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수연 대표가 이끈 네이버 1년..."더 젊어지고 단단해졌다”

빠른 의사결정과 소통 강조…굵직한 M&A로 회사 몸집도 키워

인터넷입력 :2023/03/14 13:26    수정: 2023/03/15 11:24

안희정, 김성현 기자

최수연 네이버 대표가 취임 1주년을 맞았다. 세대교체와 조직쇄신, 성장동력이 절실했던 네이버가 1년 만에 더 젊어지고, 단단해졌다. 

네이버 선장으로서 최 대표는 빠른 의사결정과 소통을 위해 구성원들에게 귀를 열었고 손을 내밀었다. 글로벌 기업으로 자리매김하기 위한 빅딜도 서슴지 않은 과감함도 보였다. 수익성이 악화되기도 했지만, 성장은 계속됐다. '소통'과 '글로벌' 키워드로 요약되는 최 대표의 1년을 돌아봤다.

지난해 3월14일은 최 대표가 한성숙 전 대표의 배턴을 이어받아 정식으로 대표에 선임된 날이다. 최 대표는 사내 주요 임원직을 거치지 않고 대표 자리에 오른 80년대생 여성 수장으로 당시 큰 주목을 받았다.

최수연 대표는 재작년 말 내정된 직후부터 대표로 취임한 날까지 꾸준히 직원들과 소통 행보를 이어갔다. 취임 날 네이버 본사에서 열린 주주총회에서 최 대표는 “하고 싶은 말도, 듣고 싶은 얘기도 많을 것 같다”면서 “가장 먼저 직원들에게 이메일을 쓸 것”이라고 말했다.

최수연 네이버 대표

기업문화 회복 절실했던 네이버, 어떻게 변했나

약 2년 전 네이버는 대내외적으로 힘든 시간을 보냈다. 경영쇄신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지배적이었고, 조직개편과 새로운 경영진을 원하는 목소리가 커졌다. 이런 상황에서 최 대표는 지난 2021년 11월 한 전 대표를 이을 새 대표로 선임됐다.

최 대표는 취임 날 임직원들에게 보낸 이메일에서 “이번 대표 교체는 디지털 초기 주역에서 디지털 속에서 자란 세대로의 과감한 배턴 터치”라면서 “내부 소통을 강화해 시너지를 끌어내고, 새 인재를 발탁해 권한을 적극적으로 위임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성장 기회를 끊임없이 만들어 낼 것”이라며 "네이버만의 차별화한 기업문화를 구축하고, 제도와 절차상 미비했던 부분을 보완해 나갈 것"이라고 했다.

또 “네이버는 인터넷 산업 본질에 대해 깊이 이해하는 창업자를 중심으로, 전문성 있는 리더십과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지닌 직원들이 모인 조직”이라면서 “서로 배려하며 존중하고, 과정과 결과에 대해 투명하게 소통해 회사를 믿고 주도적으로 일에 몰입할 수 있는 네이버를 만드는 데 우선순위를 둘 것”이라고도 약속했다.

(사진=지디넷코리아)

최 대표는 이를 이행하기 위해 부단한 노력을 기울였다. 직원들과의 신뢰 회복을 위해 소통 문화 수립에 힘썼다. 임직원과 함께하는 '컴패니언 데이'를 1년 동안 6번 개최하며 내부 목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사내 복지제도 개선안도 공개했다. 네이버 직원들은 이틀 연속 연차를 사용할 때 1일 휴가비 5만원을 지원하고, 3년 이상 근속 시 최대 6개월까지 무급 휴직할 수 있다. 사내식당 역시 중식·석식 모두 무료 제공하고 있다.

새로운 근무제도를 도입하기도 했다. 전면 원격과 주 3회 이상 출근 두 선택지 중 하나를 택해 적용하는 '커넥티드워크'를 마련, 6개월에 한 번씩 임직원이 근무 형태를 자율적으로 바꿀 수 있도록 했다. 조직 내부 문제를 해결하고, 유연한 업무 환경을 조성하려는 노력의 결과다.

M&A 통의 결단력…인수·투자 활발 

최 대표는 지휘봉을 잡은지 한 달 뒤 기자들과 만나 빅테크와 경쟁하겠다는 포부를 밝히기도 했다. 그는 “5년 내 글로벌 10억명 이용자를 확보하는 게 우리 꿈이자 과제”라며 "구글과 메타, 아마존 등 글로벌 기업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게 우리 목표이자, 구상하고 있는 네이버 미래“라고 말했다.

라인 성공과 제트홀딩스 설립을 마친 네이버가 해외 시장 공략을 위해 꺼내든 카드는 개인간거래(C2C) 플랫폼이다. 네이버가 명품 한정판 거래 플랫폼 ‘크림’, 일본 패션 플랫폼 ‘빈티지시티’를 운영하고, 유럽 ‘베스티에르 콜렉티브’ 등에 투자를 진행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최 대표는 포시마크로 국내, 일본, 유럽에 이어 북미 C2C까지 선점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네이버는 올 초 북미 C2C 플랫폼 '포시마크' 인수를 마무리한 데 이어, 스페인 중고거래 플랫폼 '왈라팝'에 추가 투자를 단행했다. 포시마크의 경우, 1조6천억원에 달하는 빅딜이지만 해외 사업 개발과 글로벌 기업으로 자리매김하기 위해 과감한 선택을 한 것이다.

그밖에도 웹툰과 웹소설 등 콘텐츠를 미래 성장 먹거리로 보고, 네이버웹툰 미국 법인에 약 4천억원을 출자하기도 했다. 일본 1위 전차책 서비스 '이북이니셔티브재팬'은 2천억원에 인수했다. 

(사진=지디넷코리아)

사우디아라비아 스마트시티 구축 사업인 네옴시티 프로젝트를 통해 중동 시장 진출도 모색하고 있다. 작년 11월 초 네이버는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 사우디 방문 일정에 동행해 현지 정부, 기업 관계자를 대상으로 인공지능(AI), 클라우드 등 자사 기술을 소개했다.

이어 사우디 자치행정주택부 장관과 데이터인공지능청, 국가정보센터 등 소속 방문단 일행이 네이버 1784 사옥에 방문하며 교류를 지속하고 있다. 최 대표는 네옴시티 관련, “로봇, 디지털트윈, 자율주행, 증강현실(AR), AI 등 미래 기술을 건설사와 협업하는 방식으로 논의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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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수익성 개선과 주주가치 제고 등 풀어야 할 숙제도 있다. 최 대표가 1년간 이끌어온 네이버는 지난해 연간 매출액이 전년 대비 20.6% 늘어난 8조2천201억원으로 사상 최대치를 달성했지만, 영업이익은 1.6% 감소하며 4년 만에 역성장했다. 네이버 주가의 경우, 외부 요인 등의 영향까지 더해져 근 1년간 40% 가까이 떨어졌다.

네이버 관계자는 “최수연 대표를 중심으로 한 ‘뉴 리더십’이 점차 안정적으로 자리잡아가고 있다”면서 “기업문화 측면에서의 안정적인 변화와 함께 장기적인 관점에서 팀 네이버의 멀티플 전략을 통해 다양한 가능성을 타진하고, 여기에 글로벌 시장에서 통할 수 있는 가치를 창출하고자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