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세포 죽이는 신비의 나노물질 개발

원자력연, 암지르코늄-89서 나오는 감마선을 자외선으로 전환

과학입력 :2023/01/18 11:07

한국원자력연구원(원장 주한규)은 방사성동위원소 지르코늄-89(Zr-89)에서 발생하는 체렌코프 효과를 이용해 암세포를 죽이는 나노물질을 개발했다고 18일 밝혔다.

체렌코프 효과는 전기적 성질을 가진 입자가 물 속을 빛보다 빠른 속도로 운동할 때 빛이나 X선을 방출하며 푸른 빛을 내는 현상이다. 빛이 액체 같은 매질을 통과할 때엔 속도가 떨어지기 때문에 다른 입자가 빛보다 빠르게 움직일 수 있다. 원자로 수조가 푸른 빛을 내는 이유도 체렌코프 효과 때문이다. 러시아 과학자 파벨 체렌코프는 이 효과를 발견한 공로로 1958년 노벨 물리학상을 받았다. 

원자력연 첨단방사선연구소 가속기동위원소연구실 박정훈 박사 연구팀은 약 100㎚ 크기로 만든 산화티타늄 나노입자 내부에 진단용 동위원소 지르코늄-89를 넣었다. 이 나노입자 표면을 생체단백질인 트랜스페린으로 코팅하고, 트랜스페린 외부에 산화망간을 첨가해 암세포 근처에서 활성산소를 발생시키는 나노물질을 개발했다. 산화티타늄과 산화망간에서 발생한 활성산소는 암세포의 DNA를 손상시켜 암세포를 죽인다.

지르코늄-89가 도입된 다중구조의 나노물질의 암세포 사멸 기작 모식도. 체렌코프 효과로 나노입자에서 활성산소가 발생해 나노물질 주변 암세포가 사멸된다. 나노물질에서 방출되는 지르코늄-89의 방사선은 투과되어 진단 영상에 쓰인다. 우측 상단의 큰 나노물질은 구조를 보여주기 위한 확대 그림이다. (자료=원자력연)

연구진은 나노물질의 내부는 산화티타늄, 외부는 산화망간으로 만들어 활성산소를 이중으로 방출하는 나노물질을 구현했다. 나노물질 내부 지르코늄-89에서 나오는 입자는 영상 진단에 사용될 뿐만 아니라, 체렌코프 효과도 유발한다. 여기서 발생한 자외선에 의해 산화티타늄에서 활성산소가 발생한다. 또 산화망간은 암세포 주변의 약한 산성 조건과 체렌코프 효과에 의해 분해돼 활성산소를 방출한다.

나노입자를 둘러싼 생체단백질 트랜스페린은 나노물질이 서로 붙지 않게 막아 100㎚ 크기를 유지하고, 나노물질과 암세포가 잘 붙게 해 활성산소가 암세포에 효과적으로 전달되게 한다.

정병엽 첨단방사선연구소장은 "방사선과 나노 기술을 융합한 이번 연구로 지르코늄-89에서 방출하는 감마선을 자외선으로 변환하는 방사선 변환 기술을 증명했다"라며 "기초연구 분야 활용과 향후 연구 분야 확대를 기대한다"라고 밝혔다. 연구진은 향후 대장암 세포주 외 폐암, 간암 등 다양한 세포주를 이용해 전임상시험을 추진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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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연구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원자력연구개발사업의 지원을 받아 수행됐으며, 18일 'ACS 어플라이드 머티리얼즈 앤드 인터페이스(ACS Applied Materials and Interface)' 표지 논문으로 게재됐다.

※ 논문명: Theranostics through Utilizing Cherenkov Radiation of Radioisotope Zr-89 with Nanocomposite Combination of TiO2 and MnO2 (방사성동위원소 지르코늄-89의 체렌코프 효과를 이용한 티타늄-망간 나노 복합체의 테라노스틱스 활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