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치료기기(DTx)는 미국을 중심으로 전 세계적으로 성장하는 분야이지만, 아직은 시작 단계로 보는 견해가 주를 이룬다. 우수 기술력을 보유한 우리기업도 한발 먼저 제품을 선보인 미국 등 기업과 겨뤄 시장 경쟁력을 거둘 가능성이 있다. 지금 우리에게 기술력은 충분하다.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지난 15일 불면증 인지행동 치료 앱인 에임메드의 ‘솜즈(Somzz)’에 대해 국내 첫 품목허가를 결정하자 김재진 대한디지털치료학회장(강남세브란스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임상 패러다임의 변화를 가져오리라 기대했다.
불면증으로 고통 받는 많은 이들에게 새로운 치료기회를 제공할 것으로 기대합니다. 허가를 기다리고 있는 많은 디지털 치료기기들이 임상시험이나 개발 과정 중에 있습니다. 이 치료기기들이 제2·3의 허가로 이어져서 다양한 질병에 의약품 이외의 새로운 치료 수단을 제공하게 돼 임상 패러다임의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기대합니다.
전 세계 14번째, 불면증 분야에서는 4번째 허가 결정은 김재진 회장의 말처럼 이번 솜즈 허가를 계기로 DTx가 우리 의료계에 새로운 패러다임을 가져오리란 기대감이 높다. 강성지 웰트 대표는 DTx가 의료의 진화를 가져올 것으로 확신했다.
"DTx의 초단기예측을 통해 상시적으로 환자의 상황을 살핀다면 제때 적절한 치료가 제공될 수 있습니다. 이전에는 2시간~3시간 뒤에 발생할 증상을 알지 못했지만 DTx가 상용화되면 예측이 가능해집니다. 만약 3시간 후에 심근경색과 뇌전증 발작 등의 발생을 예측할 수 있다면 어떨까요? DTx가 만들어낼 의료의 진화를 엄청날 겁니다."
뛰어난 DTx에는 차등 수가 적용 등 적정 환경 구축돼야
한국의료기기안전정보원의 디지털 치료기기 주요 수출국 규제 이해 및 대응 전략 보고서에 따르면, 작년 4월 기준 미국 식품의약국(FDA)는 총 650개의 혁신의료기기 지정했으며, 이 가운데 판매허가는 44개다. 이 중에서 디지털치료기기(DTx)와 관련한 것은 6개다.
반면, 지난해 5월 기준 중국 국가약품감독관리국(NMPA)은 총 208개의 혁신의료기기 지정했고, 아직 디지털치료기기 허가 사례는 없지만 조만간 결정이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바이오협회 바이오경제연구센터에 따르면, 미국은 사실상 DTx 분야를 선도하고 있다. 대표주자는 피어 테라퓨틱스(Pear Therapeutics)다. 회사는 오피오이드 중독 개선 DTx인 reSET-0로 지난 2018년 12월 미국 FDA의 승인을 받았다.
마찬가지로 미국회사인 알토이다(Altoida)의 ‘알토이다 NMI’는 알츠하이머 환자의 경도인지 장애 위험을 분류하는 DTx다. 또 캡션헬스(Caption Health)의 ‘캡선 가이던스(Caption Guidance)’는 심장 초음파 관련 정보를 제공하는 기능을 갖고 있다. 이밖에도 코그노아(Cognoa)의 ‘코그노아 장애 스펙트럼 진단 보조 장치(Cognoa autism spectrum disorder diagnosis aid)’, 싱크띵크(SyncThink)의 ‘아이씽크(EYE-SYNC)’, 어플라이드VR(AppliedVR)의 ‘이즈VRx(EaseVRx)’ 등도 눈에 띈다.
우리나라도 이에 못지않다. 작년 3월 기준 주요 기업별 제품과 치료 분야를 살펴보면, 이번에 허가를 받은 에임메드의 솜즈를 비롯해 ▲라이프시맨틱스 ‘레드필 숨튼’ (호흡 재활) ▲웰트 ‘필로우Rx’(불면증) ▲뉴냅스 ‘뉴냅비전’(시야장애) ▲빅씽크테라퓨틱스 ‘OC Free’(강박증) ▲아리바이오 ‘메모:리’(경도 인지장애) ▲마인즈에이아이 ‘마인즈내비/치유포레스트’(우울증) ▲FNI Korea ‘알코테라/니코테라’(중독) 등이다.
에임메드에 이어 후속 DTx 허가 기업으로 유력하게 점쳐지는 웰트는 글로벌 DTx 강자가 되는 것이 목표다. 강성지 대표는 국내 DTx 산업의 글로벌 경쟁력 제고를 위한 별도의 ‘전략’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솜즈 품목허가는 우리나라가 디지털헬스케어 강화 흐름에 동참한다는 메시지입니다. 우리만의 장점을 살려서 타 제품들과 글로벌 경쟁력을 구축하는 전략이 시급히 마련돼야 합니다.”
그러면서 김 대표는 우리나라가 글로벌 DTx 시장을 선도하기 위해 ‘진화’의 방향을 추구해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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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에서도 아직 디지털로 구현되고 진화될 서비스는 나오지 않았어요. 치료 및 디지털 환경은 우리나라가 가장 우수한 만큼 한국이 선도할 가능성은 충분히 열려있는거죠.
다만, 이를 위해 김 대표는 적절한 ‘상벌’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만약 DTx가 심각한 문제를 발생시킬 때 적정 처벌이 필요하지만, 높은 효과성을 보일 때는 차등 수가 적용 등을 통한 적정 ‘상’이 주어져야 합니다. 그런 환경이 조성돼야만 우리나라가 DTx 시장에서 글로벌 우위를 점할 수 있을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