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자동차, 배터리 업계의 우려를 샀던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세부지침이 공개된 가운데 업계에서는 당초 우려했던 기존 공급망을 크게 바꾸지 않아도 돼 우선 급한 불은 껐다는 평가다. 다만 향후 2024년까지 중국 중심의 공급망에서 벗어나야 하는 숙제를 안게 됐다.
미국 재무부는 지난달 31일(현지시간) 이달 18일부터 적용되는 IRA 세액공제 세부지침을 공개했다.
이날 공개된 지침을 살펴보면 우선 국내 배터리 업계가 가장 우려했던 원자재 조달 규정이 완화됐다. 이번 세부지침에는 핵심광물의 추출 또는 가공 중 한 조항만 만족한 상태로 50%의 부가가치를 창출하면 세액공제 요건을 충족하는 것으로 봤다.
다시 말해 리튬, 니켈, 망간, 흑연, 코발트와 같은 핵심광물을 미국 혹은 미국과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하지 않은 국가에서 조달 받더라도 가공만 국내에서 한다면 세액 공제를 받을 수 있는 것이다. 당초 지난해 8월 IRA 입법 당시 대중국 의존도가 높은 리튬, 니켈 등을 미국 또는 미국과 FTA 체결국에서 40% 추출해야 한다는 단서 조항이 있어 국내 업계의 우려를 산 바 있다.
또 미국 재무부는 음극판, 양극판을 만들때 사용되는 양극 활물질 등 구성소재(constituent materials)는 배터리 부품에 포함되지 않는 것으로 명시했다. 이에 따라 해당 물질은 북미에서 생산하지 않아도 세액공제 조항을 위반하지 않는다. 반면 4대 부품(음극판, 양극판, 분리막, 전해질)은 배터리 부품에 포함됐는데 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 SK온 등 3사는 이미 북미에 부품 생산 시설을 갖추고 있어 큰 타격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줄곧 미국 당국에 인도네시아, 아르헨티나를 핵심광물 원산지 요건 충족 국가로 넣어줄 것을 요청했지만 이는 반영되지 않았다. 다만 미국 정부는 추후 국가별 협상 결과에 따라 특정국 추가 여부를 결정한다고 밝혀 이 역시 아직은 희망적인 대목이다. 국내 배터리 3사는 인도네시아에서 배터리 원자재를 대거 조달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IRA 세부지침 조항은 대체적으로 정부의 요청이 대거 받아들여졌다는 평가다.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는 "전체 총합 기준으로 부품·광물 요건 판단, 양극 활물질 등 구성소재 제조과정을 광물 가공과정으로 인정, FTA 체결국 범위 확대 검토 등 이번 세부조항엔 정부와 업계 의견이 상당 부분 반영됐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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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우려되는 지점도 존재한다. 배터리 부품과 핵심광물을 각각 2024년, 2025년부터 '외국 우려 단체'(foreign entity of concern)에서 조달해서는 안된다고 명시한 것이다. 우선은 중국과 같은 미국의 비우호국에서 핵심광물을 조달 받아도 가공기준만 만족하면 되지만 향후엔 이 역시 금지된다고 천명한 셈이다. 다만 재무부는 외국 우려 단체를 정의하지 않았고, 향후 추가적인 의견 수렴을 거쳐 우려 단체 국가를 공개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미국은 지난해 8월 기후변화 대응을 이유로 IRA의 세부조항을 만족하는 전기차를 대상으로 최대 보조금 7천500달러(약 1천만원)를 지급키로 했다. 세액공제 형태로 지급되는 보조금은 ▲북미 제조·조립한 배터리 부품 사용시 3천750달러(약 500만원) ▲미국이나 FTA 국가에서 채굴·가공한 핵심광물 사용시 3천750달러가 각각 지급되는 방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