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정유사들이 고유가로 지난해 역대급 실적을 달성한 것으로 나타나자 횡재세 부과 여론이 다시 수면 위로 올라오고 있다. 정치권에선 최근 공공요금 인상으로 고통을 받는 서민들을 위해 정유사에 세금을 부과해야 한다며 압박하고 있다.
9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실적 발표를 마무리 한 SK이노베이션, 현대오일뱅크, 에쓰오일의 합산 영업이익은 10조원을 넘어섰다. 지난 2021년 GS칼텍스를 포함한 정유 4사의 합산 영업이익 7조2천333억원을 이미 넘어섰다. 아직 실적 발표가 나지 않은 GS칼텍스의 실적을 합산할 경우 15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SK이노베이션의 경우 영업이익이 전년대비 무려 129.6% 성장하며 3조9천989억원을 기록했다. 이처럼 정유사들이 글로벌 경기위축에도 때 아닌 호황을 누리자 세금을 부과하자는 여론이 폭풍처럼 번지는 상황이다.
지난해 전력요금을 시작으로 난방비, 대중교통 요금 등 공공요금 줄인상이 시작됐다. 서민들의 고통이 가중되는 상황에서 정유사들에 세금을 부과해 취약계층의 복지 예산으로 활용하자는 게 골자다.
김성환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의장은 지난달 31일 "석유사업법 18조에 따라 지나치게 많은 이익을 낸 석유 사업자에 부담금을 징수해 난방비 폭탄으로 고통 받는 국민에게 되돌려줘야 한다"면서 횡재세 입법 추진을 예고했다.
횡재세 부과 여론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해 2분기 지정학적 리스크에 따른 초고유가 상황으로 정유사들이 반사이익을 보자 당시 정치권에선 이를 앞다퉈 언급한 바 있다. 당시 권성동 국민의힘 국회의원도 “세수 부족 우려에도 정부는 유류세 인하 폭을 최대한 늘렸다”면서 “정유사들도 혼자만 배를 불리려 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한 바 있다.
정유사들은 횡재세 부과가 시장 논리에 어긋난다고 항변하는 동시에 성금 기탁으로 여론을 사전에 차단하려는 모습이다. 지난 8일 현대오일뱅크와 에쓰오일은 각각 100억원과 10억원의 성금을 취약계층 에너지 가격 부담 완화를 위해 기탁했다. 9일 SK이노베이션의 정유 부문 자회사인 SK에너지가 150억원을, GS칼텍스가 100억원의 성금을 취약계층에 지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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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정부는 횡재세 부과에 대해 신중한 입장을 내비쳐 실제 시행 여부는 미지수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지난 7일 “횡재세의 성격은 지금 우리나라의 에너지 관련 상황과 매우 달라서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 우리나라에는 적절치 않다”고 밝힌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