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공단 기금운용본부가 지난해 말 기준 국민연금기금 적립금이 890조5천억 원으로 잠정 집계됐으며 –8.22%의 수익률을 보였다고 밝혔다.
작년 수익률은 통화긴축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으로 인한 글로벌 금융시장 경색으로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다만, 대체투자 확대와 달러 강세로 인한 환차익을 통해 손실 폭을 축소했다는 게 연금공단의 설명이다.
자산별 수익률은 ▲국내주식 –22.76% ▲해외주식 –12.34% ▲국내채권 –5.56% ▲해외채권 –4.91% ▲대체투자 8.94% 등으로 잠정 집계됐다.
또 전통자산 수익률은 벤치마크(BM)를 상회했다. 참고로 벤치마크는 자산을 운용할 때 운용성과를 측정하는 기준수익률로, 금액가중수익률이 아닌 시간가중수익률을 사용한다. 지난해 자산군별로 BM 대비 ▲국내주식 0.47%p ▲해외주식 0.15%p ▲국내채권 0.04%p ▲해외채권 0.88%p 등 초과 성과를 낸 것으로 나타났다.
세부적으로 보면, 국내 및 해외주식은 인플레이션 심화에 따른 미 연준의 공격적 긴축 기조 및 전쟁 장기화로 국내·외 증시불안 요인이 지속돼 운용자산의 평가가치가 하락했다. 국내 및 해외채권은 인플레이션 압력과 통화 긴축기조 지속에 대한 경계감으로 금리가 가파르게 상승하며 수익률이 낮아졌다.
대체투자자산은 부동산, 인프라 자산의 평가가치 상승과 실현이익, 원·달러 환율 상승 등으로 전통자산 대비 높은 수익률을 보였다.
관련해 국민연금기금 설립 이래 누적 연환산 수익률은 5.11%이며, 작년 손실을 감안하더라도 최근 5년간 총 151조원의 운용 수익을 거뒀다. 때문에 기금운용본부는 “작년이 주식과 채권시장이 동시에 하락한 이례적인 해”라고 분석했다.
이는 글로벌 공급망 혼란 및 전쟁 장기화로 원자재 가격 급등 등 인플레이션 압력이 커지면서 미 연방준비제도(FED) 등 주요국 중앙은행들이 공격적인 통화긴축 기조를 이어가며 기준금리를 지속해서 인상했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위험자산인 주식과 안전자산인 채권은 반대로 움직이며 서로 보완하는 경향을 보인다. 그렇지만 작년에는 주식과 채권이 동반 하락했다. 주식·채권이 동시에 대폭 하락한 것은 해외시장에선 1970년대 스태그플레이션 이후, 국내는 2001년 이후 처음이다.
해외 연기금들의 운용수익률도 글로벌 증시 급락 등의 영향으로 일제히 하락했다. 일본 GPIF는 글로벌시장 대비 일본 채권과 주식 시장의 소폭 하락과 엔화약세에 따른 엔화환산 평가익으로, 캐나다 CPPI는 월등히 높은 대체투자비중으로 수익률 하락폭이 상대적으로 작았다. 국민연금의 성과는 이 가운데 비교적 양호했다는 게 자체 평가 결과다.
다행인 것은 세계금융시장이 올해 들어 진정세를 보이며 주식 및 채권 등을 포함한 국민연금 전체 수익률도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국민연금기금이 공시하는 수익률(잠정치)은 실현손실보다는 평가손실이 대부분으로, 투자환경이 개선되면 평가손실도 회복 가능하다.
실제 지난달 국민연금기금의 금융부문 수익률은 5% 내외(잠정)를 기록했다. 총적립금 규모도 930조 원대를 회복했다.
김태현 이사장은 “지난해 대외 불확실성 확대로 주식과 채권시장이 모두 좋지 않은 이례적인 상황이 발생했다”며 “올해는 금융시장이 회복세를 보이며 국민연금기금 수익률도 나아질 것으로 전망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