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 ENM에서 13년 간 사무직으로 일한 A 씨는 최근 퇴사 통보를 받았다.
A 씨는 이달 중순 약 30분 동안 갑작스레 진행된 팀장 면담에서 빠른 시일 내에 일을 정리하라는 말을 들었다. 회사는 퇴직 대가로 근속연수에 0.6개월을 곱한 위로금을 지급하겠다고 했다. 한달 안에 나가면 3개월치 위로금을 얹어주겠다고 했다.
A 씨에 따르면, 퇴사를 거부하자 종용·업무 배제 등 압박이 시작됐다. 팀장은 A 씨에게 버티면 인사팀 면담이 진행될 것이고, 3개월치 위로금이라도 더 챙기고 싶으면 이달 안에 나가라고 얘기했다. 이어 팀장은 A 씨가 해온 일을 다른 사람에게 맡겼다.
A 씨는 "퇴사하지 않으면 저만 힘들어질 것이라는 말을 들었다"며 "곧 핵심 업무에서도 배제될 것 같다"고 말했다. A 씨는 초등학생 자녀를 생각하니 눈 앞이 캄캄해졌다.
이에 더해 예정된 인사팀 면담에 부담감이 몰려왔다고 토로했다. A 씨는 "인사팀이 직접 나서 면담을 진행하면 일명 '먼지털이'를 해서 꼬투리를 잡기로 사내에서 유명하다"고 주장했다.
인사팀이 감사·재무 부서에 요청해 해당 근로자가 5년 이상 써온 법인카드, 출장비, 실비 청구 등 자료를 요청해 살핀 뒤 조금이라도 오차가 나오면 징계받을 수 있다고 말한다는게 A씨 주장의 요지다.
A 씨는 "회사가 연말부터 사람을 정리하는 데만 목을 매서 내부 분위기는 말할 수 없는 정도"라고 말했다. 그는 "현재 회사에 노조가 없는데, 퇴사자끼리 뭉쳐 노조라도 세울까봐 구조조정을 쉬쉬하는 분위기"라며 "희망퇴직 신청도 받지 않고, 구조조정 기준도 없이 팀장이 퇴직 대상자를 마음대로 적어 내는 듯하다"고 덧붙였다.
"구조조정 납득 안돼"..."인력 감축 위한 인위적 구조조정 아냐"
CJ ENM 직원들은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회사가 부당한 구조조정을 진행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직장인 커뮤니티 앱 '블라인드'에는 지난달 18일 '쌍림동 7층' 퇴직자라고 밝힌 글이 올라왔다. A 씨에 따르면 '쌍림동 7층'은 CJ ENM 직원 사이에서 데이터솔루션센터를 지칭하는 용어다.
데이터솔루션센터(일명 쌍림동 7층) 퇴사자라고 밝힌 글쓴이는 "버티겠다고 하면(퇴사하지 않으면) 회사가 법적으로 막을 수 없지만 조직 내 자리는 없을 것"이라는 말을 들었다고 했다. 자신은 지난해 팀장과 마찰이 많아 구조조정 대상자가 됐다고 주장이다.
이 외에 CJ ENM 직원이라고 밝힌 이들은 구조조정이 진행돼 불안하고, 회사의 진행 방식이 납득되지 않는다고 불만을 표출했다.
CJ ENM 측은 "인력 감축을 위한 인위적인 구조조정은 없다"고 밝혔다. 최근 효율적인 소통을 위해 조직을 재편한 뒤 자연스러운 인력 조정이 따를 수 있지만, 회사가 일정 목표치를 정하고 구조조정을 단행하지 않는다는 설명이다.
CJ ENM 측은 "인터넷 커뮤티 글은 회사의 공식 입장, 사실과 다른 얘기가 확대·재생산된 것"이라고 말했다.
CJ ENM, 실적 개선 앞두고 조직 개편
CJ ENM은 최근 실적 부진을 거듭해왔다. 지난해 영업이익은 1천374억원으로 전년 대비 54% 감소했다. 순손실은 4천650억원을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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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월에는 9천300억원을 들여 미국 콘텐츠 제작사 피프스시즌을 인수해 재정 부담도 커졌다. CJ ENM은 피프스시즌과 티빙 사업을 키워 콘텐츠 기업 선두 자리를 지킨다는 전략이다. 그러나 티빙은 지난해 영업적자 1천192억원을 기록했다.
관련 업계에서는 CJ그룹내 재무통으로 유명한 구창근 신임 대표가 조직 개편으로 실적 개선에 나섰다는 평가가 나온다. 구 대표는 CJ그룹에서 실적이 부진했던 투썸플레이스와 올리브영 구조조정을 이끌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