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묘년 새해를 맞아 재계가 내놓은 키워드는 '위기 극복'과 '고객'이었다. 글로벌 경기 침체와 수출 부진, 인플레이션 심화로 경영 불확실성이 커진 상황에서 기업인들은 위기를 기회로 만들어야 한다는 강한 의지를 밝혔다.
3일 재계에 따르면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을 끝으로 국내 주요 그룹 경영인들의 새해 신년사가 마무리됐다.
현대자동차 그룹은 이날 남양연구소에서 타운홀 미팅 방식의 신년회를 개최했다. 정 회장은 새해 메시지에서 “다가오는 위기를 두려워하며 변화를 뒤쫓기보다 한 발 앞서 미래를 이끌며 위기를 기회로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 회장은 '도전을 통한 신뢰와 변화를 통한 도약'을 화두로 제시했다. 그는“우리는 ‘신뢰’를 기반으로 도전하고, 도전의 결과로 더 큰 ‘신뢰’를 만들어 나가야 한다”며 ▲고객의 신뢰 ▲사회적인 신뢰 ▲나와 내 옆의 동료에 대한 신뢰를 강조했다.
특히 정 회장은 “고객의 신뢰를 받는 것이 최우선”이라며 “그 어떤 좋은 제품과 기술도 고객의 신뢰 없이는 아무 의미가 없다”고 말했다.
■ '고객' 외친 총수들
고객을 강조한 것은 정 회장뿐만이 아니다. 구광모 LG그룹 회장은 2019년 취임때부터 '고객가치 경영'을 줄곧 강조해왔다.
그는 올해 신년사에서도 2023년을 ‘내가 만드는 고객 가치의 해’로 규정하고 “전 세계 모든 LG인 한 사람 한 사람의 고객가치를 모아 고객의 삶을 바꾸는 감동과 경험을 만들어 가자”고 말했다.
조현준 효성그룹 회장도 새해 필승 전략으로 ‘고객몰입경영’을 제시했다. 조 회장은 “고객의 목소리를 경청하는 활동(VOC)을 진화시켜 고객몰입경영으로 나아가야 생존할 수 있다”며 “고객 몰입 경영 실천이야 말로 고객에게 가장 먼저 선택받는 효성, 위기를 기회로 만들어 앞서 나가는 효성을 만드는 유일한 길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기업데이터연구소 CEO스코어가 국내 10대 그룹의 2023년 신년사 키워드 빈도수를 조사한 결과, 가장 많이 언급된 키워드는 '고객(35회)'인 것으로 집계됐다.
■ "위기를 기회로 만들자"
경제 여건이 어려워진 만큼 '위기'를 언급한 재계 총수들도 많았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구성원에게 새해 인사를 전하며 어려운 경영환경을 극복하기 위해 “우리에게 소중한 가치를 되새기며 경영시스템을 단단히 가다듬는 기회로 삼아 나아간다면 미래는 우리의 편이 될 것”이라고 격려했다.
최 회장은 앞서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으로서 발표한 신년사에서도 손자병법의 '이환위리'를 언급했다. 이환위리는 고난을 극복해 오히려 기회로 삼는다는 의미다. 그는 "어려운 여건이지만, 그 안에 내재돼 있는 기회를 포착하고 청사진을 만들어가는 일에 역량을 집중해 올 한 해 새로운 성공 스토리를 많이 만들어 가면 좋겠다"고 말했다.
최태원 회장은 2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2023년 경제계 신년인사회’에서도 인사말을 통해 “올해는 결코 녹록지 않은 경영 환경이지만 우리 경제는 위기 때마다 오히려 한 단계씩 성장해왔다”며 "정부와 기업이 다시 한번 원팀이 돼 위기를 기회로 만들어가는 2023년이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허창수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도 신년사에서 '원팀'을 언급했다. 그는 "환부작신(썩은 것을 도려내어 새 것으로 바꾼다는 뜻)자세로 전 방위적 구조개혁을 추진해 대한민국의 경쟁력을 높이고 글로벌 경제 선진국으로 도약해야 할 때다"며 "이를 위해서는 국민·정치권·기업이 한 마음 한 뜻으로 원팀이 돼 힘을 모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정호 SK하이닉스 부회장도 신년 인사에서 "올해 어려운 경영환경을 원팀이 돼 극복해나가자"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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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등기이사가 아니기 때문에 별도의 신년사를 발표하지 않는다. 대신 삼성전자 한종희 부회장과 경계현 사장은 신년사에서 어려운 경영 환경 속에도 과감한 도전과 투자를 이어갈 것을 당부했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도 신년사에서 위기 극복을 위한 투자 의지를 피력했다. 그는 "어려운 때일수록 우리는 내실을 다지면서도 미래 성장동력과 핵심역량 확보를 위해 과감한 투자를 아끼지 않아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