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새내기 대상으로 인터뷰하고 있는데 도와줄 수 있나요?"
교내에서 접근한 선배는 친절했다. 명문대 강연을 들으러 가자거나 좋은 멘토를 소개해주겠다고 했다. 학교생활을 막 시작한 대학 새내기(신입생)에게 발 벗고 도움을 주려는 선배의 존재는 크게 다가왔다. 그러나 친절함 뒤에는 의도가 있었다. 어느 순간부터 그는 '훌륭한 선생님인 정명석'을 언급하기 시작했다. JMS 신도였던 선배는 그렇게 서서히 접근했다.
대학 새내기 시절 기독교복음선교회(JMS)의 포교에서 탈출한 20대 여성 A씨가 최근 뉴스1과의 인터뷰에서 이 같은 일화를 소개했다. A씨는 "다큐멘터리를 보며 아무 것도 모른 채 JMS에 끌려갈 뻔했던 스무살 과거의 제가 생각이 나 정말 괴로웠다"며 "그럼에도 사람들이 JMS에 경각심을 갖고 저 같은 피해자가 나오지 않게 하기 위해 용기를 냈다"고 말했다.
최근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나는 신이다'를 통해 정명석 JMS 총재의 파렴치한 행태가 밝혀지며 포교의 중심지로 꼽힌 대학가에서도 JMS에 대한 폭로가 이어지고 있다. JMS가 대학 새내기에게 어떻게 접근하는지 A씨에게 들어봤다.
◇ 대학 파고든 JMS…새내기 속여 가스라이팅
A씨는 아직도 JMS가 처음 접근한 그날의 기억이 생생하다. 자신을 '학교 선배'라고 소개한 B씨는 교내 카페에서 A씨에게 다가왔다. 인터뷰를 핑계로 연락처를 물었고 이후 "명문대 재학생만 들을 수 있는 강연을 듣게 해주겠다"고 여러 차례 제안했다.
A씨는 "인터뷰 이후 B씨는 '선배로서' 저를 위하고 있으며 도와주고 싶다는 것을 굉장히 강조했다"면서 "개강한 지 얼마 되지 않은 3월 초였고 새내기라면 혹할 수밖에 없는 제안을 악용한 악질적인 전도 수법이었다"고 떠올렸다.
다큐멘터리와 반JMS 인사 증언에 따르면 JMS는 그동안 대학교를 중심으로 20대 젊은 신도를 모집한 것으로 드러났다. 20대가 관심 있을 만한 심리검사, 멘토링 등을 내세운다.
일정이 맞지 않아 A씨가 강연 참석을 거절하자 B씨는 명문대 멘토 C씨를 소개해주고 싶다며 계획을 변경했다. 반복되는 회유에 결국 만난 20대 중후반 여성 멘토는 성경 공부를 하며 서서히 A씨를 가스라이팅(심리적 지배)했다.
C씨는 "다른 학교 사람을 만나지 마라" "학교 활동 하지 마라" "성경 공부도 나를 만나는 것도 부모님께 말하지 마라" 등 A씨를 고립시키려 했다. 사탄에게 홀릴 수 있다는 이유였다.
뉴스도 SNS도 나쁜 것이기 때문에 하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A씨는 "여성 신도들을 성폭행해 10년 형을 선고받은 정씨에 대한 정보에 접근하지 못하게 하려는 의도였다"고 설명했다.
이해할 수 없는 요구는 만남이 누적될수록 늘어났다. C씨는 "JMS 교리에 의하면 하나님과 인간이 신부의 관계를 맺고 사랑하는 시대이기 때문에 사랑을 담아 편지를 써야 한다"고 요구했다. 강제로 사진도 찍었다. 멘토가 말한 하나님은 정씨였다. 당시 복역 중이던 정씨는 신도들에게 사진과 편지를 교도소로 보내라고 강요한 것으로 알려졌다.
애인이 있는지도 물었다. A씨가 이에 답하자 C씨는 손뼉을 치며 "주님(정명석)께서 너무 좋아하시겠다"고 웃었다. A씨는 "교주 출소 이후 상록수(정씨의 신부로 준비된 여성 신도)로 끌어들이려 한 정황으로 보여 정신적 충격이 정말 컸다"고 말했다.
JMS 피해자 모임인 '엑소더스' 전 대표인 김도형 단국대 교수는 언론 인터뷰에서 "정씨의 취향을 아는 여신도와 간부들이 여대 앞에서 키 크고 예쁜 여자를 기다렸다가 포섭해 바친다"고 증언한 바 있다.
◇ "사탄 세력이 '선생님' 박해…교회 나가자"
정씨에 대한 신격화도 서서히 진행됐다.
C씨는 "성경 공부만 하면 뭐든 이룰 수 있다"며 성경 공부를 빌미로 '훌륭한 선생님'에 대한 이야기를 차츰 꺼내기 시작했다. 이어 정씨를 치켜세우는 작위적 일화들을 흘리며 교묘하게 성경의 메시아가 정씨라는 암시를 줬다.
C씨는 "예수가 박해받았듯 '선생님' 또한 현재 사탄 세력에 의해 박해받고 있다"며 "다음부터는 교회에 나가 예배하자"고 A씨에게 강요했다.
JMS의 정체를 알게 된 것은 C씨가 실수로 수상한 제목이 적힌 찬양 파일을 보낸 후였다. 이상하다고 느낀 A씨는 가사를 검색했고 정씨와 JMS에 대한 실체를 알게 됐다. A씨는 "전체 교리 30강 중 10개를 듣는 사이 세뇌가 돼서인지 JMS의 실체를 처음 알았을 때 '사탄이 나를 시험하는 건가'라는 생각이 들어 저도 모르게 들어 혼란스러웠다"며 "지금 생각해 보면 정말 경악스럽다"고 회고했다.
A씨가 연락을 끊자 B씨는 "오해가 있는 것 같다. 선물 줄 게 있으니 만나자"고 여러 번 연락했다. A씨는 "그때를 회상하면 아직도 공포를 느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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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씨는 "대학가에 학생을 노린 사이비 종교가 포진해 있기 때문에 저 같은 피해자가 나오지 않게 경각심을 가졌으면 좋겠다"며 "'저런 것에 누가 넘어가' 하고 쉽게 생각하는 경우가 많은데 그들은 작정하고 거짓말하며 심리의 빈틈을 파고들기 때문에 조심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제공=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