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에 이어 하이브까지 SM엔터테인먼트(이하 에스엠) '인수전'에 뛰어들면서 지분경쟁이 가시화되자 에스엠이 전일대비 16% 급등하며 사상최고가를 기록했다. 반면 '쩐의전쟁'이 불가피하게 된 하이브는 하락반전했고 카카오도 4%나 빠졌다.
'K팝' 왕좌를 향한 대형 엔터테인먼트기업들의 치열한 경영권 싸움이 시작됐지만 그동안 소외받았던 에스엠 주주들은 모처럼 활짝 웃었다. 이수만 전 에스엠 총괄 프로듀서가 개인회사와 저작권 계약 등으로 에스엠의 막대한 수익을 독식하고 주주환원에 인색했던 상황이 이번 인수전을 통해 어떤상황으로든 정상적으로 개선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높기 때문이다.
◇에스엠 '지분경쟁' 가시화되며 16% 급등…카카오·하이브는 하락
10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에스엠은 전일대비 1만6200원(16.45%) 폭등한 11만4700원으로 거래를 마쳤다. 에스엠 상장이래 가장 높은 가격이다. 장중엔 11만7000원까지 뛰어올랐었다.
외국인이 356억원어치를 사며 이날 상승을 주도했다. 개인은 전날 256억원을 쓸어담은데 이어 이날도 65억원어치를 추가로 담았다. 기관은 433억원을 팔며 단기급등에 따른 차익을 실현하는 모습을 보였는데, 기관 주체별로 온도차가 있다. 금융투자(증권사)는 471억원을 사며 적극적으로 매수에 나선 반면 국민연금 등 연기금은 261억원, 투자신탁은 291억원을 각각 순매도했다.
이날 에스엠의 거래량도 '역대급'이었다. 이날 에스엠 거래량은 877만862주, 거래대금은 9930억원에 달했다. 거래량 기준으론 지난 2012년11월16일 890만주 이후 역대 두번째로 많은 거래량이고 거래대금으로는 역대 최대 규모다.
에스엠 주가가 급등한 반면 지분경쟁이 본격화 될 경우 '쩐의전쟁'이 불가피한 하이브와 카카오는 주가가 하락했다.
하이브는 이날 장 초반 9%대 강세를 보이며 에스엠 인수를 긍정적으로 평가받는 듯 했으나 지분경쟁에 대한 우려가 반영되면서 하락반전해 전일대비 3000원(-1.51%) 밀린 19만5300원을 기록했다.
신주발행 유상증자와 전환사채(CB)를 통해 에스엠 지분을 확보하며 2대주주로 올라선 카카오는 이수만 전 총괄의 가처분신청 제기와 하이브와의 힘겨루기가 본격화 되면서 이날 3300원(-4.65%) 빠진 6만7600원으로 부진했다.
주가만 봤을때 시장은 하이브보다 카카오가 불리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에스엠의 1대주주가 된 하이브와 2대주주로 올라선 카카오 둘 중 누가 에스엠의 '진짜 주인'이 될 지 시장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지만, 에스엠 주주들은 이번 분쟁에서 누가 승리하든 회사의 지배구조 개편에 따른 밸류에이션(실적대비 주가수준) 리레이팅(재평가)으로 주가가 오르고 주주환원도 확대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동안 이수만 전 총괄프로듀서가 개인적으로 회사 이익을 독점하면서 주주환원을 등한시하고 소액주주들을 소외시켰기 때문이다.
증권가도 이 전 총괄의 '욕심'과 주주소외가 결국 부메랑으로 돌아와 이번 경영권 분쟁을 낳았다고 보고 있다.
이기훈 하나증권 연구원은 "그동안 회사의 성과를 주주 및 임직원들과 나누지 않았고 충분히 고칠 기회가 있었음에도 수많은 골든 타임을 놓쳐 왔던 것이 부메랑이 되어 돌아오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얼라인파트너스자산운용이라는 행동주의펀드가 지배구조개선을 요구했을때 소액주주들이 결집해 이수만 전 총괄에 대항했던 것이다.
앞서 카카오가 2대주주로 올라섰을 때도 마찬가지로 대결구도가 형성되면서 이수만 전 총괄이 '소액주주의 적(敵)'으로 자리매김 하는 모양새였다.
그러나 하이브가 참전하자 소액주주는 이수만 전 총괄을 악마화 할 필요가 없어졌다. 하이브가 설령 이수만 전 총괄의 '백기사'로 나섰다 한들 에스엠의 지배구조 개선 효과는 카카오 인수 때와 마찬가지로 뚜렷하고 사업적 시너지 역시 크게 나타날 것으로 기대되기 때문이다.
특히 오는 2092년까지 무려 70년간 에스엠의 음원수익 중 6%를 로열티 명목으로 이수만 전 총괄 개인에게 지급한다는 '황제계약'도 하이브가 지분을 인수하면서 모두 종료될 것으로 알려졌다.
소액주주 입장에선 에스엠의 지배구조 개편과 기업 이익 개선, 주주환원 확대가 된다면 카카오든 하이브든 모두 환영인 셈이다. 여기에 두 회사의 지분경쟁 기대감으로 주가가 단기 급등하면서 주가도 큰 폭으로 올라 '꽃놀이패'를 쥐게 됐다는 평가다.
이기훈 연구원은 "에스엠은 엔터산업의 최선호주로, 과소 추정된 컨센서스와 밸류에이션 매력이 높다고 본다"고 투자의견을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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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선화 KB증권 연구원 역시 "경영권 분쟁 이슈와 무관하게 향후 에스엠의 지배구조 개선에 따른 이익 체력 상승, SM 3.0 체제 하에서 아티스트의 지식재산권(IP) 가치 상승을 기대한다면 펀더멘털 개선에 따른 추가 매수 기회가 주어질 것으로 판단된다"고 평가했다.
제공=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