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는 지난해 4분기 '어닝쇼크'에도 올해 시설투자(Capex)를 전년과 비슷한 수준으로 단행하겠다고 밝혔다. 이를 두고 증권가에서는 '사실상 감산'이라고 해석하고 있다. 전체 투자 금액를 유지해도 연구개발(R&D)과 시설유지 보수가 늘어나고 파운드리 투자 비중이 높아지면서 자연적 감산이 이뤄질 것이란 분석이다.
삼성전자는 지난 31일 2022년 4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올해 시설투자는 전년과 유사한 수준이 될 것"이라며 "최고의 품질과 라인 운영 최적화를 위해 생산라인 유지보수 강화와 설비 재배치 등을 진행하고 미래 선단 노드로의 전환을 효율적으로 추진 중이다"고 말했다.
이어 "공정 기술 경쟁력 강화와 조기 안정화를 위해서 엔지니어링 비중을 확대 중이며 이에 따라 시설투자 내에서 R&D 항목 비중도 이전 대비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삼성전자는 작년 반도체 생산시설에 47조9천억원을 투자한 바 있다. 이는 역대 최대 규모였다.
1분기 시장 전망에 대해 삼성전자는 "1분기 D램 시장 수요 비트그로스(비트 단위 출하량 증가율)는 전분기 대비 한 자릿수 초반 감소하고, 당사도 시장 수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이승우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의미있는 수준의 비트 영향이 불가피하다는 말은 감산을 감산이라 부르지 못하는 삼성으로서는 사실상의 감산을 에둘러 표현한 것"이라며 "지난 3분기 DS 부문 재고 자산은 무려 26조4천억원으로 반도체 분기 매출액을 상회할 정도로 심각하고, 4분기 중 낸드 재고 평가손실이 수천억원이 발생한 상황이다"고 꼬집었다.
이어 그는 "라인 운영의 최적화를 위해 설비 유지보수와 재배치를 진행한다는 '엔지니어링 런' 증가 계획은 '양산 런'이 아니라는 점이 핵심"이라며 "단기에 의미있는 수준의 비트 영향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며 "감산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라고 분석했다.
유진투자증권은 올해 3분기까지 삼성전자의 웨이퍼 생산량은 작년 피크 대비 적어도 D램은 8만장, 낸드는 10만장 정도까지 줄여야 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 정도 규모의 감산이 이루어져야 회사 측이 언급했던 "의미있는 수준의 비트 영향"이 가능하고, 재고도 올해 말부터 컨트롤할 수 있는 수준으로 복귀할 수 있을 것이란 의견이다.
도현우 NH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가 라인 재배치, 효율화 작업, R&D 비중이 늘어난다고 언급한 점을 주목해야 한다"며 "글로벌 메모리 공급에 실질적 영향을 끼치는 시설투자 증설 분은 전년 대비 축소될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백길현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올해 시설투자가 전년과 유사한 수준일 것으로 보이지만, 메모리 반도체 생산 기조를 감안하면 단기적 관점에서 비트그로스 증가는 제한적일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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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의 4분기 영업이익은 4조3천100억원으로 전년(13조8천700억원) 대비 68.9% 줄었다. 특히 삼성전자 매출의 일등 공신인 DS사업부(반도체)의 영업이익은 2천700억원에 그치며 전년보다 96.9% 줄었다. 글로벌 IT 수요 부진으로 메모리 또한 수요가 감소한 탓이다.
한편 메모리 시장 1위 삼성전자에 이어 2위인 SK하이닉스는 1일 실적 발표를 통해 올해 시설투자를 전년보다 50% 줄이고 메모리 공급을 보수적으로 진행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