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스·전기료에 지하철 요금도 오를까…청년들 '울상'

적자 대폭 증가로 서울지하철요금 인상 불가피

생활입력 :2022/12/26 13:34

온라인이슈팀

#1. 서울 서대문구 대학가에서 자취하는 사회초년생 박모(28)씨는 최근 지하철 요금 등 공공요금이 오른다는 이야기가 들려 걱정이 한가득이다. 금리인상으로 전세자금대출 이자는 35만원에서 68만원까지 올랐는데, 앞으로는 출퇴근 교통비도 늘어나게 됐다. 박씨는 "지하철·버스 요금까지 오르면 서울살이가 참 퍽퍽할 거 같다"며 "점심도 도시락을 싸서 다니는데 여기저기서 요금이 오르면 어디서 돈을 더 아껴야 할지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서울=뉴시스] 권창회 기자 = 내년 예산에 도시철도 무임수송 손실 지원이 반영되지 않으면서 서울 지하철 요금 인상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26일 오전 서울 여의도역에서 시민이 교통카드를 찍고 있다. 2022.12.26.

#2. 직장인 김모씨(32)씨는 결혼 자금을 모으기 위해 부모님이 계신 평택에서 서울로 출퇴근하며 돈을 아끼고 있다. 그런데 최근 지하철 요금 인상이 예고돼 걱정이 늘었다. 김씨는 "기차를 이용하면 환승이 안돼 하루 통근 비용만 1만원 가까이 든다"며 "임금인상률은 더딘데 모든 곳의 물가가 가파르게 올라 결혼은 불가능한 것 아닌가 우려된다"고 말했다.

내년도 정부 예산안에서 지방자치단체 도시철도 법정 무임수송 손실 지원이 빠졌다. 이에 따라 더 이상 서울 지하철 요금 인상을 미룰 수 없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지하철 요금 공공요금 인상은 경제적 기반이 취약한 20~30대 청년가구에 더 큰 충격을 가져올 것으로 예상된다.

26일 서울시 등에 따르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2023년도 예산안에는 지자체 도시철도 무수송 공익서비스비용(PSO) 예산이 제외됐다. PSO예산은 노인과 장애인 등 노약자 무임수송 비용을 보전해주기 위해 책정된 예산이다.

내년 정부 예산에 도시철도 무임수송 손실 지원분이 제외돼 서울 지하철 요금 인상이 불가피해졌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 19일 "정부가 도와주지 않는 것으로 정리된다면 요금 인상을 고려할 수밖에 없는 처지가 될 수도 있다"고 밝혔다.

서울 지하철 기본운임은 지난 2007년 100원이 인상됐고, 2012년에는 150원, 2015년에는 200원이 인상된 후 7년 넘게 동결됐다.

이번 인상폭은 기존 100~200원의 인상폭보다 더 커질 수도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지하철 요금이 7년 넘게 그대로인 데다가 서울교통공사의 손실이 더 커졌기 때문이다.

지난해 서울교통공사의 적자는 9644억원으로 2019년(5865억원)에 비해 4000억원 가까이 많았다. 2021년 적자 중 무임수송도 2784억원으로 2020년(2643억원)보다 100억 넘게 늘었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지난 25일 KBS 1TV '일요진단 라이브'에 출연해 "(요금이) 몇 퍼센트 인상될 것인지는 현재 말하기 어렵고, 다음 주 중에 관계 부처 논의를 거쳐 발표할 계획이다"고 말했다. 요금 인상은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내년에는 전기·가스 요금도 오를 예정이라 아직 경제적 기반이 취약한 청년층은 직격탄을 맞는 모양새다. 전기·가스 요금이 인상되면 가공식품, 내구재, 외식 서비스 등 가격도 오르는 점을 고려하면 가계 경제에 주는 부담은 더 커진다.

이미 가공식품은 지난달 9.4%(전년 동월 대비) 올라 11월 기준 2008년 이후 14년 만에 최대 상승 폭을 기록했다.

대표적 서민음식이라 할 수 있는 자장면, 김밥 등 외식 물가 상승률도 8.6%에 달했다. 11월 기준 1991년 이후 31년 만에 가장 높은 상승률이다.

사진은 14일 서울 성동구청 희망일자리센터에서 시민이 구인정보를 살펴보고 있는 모습. 2022.12.14. myjs@newsis.com

이미 상당수 청년들은 금리인상으로 대출 부담이 높아져 허리띠를 바짝 졸라매고 있지만, 교통비까지 올라 부담은 더 커질 전망이다.

광주에서 상경해 서울 중구에서 자취를 하는 취업준비생 서모(26)씨는 "월세며 학원비며 교재비며 식비까지 들어가는 돈은 계속 커지는데 지하철이랑 전기·가스요금까지 오르면 정말 절망적인 상황"이라며 "안 그래도 교통비가 꽤 많이 나왔는데 요금이 더 오르면 허리띠를 졸라매는 것조차 힘들다"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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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안양에서 서울 동대문구 소재 대학으로 통학하는 최모(22)씨는 "부모님께 손을 벌리기도 힘든 상황이고 대학 졸업반이라 알바를 하기도 어려운데 당장 지하철 요금 100~200원만 올라도 부담은 상당할 것 같다"고 걱정했다.

제공=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