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종희 삼성전자 부회장(DX부문장)이 주주들의 날카로운 질문에 진땀을 뺐다.
15일 삼성전자 제54기 정기 주주총회가 열린 수원 컨벤션센터는 예년과 달리 비교적 한산했다. 지난해에는 코로나19 확산세에도 불구하고 1천600여명의 주주가 현장에 참석했지만, 올해는 지난해 절반도 못 미치는 600여명의 주주만 현장을 찾았다.
이날 현장에 참석한 주주들은 사업 현황과 관련해 송곳 질문을 쏟아냈다. 답변이 두루뭉술하다거나 동문서답이라는 일부 주주들의 지적에 한종희 부회장이 여러 차례 사과하는 풍경도 빚어졌다.
한 주주는 내부 회계관리제도 평가를 주기적으로 했다고 하는데 대표이사가 직접 어디까지 확인했는지를 물었다. 하지만 한종희 부회장은 “여러 대내외 상황 여건을 충분히 감안해 경영활동을 수행하고 있다”며 “앞으로 관련 사항을 충분히 감안하는 등 회사 발전을 위해 더욱 노력하겠다”고 질문의 요지와 동떨어진 답변을 내놨다.
이에 또 다른 주주가 나섰다. 그는 “다른 답변도 동문서답 느낌을 받았지만, 조금 전의 답변은 전혀 엉뚱한 대답이었다”며 “질문의 상당수가 짜여 있는 느낌을 받았는데 의장님은 어떻게 생각하시냐”고 묻자 주총장에서는 박수가 터져나왔다.
이에 한종희 부회장은 “만족할 만한 답변이 아니었다면 사과드리겠다”며 “방금 말한 부분은 사실관계 확인이 필요해 당장 답변이 어려우니 주총이 끝나고 회사를 방문해주면 관련 내용에 대해 상세히 답변해드리겠다”고 양해를 구했다.
한 부회장은 주총이 끝나기 직전 해당 질의에 대한 구체적인 답변과 함께 “처음 답변 충분하지 못했던 점 양해 부탁드린다”며 사과의 말을 덧붙였다.
이정배 메모리사업부 사장 역시 질문의 핵심을 비껴가는 답변을 했다. 한 주주는 국내서는 조달할 에너지가 모자른데 어떻게 탄소제로를 달성하고자 하는지에 대해 질문했다.
이 사장은 "2022년 9월 혁신기술을 통해 기후위기를 극복하는 데 동참하고 2050년 탄소중립을 달성한다는 내용을 담은 친환경경영전략을 발표했고, 혁신적인 기술과 제품을 통해 글로벌 탄소 감축에 기여하고자 저전력 제품을 개발하고 재생에너지 사용을 확대하고 있다"며 "온실가스 배출을 저감하는 동시에 2050년 100% 재생에너지 전환을 위해 직간접 배출을 줄이고자 한다"고 답했다.
주주가 요구한 대응책이 아닌 현재 사업 현황을 읊는 수준에 그친 답변이었다.
다소 원론적인 답변들이 이어지자 또 다른 주주는 경영진의 성의 있는 답변을 요청하기도 했다. 그는 “모든 답변이 너무 두루뭉술하다”며 “주주들을 호구로 보는 것 아니냐며, 왜 이렇게 무시하냐”고 성토하자 청중에서는 박수가 터져 나오기도 했다.
이에 한 부회장은 “불편을 드렸다면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며 “저를 비롯한 모든 임직원은 고객분과 주주분들의 불편을 해소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사과를 표했다.
이 같은 주주들의 지적이 속시원하다는 반응도 있었다. 주총이 끝난 후 로비에서 만난 서울 구로구 오류동에서 온 오모씨는 "안그래도 답변들이 두루뭉술하다 생각하고 있었는데 (다른 주주가)사이다 발언을 해서 기억에 남는다"고 말했다.
“이재용 회장 등기이사 선임 검토하고 있지 않아”
질의응답 시간에는 이 밖에도 주가부양, 배당금확대, 애플페이 대응전략, 이재용 회장 등기이사 선임 등과 관련한 질문들이 이어졌다.
삼성전자 주식을 10만원대에 매입했다는 한 주주는 “재작년보다 작년 당기순이익이 올랐는데도 배당금은 같다“며 ”온 가족이 주식을 가지고 있을 정도로 삼성전자를 믿고 투자했는데, 주주를 물로 보고 있는 것이 아닌지 의심스럽다“고 쏘아붙였다.
한종희 부회장은 “회사에 도움되는 방향으로 심도있게 검토해 보겠다”며 “이사회와 경영진은 지속성장을 위해 시설투자와 M&A를 추진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이것이 장기적 주주가치 확대에 도움이 될 것이며, 주주가치를 제고해나갈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노력하겠다”고 답했다 .
이어 “지난해부터 연간 배당을 9조8천억원으로 증액했으며, 정기배당을 초과해 잔여재원이 발생할 경우 추가 환원을 실행할 계획이다”고 덧붙였다.
신사업에 투자하고 미래먹거리를 준비하고 있다지만 가시적 성과가 보이지 않는다는 한 주주의 지적에 한 부회장은 “중장기적으로 기존 사업의 경쟁력을 강화하고 신성장 동력의 육성 및 발굴도 적극 병행해 지속 성장하는 사업 포트폴리오를 구축할 것"이라며 ”특히 AI, 로봇, 전장 등 신규 분야는 기존 사업과 시너지도 매우 큰 만큼 상호 유기적인 성장을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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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페이 국내 상륙과 관련해 삼성페이 국내외 대응 전략에 대한 질문에 노태문 삼성전자 MX사업부장은 “경쟁사 서비스를 언급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 생각하지만, 삼성페이는 온오프라인을 포함해 매우 폭넓은 커버리지로 경쟁 우위를 지녔기에 이를 유지하기 위해 온라인 결제처 확대와 신분증 등의 편의기능을 강화하려 한다”며 “국가별 신용카드 사용률, 모바일결제시장 성숙도 등을 파악해 출시 시장을 검토하고 있으며 현재 삼성 월렛은 29개 시장에서 사용할 수 있다”고 답했다.
책임경영 강화차원에서 이재용 회장의 등기이사 선임 계획을 묻는 주주도 있었다. 한 부회장은 "아직 구체적으로 검토된 바가 없다"며 "이 자리에서 말씀드리기 어려운 점 양해 부탁드린다"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