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원회가 애플페이 도입에 대한 뚜렷한 입장을 아직 밝히지 않고 있는 가운데 일부 아이폰 유저 사이에서 해외카드 발급을 통한 우회 사용과 신한페이 월렛을 이용해 간편결제를 진행하는 대안책이 주목을 받고 있다.
하지만 별도의 유심칩이나 부착형 스티커를 활용해야 하기 때문에 본질적으로 애플페이가 허용되어야 교통카드 기능도 활성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금융위 용단 초조하게 기다리는 ‘아이폰 유저’
30일 카드업계에 따르면, 지난 25일 금융위가 1분기 중 애플페이 상용화를 허가해줄 것이란 소식이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빠르게 확산됐다.
금융위 측은 “아직까지 많은 논의가 이어지고 있고, 진전된 사항이 아무 것도 없다”는 입장이지만, 시장에선 “도입 허용이 머지 않았다”는 견해가 대세다.
온라인 커뮤니티 유저 A씨는 “최근 아이폰으로 버스 요금을 결제하는 꿈을 꿨다”며 “IT강국이라는 타이틀에 걸맞게 이제는 금융위가 용기있는 결단을 내려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A씨처럼 당국의 공식허가를 기다리는 이들도 있지만 최근들어 우회로를 통해 애플페이 결제에 성공했다는 사례도 부쩍 늘어나고 있다.
애플페이 해외 설정 후 해외카드 우회 등록
현 시점에서 애플페이를 사용할 수 있는 가장 유명한 방법은 리투아니아 금융사 Zen 등 모바일로 간단한 회원 등록 후 카드를 발급받아 우회 등록하는 방법이다.
아이폰의 지역설정을 대한민국에서 미국으로 변경하면 애플페이에 신용카드·체크카드 번호 등 결제정보를 입력할 수 있는데, 해외에서 직접 카드를 발급받았거나 Zen처럼 등록이 가능한 카드를 발급받으면 NFC 결제 단말기가 설치된 프랜차이즈 매장에서 사용할 수 있다.
아직 금융위가 애플페이 정식 허가를 내주지 않은 상황이기 때문에 ‘SC제일은행-현대카드 M·X CHECK’ 등 국내 금융사가 발행한 카드를 등록할 수 없다. 애플캐쉬 계좌를 만드는 것도 미국인의 신분증과 사회보장번호를 입력해야 하기 때문에 불가능하다.
본 기자가 Zen카드를 발급받아 직접 애플페이를 결제해 본 결과, 아이폰이나 애플워치의 오른쪽 버튼을 연속 두번으로 터치하면 바로 결제를 할 수 있어 편리하고 직관적이었다.
하지만 오프라인으로 애플페이 결제가 가능한 곳이 희소한 상황이고 교통카드도 결제가 안된다. EMV(유로페이·마스터카드·비자카드) 기술을 적용한 NFC(근거리 무선통신) 단말기의 국내 보급률은 전체 오프라인 신용카드 가맹점의 5~10% 수준으로 알려졌다.
뿐만 아니라 선불결제금액을 충전하거나 애플페이로 결제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소정의 수수료가 붙는다. Zen카드 세부 내규를 살펴보면 유럽시민권자가 아닌 소비자가 선불결제카드로 애플페이나 구글페이로 결제할 경우 등급(▲무료 ▲골드 ▲플래티넘)에 상관없이 결제자와 가맹점주가 각각 결제 건당 2.50%의 수수료를 부담해야 한다.
신한카드 ‘아이폰 부착형 월렛’ 주목
아이폰에 삼성페이 결제를 지원하는 별도의 다비이스를 통해 결제하는 방법도 있다. 신한카드는 모바일앱 올댓을 통해 ‘아이폰 터치결제 플러스 월렛 2세대’를 약 4만5천원에 판매 중이다. 맥세이프 지원이 되는 아이폰 모델에 자석으로 탈·부착이 가능하다.
아이폰 신한카드 모바일앱에서 터치결제 버튼을 누르면 고음파를 생성하는데 월렛 2세대가 이를 마그네틱보안전송(MST) 단말기에서 인식이 가능하도록 변환해 결제 단말기로 송출하는 방식이다. 때문에 근거리 무선통신(NFC)을 위해 별도의 단말기를 설치해야 하는 애플페이와 달리 삼성페이를 지원하는 단말기에 결제가 가능하다.
다만 해당 디바이스는 한정판으로 3천~4천개 가량만 판매되기에 모든 아이폰 유저가 구매하기에는 부족하다. 또한 아이폰 본체에서 결제되는 게 아닌 외부 디바이스를 사용해야 한다는 점에서 거추장스럽고 정기적으로 무선충전을 해야한다는 단점이 있다. 뿐만 아니라 교통카드 결제를 위해선 별도의 전용 유심칩을 신청해 발급받아야 한다.
단말기 부착형 월렛 ‘터치결제M’...상용화는 아직
신한카드에서 시범 운영하고 있는 ‘터치결제M’은 앞서 언급한 월렛2세대 기술과 똑같은 기술을 오프라인 매장 내 단말기에 부착한 디바이스다. 이 경우 금융소비자가 간편결제를 위해 별도의 월렛을 구매해야 하는 필요성이 사라진다.
신한카드 관계자는 “터치결제 M은 일부 홈플러스 매장 등에만 파일럿 형태로 보급됐다”며 “아직 터치결제 M을 전면적으로 확대할 계획은 없지만, 간편결제 시장에서 소비자의 변화하는 니즈를 예의주시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카드업계에선 애플페이 국내 진출이 무산될 경우, 터치결제M과 오픈페이가 대안책이 될 수 있다는 목소리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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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카드업계 관계자는 “만약 EMV 이슈로 애플페이 상륙이 끝내 좌절될 경우, 가장 이상적인 대안책은 터치결제M으로 생각한다”며 “NFC 지원을 위해 단말기 자체를 교체하는 것보다 가격도 저렴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아직 오픈페이 참여 카드사가 적은 상황이지만 올해 중 다수의 카드사들이 참여를 예고하고 있다”며 “타사 카드 등록을 통한 아이폰 간편결제도 가능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