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민이 쓰는 블록체인, 어떤 형태여야 하나

[인터뷰]임병완·박종훈 블록체인랩스 대표

컴퓨팅입력 :2023/01/10 08:08    수정: 2023/01/10 10:03

블록체인의 대중화는 업계의 1순위 숙제다. 코인을 둘러싼 각종 사건사고로 누적된 대중의 우려를 씻고, 새로운 기술이 새로운 편의를 제공한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서다.

정부도 이에 공감해 여러 시범 사업으로 마중물을 부었다. 그럼에도 전국민이 편의를 체감하고 애용하는 블록체인 서비스의 등장은 아직 숙원으로 남아 있다.

이런 목표에 비교적 가깝게 다가간 사례가 백신 패스 앱 '쿠브'다. 코로나19가 유행할 당시 전국민의 출입 수단으로 쓰이면서 4천300만 이용자를 소화했다. 비록 서비스 특성상 이제는 국민의 동선을 세세히 기록해야 할 상황은 사라졌지만, 한시적으로나마 전국민이 이용하는 블록체인 기반 서비스로 자리잡았다.

쿠브를 서비스했던 블록체인랩스는 이런 경험을 자산으로 삼아 이용자가 블록체인의 편리함을 느낄 수 있는 서비스를 다방면에서 선보이겠다는 계획이다. 이런 서비스의 중심엔 대중화에 적합하도록, 기술적으로 공을 들여 자체 개발한 블록체인이 있다.

임병완·박종훈 블록체인랩스 대표

Q. 쿠브를 서비스하기 전엔 어떤 회사였나.

임병완 대표 "블록체인랩스는 원래 미국에서 설립된 회사다. 미국 대학가에서 블록체인 기반 신용카드 서비스를 출시했었다. 코로나19 확산 때문에 학교들이 문을 닫으면서 서비스를 접어야 했다. 그러다 한국에 들어오게 됐다."

Q. 코로나19 백신 패스를 선제적으로 공급한 배경은?

임병완 대표 "분산ID(DID) 기술을 준비하고 있었다. 코로나19가 유행한 뒤에 미국에서 코로나19 백신 접종 여부를 수기로 증명하는 것을 보고, 블록체인 기반의 백신 접종 증명서가 반드시 필요하게 될 것으로 봤다. 개인정보가 보호되면서도 해외 시스템과도 연동이 되는 백신 접종 증명 시스템이 필요했다.

이를 위해 암호화폐 없이 기업이 쓸 수 있는 블록체인으로 '인프라블록체인'을 개발했다. 정부가 블록체인 기반의 시스템을 활용하기 위해선 암호화폐가 개입되지 않아야 한다는 생각이었다.

백신 접종 증명 시스템을 만들고 WHO, 리눅스 등에 홍보를 했다. 그러다 질병관리청에도 소개가 되면서 쿠브 서비스를 할 수 있었다. 당시 여러 IT 대기업의 블록체인 기반 백신 접종 증명 시스템과도 경쟁했지만, 프라이빗 블록체인인데다가 암호화폐가 개입되는 방식을 취하고 있었다. 그런 한계를 극복했다는 점에서 쿠브가 선정된 것으로 봤다. 쿠브가 백신 접종 증명 앱으로 쓰이면서 블록체인 기반 인증서를 4천300만명이 발급받았고, 통신3사와 네이버, 카카오, 토스가 저희 시스템과의 연동을 통한 인증도 지원했다."

Q. 회사가 개발한 '인프라블록체인'에 대해 소개해달라.

박종훈 대표 "프라이빗 블록체인은 보안이 강화된 데이터베이스를 쓰는 것과 큰 차이가 없다. 블록체인으로서의 가치를 가지려면 퍼블릭 형태여야 한다. 블록체인 운영에 보상이 필요하고 그 수단으로 체인에서 발행되는 코인이 보통 활용되는데, 저희는 블록체인의 본질은 코인이 아니라고 판단했다. 코인을 발행하고 나면 코인 자체가 사업의 걸림돌로 작용하게 된다고 생각했다. 이런 걸림돌과 상관없이 정부나 기관이 블록체인을 사용하기 위해 법정화폐로 체인 수수료를 사용하는 블록체인 네트워크를 구축했다.

합의 알고리즘도 이런 관점에서 새로 만들었다. 서비스를 많이 만들어내는 공급자들이 블록체인 노드를 운영하는 주체로 선출이 되는 방식이다. '프루프오브트랜잭션(PoT)'이라는 이름으로 국내에선 특허를 출원했고, 미국 등 해외에서도 특허 출원을 준비하고 있다.

정부에서 한 블록체인 사업들은 많았지만 프라이빗 블록체인이다 보니 잘 쓰이지 못했다. 저희는 쿠브 사업을 따내는 과정에서 인프라블록체인의 이런 매커니즘을 설명하고, 퍼블릭 블록체인으로서 운영이 가능하다는 점을 이야기해 채택이 됐다. 국가 도로망이나 통신망처럼 블록체인도 국가 인프라로서 제공될 수 있다."

Q. 사업 시작부터 블록체인 개발을 염두에 뒀나.

박종훈 대표 "저희는 다음카카오에서 모바일 개발자로 5년 이상 근무했었다. 처음엔 디앱을 만드는 데 집중했다. 당시 스마트컨트랙트 기반의 블록체인이 2세대로서 등장했고, 블록체인 위에서 앱을 만들 수 있다는 점이 주목을 받았다. 모바일만 들여다보다가 새로운 기술로 새로운 것을 해볼 수 있다는 점에 끌렸다. 

당시 여러 가지를 만들어봤는데, 트랜잭션을 처리하려면 이더리움을 사서 가스비를 지불해야 했다. 서비스 운영비를 시세가 왔다갔다 하는 코인으로 내야 하는 구조가 납득하기 어려웠다. 클라우드만 해도 시간에 따라 이용료가 정해져 있지 않나. 전국민이 쓰는 앱을 만들던 개발자 입장에선 한계가 명확해보였다. AWS 쓰듯이 서비스 운영 비용을 법정화폐로, 예측 가능한 비용을 부과해야 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에서 사업이 출발했다."

Q. 인프라블록체인 고도화 계획은?

임병완 대표 "여러 블록체인이 연동될 수 있는 멀티체인 아키텍처로 업그레이드하고 있다. 해외 당국들이 쿠브 사례를 보고 블록체인 서비스를 도입하려 하고 있는데, 국가마다 사용하는 체인 간 연동을 지원하는 기술이 앞으로 중요해질 것으로 본다." 

박종훈 대표 "이더리움 쪽에서 샤딩을 신속히 개발해야 한다는 논의가 나오는 것도 체인의 확장성과 관련돼 있다. 웹3의 TPS 처리 능력이 웹2 기술보다 느리다 보니 이를 확장해야 한다. 웹3는 전체 노드와 합의해서 확장해야 하다 보니 난제다. 이걸 어떻게 더 잘할 수 있을까 하는 연구는 많이 이뤄져 왔다. 최근 다양한 형태로 많이 발전해왔다.

영지식 증명 기술도 연구하고 있다. 블록체인은 기본적으로 정보를 공개하는 구조라 금융정보가 오가는 시스템으로 쓰기 어려운 상황이다. 블록체인이 실생활에서 쓰이고 대중화되려면, 블록체인이 증거 데이터는 같이 갖더라도 블록 내용은 가릴 수 있는 기술로 영지식 증명이 업계에서 연구 개발이 되고 있다. 저희도 이 기술을 인프라블록체인에 도입하는 걸 수 년간 진행하고 있다. 올해부터는 실제 제품으로 보여드릴 수 있을 것 같다."

Q. 향후 인프라블록체인이 새로 도입될 영역은?

박종훈 대표 "기업이나 해외 정부와 논의 중인 내용들이 있다. 인프라블록체인과 DID 기술을 결합하면 응용 가능한 분야가 많다. 해외에선 우리나라처럼 주민등록번호 기반 시스템이 잘 구축돼 있는 경우가 흔치 않은데, 이를 웹2 방식으로 지금 구축하려면 많은 비용을 써야 한다. 블록체인을 써서 더 나은 시스템을 더 저렴하게 구축할 수 있다. 주민번호뿐 아니라 회사원, 공무원 증명 체계 같은 경우에도 쓸 수 있다."

Q. 개발 중인 블록체인 기반 신규 서비스 중에선 어떤 것에 기대를 걸고 있나.

박종훈 대표 "반려동물 분야 서비스인 '펫아이'를 개발하고 있다. 많은 리소스 투입하고 있고, 비즈니스 모델도 강하게 들어가 있다. 올해 소개하는 자리가 생길 것 같다. 블록체인 기술이 무엇인지 일반 사람들에게 친근한 형태로 다가갈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관련기사

Q. 당장 고수익을 내기엔 어려운 사업모델 같다. 경제 침체가 장기화될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견딜 방안 있나.

박종훈 대표 "작년 하반기쯤 시리즈A 투자를 유치했다. 매출이 전혀 없는 상황을 알면서도 투자를 받았다. 저희 비전에 많이 공감해준 걸로 생각한다. 저희가 블록체인으로 이루고자 하는 가치를 잘 증명한다면, 시간이 많이 걸리더라도 보상이 돌아오지 않을까 싶다. 펫아이 등 신규 서비스를 통한 매출도 충분히 기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