 안되어 보인다"며 "서울대공원에도 얼룩말이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빨리 새로운 가족을 찾아 주었으면 좋다"고 안타까워했다.
동행인과 얼룩말 무늬 잠옷을 맞춰 입은 김지유씨(32·여) 역시 "세로의 기분이 그렇게 좋아 보이지는 않는다"며 "먹이를 먹기 전까지는 계속 제자리에 서 있어서 안쓰러웠다"고 말했다.
세로는 지난달 23일 오후 2시43분쯤 우리 주변에 설치된 나무 울타리를 부수고 탈출했다. 3시간여가량 광진구 자양동 일대 주택가를 활보하던 세로는 이날 오후 6시10분쯤 동물원으로 복귀했다.
이후 세로는 내실에 머물며 안정을 취한 뒤 지난달 29일부터 다시 방사장으로 나와 관람객 앞에 모습을 보이기 시작했다.
서울시설공단에 따르면 2019년생 수컷 그랜트얼룩말 세로는 지난 2021년 엄마 '루루'를, 지난해 아빠 '가로'를 차례로 잃었다.
얼룩말은 무리 생활을 하는 습성이 있는 만큼, 어린이대공원 측은 세로의 외로움을 달래 주기 위해 이르면 올 연말, 늦어도 내년까지는 세로의 짝을 데려다 줄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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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어린이대공원 측은 이같은 '탈출 소동'의 재발을 막기 위해 초식동물마을의 울타리와 관람데크 교체 공사를 시행 중으로, 오는 30일까지 공사를 마칠 예정이다.
제공=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