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디스플레이 살리려면 OLED TV 소비지원금 줘야"

[인터뷰] 이충훈 유비리서치 대표 "수요 없으면 투자 못해...시장 선순환 시급"

반도체ㆍ디스플레이입력 :2023/01/09 10:42    수정: 2023/01/09 10:44

“한국 디스플레이 산업이 제대로 성장하려면 한국에서라도 모두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TV를 보게끔 보조금을 줘야 합니다. OLED TV용 디스플레이 패널은 한국 업체만 만들고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살 사람이 있어야 기업이 만들어 팔 수 있다는 점입니다.”

한 해가 저물어가는 구랍 23일 서울 양재동 유비리서치 사옥에서 만난 이충훈 유비리서치 대표는 한국 디스플레이 산업을 키울 해법으로 OLED TV 소비지원금을 꼽았다.

한국 디스플레이 산업은 최근 반도체 공급망 이슈에 밀려 세간의 관심에서 소외된 측면이 없지 않다. 과거 우리나라 대표 수출 산업이던 액정표시장치(LCD) 사업은 사실상 중국에 시장을 모두 빼앗겼다. 가격 경쟁력 때문에 삼성디스플레이에 이어 LG디스플레이도 LCD 사업을 접었다.

이충훈 유비리서치 대표가 지난달 23일 서울 양재동 유비리서치 사옥에서 지디넷코리아와 인터뷰하고 있다.(사진=유혜진 기자)

그러나 디스플레이 산업은 여전히 우리나라 수출의 한 축을 담당하는 주요 산업군 중 하나다. 지난해 기준 우리나라 디스플레이 수출 실적은 총 211억5천만 달러(약 26조5천억원)로 이 중 OLED가 149억 달러(약 18조6천억원)를 차지한다. 하이테크 고부가가치인 OLED 시장을 키우지 않고는 중국의 추격을 뿌리치기도 미래로 나아가기도 어려운 실정이다.

OLED TV가 세상에 나온 지 10년이 됐지만 세계적으로 LCD TV가 더 많이 쓰인다. 아직은 OLED 값이 더 비싸서다. OLED는 화면을 구성하는 수천만개의 화소 하나하나가 스스로 빛을 낸다. 백라이트가 필요 없어 패널이 얇고, LCD보다 색감이 선명하다고 평가된다. LG디스플레이는 2013년 세계에서 처음으로 경기 파주 공장에서 55인치 풀HD급 OLED TV 패널을 양산했다.

다음은 이충훈 대표와의 일문일답.

LG디스플레이 모델이 유기발광 소자에 일반 수소보다 무거운 중수소 기술과 개인화 알고리즘으로 이뤄진 ‘EX 테크놀로지’를 적용한 97인치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TV 패널을 소개하고 있다.(사진=LG디스플레이)

Q. 왜 한국 디스플레이 산업이 위기를 겪고 있는가.

“한국 디스플레이 산업이 성장하려면 한국에서라도 TV를 다 OLED로 바꿔줘야 한다. 지금 OLED TV용 디스플레이 패널은 한국에서만 만든다. 한국에서라도 부가가치세를 감면해서 소비자가 OLED TV를 사게끔 해야 한다. OLED TV를 사려는 사람이 없으면 기술을 개발해도 디스플레이 패널 업체가 활용할 수 없다. 수요가 늘면 공급도 늘고, 규모의 경제로 가격 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 이렇게 선순환해야 디스플레이 패널 업체가 투자할 수 있다. 그렇지 않으면 삼성전자나 LG전자가 LCD TV를 팔 수밖에 없다. 중국 디스플레이 패널 업체만 키워주는 꼴이다. 삼성전자와 LG전자가 OLED TV를 많이 팔아야 OLED 패널을 만드는 디스플레이 업체를 키울 수 있다. 시장에서는 가격이 중요하다. 소비자는 가격 대비 성능(가성비)을 따진다. 소비자가 지갑을 열 수 있는 가격에 해당되는 기술이 살아남는다. 과해봤자 소용없다. 전기자동차 살 때 세금 혜택을 많이 주듯이 시장을 활성화하는 게 중요하다.”

LG디스플레이 파주 공장(사진=LG디스플레이)

Q. OLED TV가 비싸더라도 쓸 만한 이유는 없나.

“OLED가 시장을 장악할 만한 이유가 없다. 소비자로서 꼭 OLED TV를 볼 필요가 없다. 얇다는 장점만으로 될까. 화질 비교하며 보는 전문가도 아닌데 비싼 OLED TV를 사겠나. 차라리 큰 화면이 더 좋으니 LCD TV 산다. 휴대폰은 다르다. 비싸더라도 전화·TV·인터넷·지도·지갑 등 모든 것을 해결해서 몇 백 만원 가치를 받는다. TV는 다른 가치를 주지 못하면 싸게 줘야 팔린다. 결국 가격이다. 중국산 TV가 잘 나가는 이유도 좋아서가 아니라 싸게 팔아서다. OLED TV를 사는 소비자에게 부가세를 깎아줘도 기업이 장사 잘해 내는 세금으로 세수는 보전된다.”

삼성디스플레이가 지난해 8월 23일부터 26일까지 부산 벡스코에서 열린 국제정보디스플레이학술대회(IMID)에서 공개한 TV용 77형 양자점(QD·퀀텀닷)-유기발광다이오드(OLED)(사진=삼성디스플레이)

Q. 특정 기업에 특혜를 준다는 지적이 나올 수 있다.

“LG 돕는 게 아니다. OLED TV 살 사람을 돕는 것이다. 살 사람이 있어야 제품을 만들지 않겠나. 그래야 고용을 유지한다. 대기업에서 일하는 사람이라고 부자가 아니다. 평범한 노동자다. 정부가 ‘빌라왕 전세 사기 피해자’ 구하듯 수많은 노동자가 거리로 내몰리지 않게 해야 한다. 이 파급 효과가 더 크다. 삼성만 보면 한국 디스플레이 산업은 위기 아니다. LG가 위기다. 지금 LG디스플레이가 투자할 수 있는 분야는 대형 OLED뿐이다. OLED TV가 잘 팔리면 LG디스플레이가 남의 돈 빌려서라도 투자할 테다. LG디스플레이에 패널 투자 세금을 지원할 게 아니라 OLED TV 구매 비용을 대줘야 하는데 정책이 거꾸로 간다. LG디스플레이가 무너지면 중국이 제일 좋아할 것이다.”

이충훈 유비리서치 대표가 지난달 23일 서울 양재동 유비리서치 사옥에서 지디넷코리아와 인터뷰하고 있다.(사진=유혜진 기자)

Q. 최근 국가전략산업 지정은 국내 디스플레이 산업에 어떤 도움이 될 것으로 보나.

“별로 도움 안 될 것 같다. 정부가 잘못 판단했다. 디스플레이 패널 업체는 기본적으로 몇조원씩 투자하지만 수요가 먼저다. 특히 모바일 제품에는 국내 회사가 투자할 수 없다. 중국이 이미 많이 투자해서 공급이 넘친다. 과잉 공급이 해소되려면 4년은 걸릴 듯하다. 정보기술(IT) 제품 쪽에서는 미국 애플이 주도하기에 삼성·LG에 불리하다. 남은 것은 TV다. 시장경제 체제 한국에서는 세액공제를 한대도 고객이 확보되지 않았다면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가 투자 못한다. 중국은 정부가 모든 것을 움직이니까 먼저 투자할 수 있는 것이다.”

이충훈 유비리서치 대표 프로필

2003~ 현재 : 유비리서치 대표

2001~2017 : 모디스텍 대표

1995~2011 : 삼성SDI 수석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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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8~1990 :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연구원

1990~1995 : 일본 도쿄대학교 공학부 응용화학과 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