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배터리 업체인 중국의 CATL이 한·일 중심의 글로벌 배터리 영토 확장에 복병으로 등장했다. 리튬인산철 배터리(LFP)를 무기로 유럽은 물론 북미에서도 사업 활로를 타진 중이다. 특히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으로 인해 한·일 배터리 기업의 전유물로 여겨졌던 북미 시장도 이제는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다.
유럽 시장을 신규 사업 거점으로 삼기 위한 CATL 전략은 이미 시작됐다는 평가다. CATL은 지난 2019년 약 18억유로(2조4천억원)를 투자해 독일 에르푸트 공장을 착공했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일부 라인이 가동된 것으로 전해졌다. 해당 공장은 연간 생산규모가 8기가와트시(GWh)에 불과하지만 오는 6월 생산능력을 24GWh로 확대하기 위해 당국의 승인을 받을 예정이다.
CATL은 국내 배터리 기업이 주요 거점으로 삼고 있는 헝가리에도 배터리 공장을 건립할 예정이다. 헝가리 데브레첸에 73억4천만유로(약1조원)을 투자해 100GWh 규모의 공장을 2027년 완공할 예정이다.
한국전지산업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배터리 3사(LG엔솔·SK온·삼성SDI)의 유럽 시장 점유율은 71%다. 유럽 전기차 시장은 지난해 250만대에서 오는 2030년 1천520만대까지 확대 추세다.
CATL의 이같은 확장 전략은 글로벌 완성차 업체의 LFP 배터리의 주목도와 관련이 깊다. LFP배터리는 에너지 밀도가 낮아 염가의 배터리로만 분류돼 왔다. 하지만 지난 2020년 테슬라를 시작으로 벤츠와 폭스바겐, 리비안에 이르기까지 LFP배터리 탑재에 관심을 쏟고 있다. 포드의 경우 '머스탱 마하 E', 전기 픽업트럭 'F-150 라이트닝'에 CATL의 LFP배터리를 탑재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IRA가 버티고 있는 북미 시장도 포드의 LFP배터리 탑재 소식과 맞물려 CATL에 문호를 개방하는 양상이다. 11일(현지시간) 복수의 외신에 따르면 CATL과 포드는 미국 미시간주에 배터리 합작공장을 건립한다. 합작공장에는 약 35억달러(약 4조4천억원)가 투입되며 2천500개의 일자리가 만들어진다.
다만 합작공장 지분은 포드가 갖는 대신 기술력에 대한 전권은 CATL이 쥔다. 지분합작 방식이 아닌 기술합작 방식을 택한 탓에 중국의 배제를 공식화한 IRA법안이 무력화될 수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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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성훈 중앙대 융합공학과 교수는 "확실히 유리한 조건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CATL이 이번 공장 건립을 결정한 건 IRA 법안을 우회하기 위한 일종의 실험을 진행하는 것으로 보인다"면서 "북미 시장을 국내 배터리 기업만의 텃밭으로 보기도 이제는 어려워졌다"고 진단했다.
한편, 글로벌 투자 은행 UBS는 2030년 15%에 머물 것이라던 LFP 배터리 비율 전망을 40%로 올려잡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