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은 챗GPT 대항마를 왜 ‘시인’이라 했을까

[이균성의 溫技] 인공지능과 인간성

데스크 칼럼입력 :2023/02/07 11:18    수정: 2023/04/07 13:29

챗GPT 열풍 속에 ‘구글 위기론’이 퍼지자 구글이 서둘러 대항마를 선보이기로 했다. 구글 모회사 알파벳의 순다르 피차이 최고경영자(CEO)는 6일(현지시간) 회사 공식 블로그를 통해 "새로운 대화형 인공지능(AI) 서비스 '바드'(Bard)가 신뢰할만한 테스터들에게 개방될 것"이라며 "향후 수 주안에 일반인들을 위한 서비스를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소문은 있었지만 구글이 직접 밝힌 건 처음이다.

구글은 이와 관련 한국 시간 8일 저녁 10시 30분에 ‘검색과 AI'란 주제로 특별세미나를 갖고 ’바드‘에 대해 설명할 예정이다. 피차이는 "바드의 응답이 실제 정보의 품질과 안전성, 근거에 대한 높은 기준을 충족하도록 외부 피드백을 자체 내부 테스트와 결합할 것"이라며 "우리는 바드의 품질과 속도를 높이기 위해 이 테스트 단계를 기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제 시선은 구글에 쏠릴 차례다.

미국 캘리포니아 주 마운틴 뷰에 있는 구글 본사 (사진=씨넷)

피차이의 발언은 두 가지 점에서 눈길을 끈다. 첫째, 챗GPT에 대한 대응이 생각보다 빠르다는 점이다. 챗GPT의 출현으로 가장 곤혹스러운 곳은 구글이었다. 구글은 이미 수년전 알파고를 앞세워 이세돌 9단을 꺾으며 AI의 위력을 과시한 바 있다. 많은 사람들이 AI 분야 최강자는 구글일 것으로 여겨왔다. 하지만 챗GPT 출시 이후 “구글은 끝났다”는 극단적 진단이 여론을 흔들 지경이 되었다.

여론만 그런 게 아니었다. 순다르 피차이 구글 CEO 스스로 ‘비상경계령(Code Red)’을 내리고 내부를 단속해야 했고, 3년 전 회사를 떠난 창업자 래리 페이지와 세르게이 브린을 불러들여 머리를 맞대야 했다. 이 모든 게 엄살일 리 없었다. 그렇다고 구글이 챗GPT 개발회사인 오픈AI보다 기술이 부족하다고 보는 전문가는 드물었다. 챗GPT 또한 궁극적으로 구글이 개발한 기술에 의존한다.

문제는 속도였다. 구글이 초거대AI 수익 모델과 AI의 윤리나 신뢰 문제에 대한 고민으로 상용 서비스의 속도를 조절하는 동안, 챗GPT가 세상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그 위세가 하늘을 찔렀는데, 상당기간 이 추세가 지속된다면 사태는 걷잡을 수 없는 상황이 될 수도 있다. 챗GPT는 서비스 공개 불과 2개월 만에 1억 명의 사용자를 끌어 모았고, 향후 그 속도가 더 가파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피차이가 공동창업자인 래리 페이지와 세르게이 브린과 머리를 맞대 내린 결론이 이것일 듯하다. 구글의 주요 의사결정자들의 판단은 챗GPT가 이미 ‘판도라의 상자’를 열어버린 만큼 이것저것 따질 계제가 아니라는 것이었을 수 있다. 그 판단은 의미 있을 듯하다. 챗GPT의 열풍과는 무관하게 챗GPT는 유일한 것일 수 없으며, 이 분야를 놓고, 모든 기술 기업들이 멋진 경쟁을 하는 게 더 옳다.

바드가 챗GPT에 비해 기능과 성능이 어떻게 다를 지는 8일 발표와 그 이후 상용화 과정에서 나타날 실체를 통해 확인하게 되겠지만, 구글의 빠른 결정과 함께 주목을 끄는 것은 왜 하필 챗GPT의 대항마 이름을 바드(Bard) 즉 시인(詩人)이라고 지었을까, 하는 점이다. 이 사실은 인공지능을 바라보는 구글의 철학적 관점이 담겨 있을 수도 있다는 추측을 하게 만든다. 과연 왜 시인이라고 했을까.

챗GPT나 바드는 인간의 뇌를 모방한 인공지능(AI)이다. 그 기술을 인공신경망이라 하는데 핵심은 인간의 뇌를 모방했다는 데 있다. 인간이 수많은 경험을 통해 패턴을 찾아내 이를 개념화하는 방식으로 지식을 축적하듯 인공신경망도 과거의 데이터를 학습함으로써 패턴을 찾아내는 게 핵심 알고리즘이다. 그런데 이런 기계적인 통계와 추론을 통한 학습자에게 ‘시인’이라는 이름이 과연 합당한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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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대한 논란과 상관없이, 또 다른 이들이 이에 대해 어떤 의문을 갖든, 구글은 이 인공지능에 ‘시인’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이 점에서 구글 개발자 한 명이 바드를 구동하는 인공지능(AI) 언어 프로그램인 '람다'(LaMDA)에 대해 “(사람과 비슷한) 지각(知覺)이 있다”는 취지로 말했다가 회사 기밀을 누설했다는 이유로 해고당한 사실이 주목된다. AI가 일반인 생각보다 더 인간을 닮은 것이겠다.

구글이 그에게 시인이라는 이름을 지어준 것은 아마도 인공지능의 가치를 최상으로 끌어올리기 위한 의도를 담았다고 볼 수 있겠다. 진정한 시인이라면, 어쩌면, 전쟁을 찬양하거나, 다른 인간을 혐오하거나, 약자를 괴롭히거나, 소수자를 배제하거나, 자연을 훼손하는데 몰두하지 않을 것이다. 앞으로 인간 세상에 인공지능이 중요하다면 그것이 ‘시인의 삶’을 닮기를 모두 희망하기를 바라면서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