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낸 놈은 교도소 가면 그만, 우린 어쩌나"

경찰, 방화 용의자 40대 남성 주거지서 검거

생활입력 :2023/03/05 12:14

온라인이슈팀

“불낸 놈은 교도소 가면 그만이지만, 우리 상인들은 어쩌나.”

5일 오전 9시30분께 찾은 인천 동구 송림동 현대시장은 전날 발생한 화재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있었다. 시장에 가까워지자 매캐한 냄새와 함께 바람에 날린 잿더미가 곳곳에서 발견됐다.

[인천=뉴시스] 김동영 기자 = 5일 오전 인천 동구 현대시장 점포들이 전날 발생한 화재로 불에 탔다. 전날 현대시장에서 발생한 화재로 인해 시장 내부 212개 점포 가운데 55개 점포가 불에 탔다. 2023.03.05. dy0121@newsis.com

화마가 휩쓸고 간 현대시장 점포들은 전쟁터 한복판을 방불케 하듯 검게 타 있었다. 생필품을 진열해 놓은 마트 가판대 위에는 형태를 알아볼 수 없는 잿더미와 함께 뜨거운 화염에 녹아내린 음료수와 맥주 캔, 부탄가스통이 나뒹굴고 있었다.

불길이 지나간 점포 앞에서 상인들은 고개를 떨구며 깊은 한숨을 몰아 내쉬는 동시에 방화 저지른 남성에 대한 분노의 목소리를 높였다. 상인들은 이번 화재를 전기적 요인 등으로 인한 자연발화로 바라보지 않고, 술에 취한 한 남성의 방화로 봤다.

상인들은 발화지점이 한곳이 아닌, 여려 곳인 점을 토대로 이번 화재의 원인이 방화라고 본 것이다.

검게 탄 점포 앞 상인들은 “아마도 그놈 짓인 것 같아. 시장에 자주 모습을 드러내는데, 술을 마시고 횡포를 부린 것을 수차례 본 적이 있다”고 귀뜸했다. 그러면서 “최초 불이 난 곳은 경비아저씨가 직접 진화에 나섰지만 이후 다른 곳에서 불길이 치솟아 올랐다”고 주장했다.

화재현장을 바라보고 있던 한 시민은 “불을 낸 놈이야 교도소에 가면 그만이지만, 피해를 입은 상인들은 어쩌나”라면서 “고의로 불을 질렀다고 하는데. 말이나 되는 소리냐”고 반문하기도 했다.

박기현 현대시장상인회 회장은 상인은 “현재 발화지점이 한곳이 아닌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며 “여러 곳에서 불길이 올라온 만큼 방화로 추정했다”고 설명했다.

[인천=뉴시스] 김동영 기자 = 5일 오전 인천 동구 현대시장 점포들이 전날 발생한 화재로 불에 탔다. 전날 현대시장에서 발생한 화재로 인해 시장 내부 212개 점포 가운데 55개 점포가 불에 탔다. 2023.03.05. dy0121@newsis.com

이날 잿더미가 된 점포 인근에는 시장 상인들이 삼삼오오 모여 슬픔을 나누며 서로를 위로하는 모습도 보였다.

30여년 동안 현대시장에서 채소가게를 운영해온 임모(60대·여)씨는 “옛날에도 불이 난 적이 있었지만, 이정도로 피해가 크지는 않았다”면서 “앞으로의 일이 막막하고, 할 말이 없다”고 호소했다.

임씨의 채소가게 인근에서 잡화점을 운영하는 신모(50대·여)씨도 상황은 같았다. 그는 “아이고, 모두 불에 탔어. 모두 탔어”라면서 눈물을 보였다.

신씨는 “이번 화재로 입은 피해는 말할 수 없을 정도로 크다”며 “가게에 넣어둔 현금 60만원과 고가의 자전거 2대, 창고에 넣어둔 과자 등이 모두 불에 타 한순간에 사라졌다”고 설명했다.

이어 “상인회를 통해 들어놓은 화재보험은 있지만, 보장 금액이 적은 것으로 알고 있다”며 “어떻게 해야 할지 막막할 뿐”이라고 했다.

인천 동구 송림동 현대시장에서는 전날 오후 11시37분께 방화로 인한 큰 불이 났다. 이 불로 다행히 인명피해는 없었지만 시장 내부 212개 점포 가운데 55개 점포가 불에 탔다.

소방당국은 이날 0시5분께 '대응 2단계'를 발령하고, 소방인력 154명과 장비 52대를 투입해 진화작업을 벌였다. 이어 화재 발생 2시간50여분 만인 이날 오전 2시23분께 불을 완전히 껐다.

인천 중부경찰서는 현주건조물방화 혐의로 A(40대)씨를 붙잡아 조사하고 있다. 경찰은 현대시장 주변 폐쇄회로(CC) TV 영상 등을 토대로 이날 오전 9시50분께 A씨의 주거지에서 그를 검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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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관계자는 "A씨가 술에 취한 상태로 아직 정확한 조사를 하지 못한 상태"라며 "구체적인 경위를 파악한 뒤 구속영장을 신청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제공=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