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상공회의소가 85명의 경제·경영 전문가(대학교수, 공공·민간연구소 연구위원)를 대상으로 ‘2023년 경제키워드 및 기업환경전망’을 조사한 결과, 올해는 ‘토끼굴에 빠진’ 경제 상황이 될 것으로 전망했다.
전문가들은 올해 경제를 표현하는 키워드로 ‘심연’, ‘풍전등화’, ‘첩첩산중’, ‘사면초가’ 등의 단어를 꼽아 동화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속 앨리스가 토끼굴에 빠진 것과 같이 우리 경제가 어둡고 혼란스러운 상황에 빠져들 것이란 우려를 드러냈다.
‘암중모색’(어둠 속에서 손을 더듬어 찾음), ‘중력이산’(많은 사람이 힘을 합하면 산도 옮길 수 있음), ‘경제와 사회의 회복탄력성’ 등 키워드를 통해 우리가 나아가야 할 대처 방향에 대한 의견도 제시됐다.
조사에 따르면 올해가 ‘저성장이 고착화되는 원년이 될 것’이라는 의견에 대해 ‘동의한다’는 의견이 76.2%에 달했다. 전문가들이 전망한 올해 국내 경제성장률은 1.25% 수준으로, 1.5%~2.0% 구간에 있는 주요기관 전망치(기재부 1.6%, 한은 1.7%, OECD 1.8%, IMF 2.0%)를 밑돌았다.
올해 소비 및 투자전망에 대해서도 ‘작년과 유사하거나 둔화될 것’이라는 응답이 각 90.5%, 96.4%에 달했다. 수출에 대해서는 78.6%가 ‘작년과 유사 또는 둔화’를 예상했다.
세계 경제성장률 전망도 주요기관 전망치를 밑돌았다. 전문가들이 예상한 올해 세계 경제성장률은 2.22% 수준으로 주요기관의 세계 경제성장률 전망치(OECD 2.2%, 대외경제정책연구원 2.4%, IMF 2.7%)를 소폭 하회했다. 주요 교역국들에 대한 경제전망도 부진했다. 미국 및 중국경제 전망에 대해 ‘작년과 비슷하거나 악화될 것’으로 답한 비율은 각 71.4%, 75%였다.
올해 우리경제가 직면한 경제분야 리스크로는 ‘고금리 상황’(24.5%)과 ‘고물가·원자재가 지속’(20.3%)이 가장 많이 꼽혔다. 뒤이어 ‘수출 둔화·무역적자 장기화’(16.8%), ‘내수경기 침체’(15%), ‘지정학 리스크(미-중갈등, 전쟁 등)’(13.8%)가 꼽혔다.
향후 금리정책을 결정하는 과정에서 가장 중점적으로 고려해야 할 사항을 묻는 질문에는 ‘미국 금리수준’(39.3%)을 꼽은 전문가가 가장 많았다. ‘경기상황’이라고 답한 응답자는 23.8%였고 ‘부채상황’(21.4%), ‘국내 물가 수준’(15.5%) 순이었다.
반도체 이후 우리나라를 이끌 먹거리 산업으로는 배터리(21.2%), 바이오(18.8%), 모빌리티(16.5%), 인공지능(10.6%) 등이 제시됐다. 차세대 반도체가 계속해 우리 경제를 이끌 것으로 예상하는 응답도 5.9%였다.
정부가 올해 중점을 두어야 할 경제정책 분야로는 ‘미래전략산업 육성’(25%)이 가장 많이 꼽혔다. ‘자금·금융시장 안정’(23.8%), ‘경제안보·경제외교’(11.9%), ‘수출 확대’(9.5%), ‘산업·기업 구조조정’(8.3%) 응답이 뒤를 이어 단기 과제로는 자금·금융시장 안정이, 장기 과제로는 미래전략산업 육성이 시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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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석구 대한상의 조사본부장은 “올해는 경기 불확실성에 대응해 주요 경제지표를 안정적으로 관리해 나가며 노동·규제·교육 등 주요 개혁과제 성과를 만들어야 하는 해”라며 “주요 개혁과제가 흔들림 없이 추진되기 위해서는 정부와 국회의 협력이 관건”이라고 말했다.
이어 “협치를 통해 주요 정책들을 신속하게 수립·집행해 국민의 정치 불신을 해소하고 우리 경제의 역동성을 높여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