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수차 2700대 폐차 안돼…'중고거래 의심 차량' 278대

생활입력 :2023/03/08 17:13    수정: 2023/03/08 17:14

온라인이슈팀

지난해 초강력 태풍 '힌남노'와 연이은 집중호우로 침수 피해를 입었던 차량 일부가 중고 거래됐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8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해 8월부터 올해 3월3일까지 총 278대의 침수차가 이전 등록된 것으로 확인됐다. 이전 등록은 자동차의 소유자를 변경하는 절차로, 통상적으로 중고차 거래시에 이뤄진다.

경기 과천시 서울대공원 주차장에 마련된 보험사 침수차량 집결 장소에 서울 등 수도권에서 침수 피해를 입은 차량이 모여있다. © News1

앞서 정부는 태풍으로 인한 침수차 불법유통 우려가 커지자 대책을 발표하고 지난해 8~9월 발생한 침수차 정보 1만8289건을 확보했다. 지난해 11월 기준 1만4849대는 폐차됐으나 3440대(개인 3292대·매매업자 148대)가 폐차되지 않았다. 이후 개인소유 침수차량 중 589대가 추가로 폐차됐으나 이전 등록된 278대를 포함해 총 2703대가 남아 있다.

이에 따라 중고차 수요가 많은 성수기와 맞물려 침수차가 시장에 유입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중고차 업계는 상품성 개선 모델이 나오는 11월부터 2월 사이를 비수기, 취업·입학과 나들이철이 겹치는 3월을 성수기로 분류한다.

국토부는 소비자가 구매 전 침수차를 인지할 수 있도록 정보공개 범위를 넓히는 방향으로 제도를 개선한 바 있다. 기존에는 자기차량손해 담보 특약(자차보험)에 가입된 차량 중 전손(수리비>차량값) 침수차만 정보를 기재했는데 분손(수리비<차량값)도 전용 사이트인 '자동차365'에서 확인할 수 있게 했다. 소비자가 미리 정보를 파악할 수 있다면 잘못된 거래를 막을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주요 중고차 업체도 침수이력을 파악할 수 있는 보험에 가입된 차를 위주로 매입해 불법 유통을 막고 있다. 직영중고차 플랫폼 기업 케이카(381970)는 매년 침수차 안심 보상 프로그램을 실시해 숨은 침수이력이 발견되면 중고차의 가격과 이전비용을 전액 환불하고 추가 보상금 100만원을 지급한다.

중소업체와 개인딜러 위주로 형성된 중고차 시장 특성상 '숨은 침수차'가 문제라는 목소리도 있다. 예컨대 차주가 자차보험에 가입하지 않았거나 보험처리를 하지 않으면 침수를 파악하기 어려운데 이러한 숨은 침수차들이 시장에 흘러들어온다는 것이다. 자동차관리법상 침수사실을 숨기고 판매할 경우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지만 처분이 약하다는 지적이다.

업계 관계자는 "일반 중고차 상사에서는 침수차를 폐차해도 전액보상이 안 되기 때문에 수리하거나 세차해 판매하는 경우가 있다"며 "침수차는 가격이 많이 떨어지니 헐값에 '줍줍' 한다고 생각하는 소비자들도 있다"고 말했다.

다만 현재까지 침수차로 인한 피해가 접수되지는 않았다는 것이 국토부 측 설명이다. 국토부는 당시 집계된 침수차를 중심으로 모니터링을 진행 중이다. 침수사실을 은폐한 매매업자의 자격을 바로 취소하는 자동차관리법 개정안도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에 계류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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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자동차의 △주요 부품 △안전벨트 △창문의 틈 사이 △실내 매트 아래 바닥재 등의 오염 여부를 살피면 침수 여부를 진단할 수 있다.

제공=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