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또 맞으면' 아이 더 낳을까?…조사해 봤더니

미국 경제연구소(NBER) 분석…혼인율 오르고 주택소유↑

생활입력 :2023/01/03 10:03

온라인이슈팀

청년들에게 더 많은 경제적 자원이 돌아간다면 결혼과 자녀 출산·주택 보유에는 어떤 영향이 있을까.

한국과 상황은 다르겠지만 미국에서 실마리를 찾자면 '결혼은 더 많이 하고, 첫째는 빨리 낳는다'로 요약할 수 있다. 단, 12억원을 넘는 수준의 벼락 행운을 누리지 않는 한 자녀 수가 유의미하게 늘어나지는 않는 것으로 조사됐다.

사진=뉴스1

3일 한국은행 경제연구원의 최신 해외학술 정보에 따르면 이 같은 내용의 전미경제연구소(NBER) 조사 보고서가 지난달 말 공개됐다.

NBER은 미국 과세 자료를 기초로 2000~2019년 주(州) 복권에 당첨된 25~44세 청년을 식별한 이후 복권 당첨에 따른 소득 변화로 인한 장·단기 효과를 살폈다. 조사 대상 기간이 20년에 걸친 만큼 표본만 88만8049건에 달했다.

분석 결과, 경제적 자원이 증가하면 미혼 남녀의 혼인율은 높아지는 것으로 드러났다.

단, 기혼자의 결혼 지속성은 복권 당첨으로 인해 개선되지 않았다.

특히 나이가 어릴수록 혼인율 상승 효과가 컸고 결혼 지속성도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40대보다 20대에 가까울수록 가족 형성에 경제적 요인이 중요함을 시사한 셈이다.

경제적 자원의 증가는 첫 자녀의 출산 시기를 약간 앞당기는 효과가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구체적으로 복권 당첨 이후 1년 뒤 아이가 태어날 가능성이 10만달러당 0.4%포인트 정도로 소폭 증가했다.

이는 청년 세대가 주로 어린 자녀와 함께 집에 머무르면서 양육하기를 바라는데, 이런 환경을 이루기 위해선 경제력이 뒷받침돼야 하기 때문이라고 보고서는 추정했다.

반면 청년의 경제적 자원이 늘어도 합계출산율(여성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평균 출생아 수)에 미치는 효과는 미미했다.

© News1 김초희 디자이너

NBER 보고서는 "전반적으로 복권 당첨금이 가계의 지위를 극적으로 바꿀 만큼 크지 않는 한 경제적 자원은 가족의 규모(자녀 수)에 근본적으로 영향을 주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보고서는 "복권 당첨이 자녀 출생을 앞당기는 효과는 당첨 당시 슬하에 자녀가 없었던 청년 중에서도 나이가 어리고 저소득인 이들에게 집중됐다"며 "이는 아이를 갖는 데 필요한 고정 비용으로 인해 청년이 출산을 미루는 경제적 제약이 존재함을 시사한다"고 밝혔다.

이어 "오로지 아이를 일생 동안 기르는 비용을 웃도는 매우 큰 규모의 당첨금만이 자녀 수를 약간 늘릴 뿐"이라고 덧붙였다. 보고서는 이 같은 당첨금의 기준으로 100만달러(약 12억7000만원)를 제시했다.

연구진은 복권 당첨을 정부 지원과 연결 짓기도 했다. 보고서는 "무조건적인 정부 이전소득(unconditional government transfers)이 출산율을 약간 가속시킬 순 있겠지만 합계 출산율을 유의미하게 높일 가능성은 낮은 셈"이라고 결론 내렸다.

청년의 주택 소유의 경우, 복권 당첨에 따른 경제적 자원 증대가 강하고 지속적인 양(+)의 효과를 미쳤다. 특히 당첨 2년 전 소득이 '고소득층'에 속했던 청년일수록 복권 당첨은 주택 수를 더욱 늘리는 효과를 냈다.

원래 부자였던 청년이 소위 '로또'를 맞으면 자산을 더 많이 불리는 현상이 확인된 것이다. 이를 두고 연구진은 "보유 현금 외 주택 구입을 위한 담보 대출이 필요한 경우 적격 소득 기준과 신용 기록 등이 저소득자에게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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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정부는 지난 2006년부터 16년간 저출산 대응에 약 280조원의 예산을 투입했지만 출산율은 오히려 빠르게 떨어지고 있다. 우리나라의 합계출산율은 지난해 기준 0.81명으로 미국(1.64명)이 우리의 2배를 넘는다. 그럼에도 미국에서는 출산율 저하에 대한 우려가 확산한 상태다.

제공=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