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은행 영업시간은 왜 9 to 4 일까?

근로 공간·시간 변해…법적 다툼보다는 현명한 해결책 도출 필요

기자수첩입력 :2023/01/31 11:19    수정: 2023/01/31 15:13

"우리가 업무를 수행하는 방식, 시기, 장소가 극적으로 변했다."

최근 마이크로소프트가 직원들에게 무제한 휴가제를 시행하면서 이 같이 말했다. 석탄과 석유로 경제 부흥이 일어난 근대에 정해진 근로 형태가 더이상 지금과는 어울리지 않게 됐다. 기술의 발달로 연결은 초연결로 강화됐고, 코로나19로 사무실이라는 정해진 공간은 일을 하는데 중요한 요소가 아니라는 점을 우리가 체화했기 때문이다.

회사에서 정해진 공간에서 일정 시간 업무를 수행하고 그로 인해 재화를 취득하는 행위를 근대 시기의 근로소득자를 정의해왔다면 벌써 두 가지나 깨진 상황이다. 그렇기 때문에 많은 기업들은 과거의 근로 형태를 고집해야 하는지를 두고 고민하고 있다. 직원들을 통제하면서도 적절히 수익을 올리는 새로운 근무 방식을 말이다.

경기도 양주에 위치한 KB국민은행과 신한은행 공동 점포. 사진은 기사와 무관합니다.(사진=KB국민은행)

이 같은 시점에서 은행의 영업시간은 적어도 30년은 변함이 없었다. 오전 9시에 시작해서 오후 4시에 셔터 문을 내리는 은행은 우리에게 익숙한 풍경이다. 코로나19로 오전 9시 30분에서 오후 3시 30분으로 단축 영업을 했던 2년 간이 이례적이었다.

최근 은행 영업시간을 조정하는 작업이 진행되고 있지만, 이 과정이 순탄하지 않은 모양이다. 사측과 정부는 '그동안 그렇게 해왔으니 되돌리라'고 말하고 있고 근로자 측은 '그것보다는 다른 방식으로 해보자'고 주장하고 있다. 

즉, 사측과 정부는 은행을 이용하는 고객이 영업시간 내 방문이 어렵다고 호소하고 있으니 오전 9시~오후 4시까지 일하라는 것이다. 노동자 측은 은행을 방문하는 고객이 줄었고, 어려움을 호소하는 것은 은행 지점을 많이 폐쇄했기 때문이니 은행 영업시간과는 무관하다는 얘기다. 노동조합 측은 고객들이 방문하는 시간대에 따라 은행별로, 지점별로 근로 시간을 탄력적으로 바꾸자는 획기적인 제안도 했다. 

그동안 은행 영업시간이 오전 9시에서 오후 4시로 고정된 것은 특별한 사정이 있는게 아니었다. 오래동안 은행업을 종사한 직원들도 왜 영업시간이 9 to 4 여야만하는지 모든 은행이 다 동일해야하는지 알지 못했다. 취재를 통해 얻은 결과라면 은행 마감 시재 시간을 맞춰야 하고, 은행 창구 직원들의 근로시간을 고려해서 정한 것이었다.

최근 은행의 서류는 대부분 전자 방식으로 바뀌었고, 대부분 은행 업무도 지점보다는 모바일과 인터넷을 통해 이뤄지고 있다. 이 같은 시대의 변화 속에서 은행 지점이 9 to 4여야만 하는 이유는 찾기 어렵다. 오히려 영업시간을 다변화하자는 노동조합 측의 주장이 더 솔깃하다. 이는 그렇지만 또다른 누군가의 근로 조건의 문제이기 때문에 노사 측의 대화는 면밀히 이뤄져야 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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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은 공익성때문에 시대의 변화에 한발 더디게 바뀌어왔다. 코로나19로 인한 재택근무가 이뤄졌을때에도 은행 영업점은 고작 한 시간정도 고객 대면 업무를 줄인게 다였다. 후선 지원 업무도 망 분리 규제에 막혀 근무 시간을 조정하는 방향을 선택했다.

그렇지만 은행을 찾는 고객들의 근무 방식은 바뀌고 있으며 결국 이는 하나의 흐름이 될 것이다. 무조건 9 to 4를 고집하는 것도, 그렇지 않겠다고 하는 것도 시대를 역행하고 있다는 느낌을 준다. 노사 간 법적 다툼보다는, 은행이 현재 시점에 어떤 서비스를 고객에게 어떤 방식으로 해줄 것인가에 대한 현명한 타협점을 도출해야 할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