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원자력연구원(원장 주한규)은 방사성동위원소 지르코늄-89(Zr-89)에서 발생하는 체렌코프 효과를 이용해 암세포를 죽이는 나노물질을 개발했다고 18일 밝혔다.
체렌코프 효과는 전기적 성질을 가진 입자가 물 속을 빛보다 빠른 속도로 운동할 때 빛이나 X선을 방출하며 푸른 빛을 내는 현상이다. 빛이 액체 같은 매질을 통과할 때엔 속도가 떨어지기 때문에 다른 입자가 빛보다 빠르게 움직일 수 있다. 원자로 수조가 푸른 빛을 내는 이유도 체렌코프 효과 때문이다. 러시아 과학자 파벨 체렌코프는 이 효과를 발견한 공로로 1958년 노벨 물리학상을 받았다.
원자력연 첨단방사선연구소 가속기동위원소연구실 박정훈 박사 연구팀은 약 100㎚ 크기로 만든 산화티타늄 나노입자 내부에 진단용 동위원소 지르코늄-89를 넣었다. 이 나노입자 표면을 생체단백질인 트랜스페린으로 코팅하고, 트랜스페린 외부에 산화망간을 첨가해 암세포 근처에서 활성산소를 발생시키는 나노물질을 개발했다. 산화티타늄과 산화망간에서 발생한 활성산소는 암세포의 DNA를 손상시켜 암세포를 죽인다.
연구진은 나노물질의 내부는 산화티타늄, 외부는 산화망간으로 만들어 활성산소를 이중으로 방출하는 나노물질을 구현했다. 나노물질 내부 지르코늄-89에서 나오는 입자는 영상 진단에 사용될 뿐만 아니라, 체렌코프 효과도 유발한다. 여기서 발생한 자외선에 의해 산화티타늄에서 활성산소가 발생한다. 또 산화망간은 암세포 주변의 약한 산성 조건과 체렌코프 효과에 의해 분해돼 활성산소를 방출한다.
나노입자를 둘러싼 생체단백질 트랜스페린은 나노물질이 서로 붙지 않게 막아 100㎚ 크기를 유지하고, 나노물질과 암세포가 잘 붙게 해 활성산소가 암세포에 효과적으로 전달되게 한다.
정병엽 첨단방사선연구소장은 "방사선과 나노 기술을 융합한 이번 연구로 지르코늄-89에서 방출하는 감마선을 자외선으로 변환하는 방사선 변환 기술을 증명했다"라며 "기초연구 분야 활용과 향후 연구 분야 확대를 기대한다"라고 밝혔다. 연구진은 향후 대장암 세포주 외 폐암, 간암 등 다양한 세포주를 이용해 전임상시험을 추진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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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연구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원자력연구개발사업의 지원을 받아 수행됐으며, 18일 'ACS 어플라이드 머티리얼즈 앤드 인터페이스(ACS Applied Materials and Interface)' 표지 논문으로 게재됐다.
※ 논문명: Theranostics through Utilizing Cherenkov Radiation of Radioisotope Zr-89 with Nanocomposite Combination of TiO2 and MnO2 (방사성동위원소 지르코늄-89의 체렌코프 효과를 이용한 티타늄-망간 나노 복합체의 테라노스틱스 활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