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 청주의 한 아파트에 거주하는 A(50)씨는 매일 불안감에 밤잠을 설친다.
자라나는 아이들이 가장 편안해야 할 보금자리에서 층간소음으로 인해 고통받고 있기 때문이다.
본인을 파일럿이라고 밝힌 아랫집 주민 B(36)씨가 소음 문제를 제기하기 시작한 것은 지난 2021년 8월부터다.
B씨는 "이불 펴는 소리가 천둥소리 같이 들린다", "방문 닫는 소리가 너무 크다"는 등 1년 넘게 A씨와 층간소음을 문제로 갈등을 빚어왔다.
A씨는 층간소음을 예방하기 위해 소음 방지 슬리퍼는 물론 집안 곳곳에 소음 방지 패드까지 부착했지만, 소용없었다.
결국 지난해 9월 A씨의 주거지를 무단 침입한 B씨는 욕설과 함께 14살 된 자녀 2명을 폭행까지 했다.
무단 침입 등의 혐의로 경찰에 넘겨진 B씨는 이후 검찰에 송치, 최근 법원으로부터 벌금 50만원의 약식 명령 처분을 받았다.
이에 앙심을 품은 B씨는 A씨 집 문 앞에 '사건 종료 되게 조치를 하라'며 '부탁 아니다'는 A4 용지를 붙이며 보복성 범죄를 예고한 상태다.
A씨는 "배우자와 자녀들이 매일 극심한 공포에 시달리고 있다"며 경찰에 신변보호를 요청하는 한편, 국내 한 항공사 조종사인 B씨를 보복 협박 등의 혐의로 고소했다.
층간소음으로 인한 범죄가 매년 도돌이표처럼 반복되고 있다. 이웃 간 소음 문제가 강력범죄로까지 이어지는 등 층간소음으로 인한 사회적 갈등이 끊이지 않는 추세다.
25일 국가소음정보시스템에 따르면 도내 접수된 층간소음 민원 건수는 2016년 441건에서 지난해 927건으로 110% 증가했다.
신고하지 않는 사례까지 고려하면 실제 층간소음으로 갈등을 겪는 경우는 더 많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 2021년 2월 충북 음성의 한 아파트에선 층간소음에 항의하기 위해 흉기를 들고 윗집을 찾아간 50대 남성이 특수 주거침입 혐의로 경찰에 붙잡혔고, 2019년 2월에는 층간소음에 앙갚음하기 위해 천장에 '보복 스피커'를 단 40대 남성이 경범죄 처벌법 위반(인근 소란) 혐의로 즉결심판에 넘겨지기도 했다.
층간소음은 법과 제도의 테두리에서 안에서 해결하기 쉽지 않은 문제다. 공동주택관리법 또는 소음·진동관리법에 따른 규제 대상이지만, 인정받을 수 있는 기준이 까다롭기 때문이다.
발소리 등 직접 충격 소음으로 인정되려면 주간에 1분간 등가소음도(等價騷音度)가 주간(오전6시~오후10시)은 39dB, 야간(오후 10시~다음 날 오전 6시) 34dB 이상이어야 한다.
이는 조용한 도서관 등에서 속삭이는 소리나 조용한 주택가에서 들리는 소음 정도에 해당하지만, 피해자가 직접 고의성을 입증해야 해 사실상 처벌이 쉽지 않다.
층간소음 피해자가 관련 기관에 민원을 제기하는 방법도 있으나 '중재' 수준의 도움만 받을 수 있다. 보상도 마찬가지다.
보상구제 방안 중 하나인 민사소송은 시간과 비용을 고려하면 얻는 실익이 적다 보니 '그냥 참고 살거나 이사 가는 게 낫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한국환경공단 산하 '층간소음 이웃사이센터'라는 갈등 중재 기관이 있지만, 민원 접수부터 현장 진단에 나서기까지 보통 수개월 이상이 소요된다.
전문가들은 층간소음 문제를 이웃 간 분쟁 차원에서 해소하는 것은 역부족이라고 지적한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관계자는 "지금까지 층간소음을 개인의 문제로 접근해왔지만, 근본적인 문제 해결 방안이 될 수 없다"며 "구조적인 문제 해결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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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서 "층간 소음 저감에 효과적인 건축공법 도입·확대 및 시공사의 책임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정부 정책이 개선돼야 한다"고 말했다.
제공=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