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과 애플의 숨겨진 경쟁...디자이너 영입전

삼성전자, 이일환 벤츠 디자이너 부사장으로 영입...기술 평준화에 디자인 중요성↑

홈&모바일입력 :2022/12/15 14:31    수정: 2022/12/16 12:57

전 세계 스마트폰 시장을 둘러싼 삼성과 애플의 기술 경쟁이 격화하는 가운데 소비자의 마음을 사로잡을 ‘한 끗’을 위한 디자인 경쟁도 치열하다. 양 사는 유명한 ‘디자이너’ 영입에 공을 들인다.

15일 삼성전자 등에 따르면 최근 모바일(MX) 사업부에서 이일환(휴버트 리) 메르세데스 벤츠 총괄을 부사장으로 영입했다.

이일환 디자이너. / (사진=메르세데스-벤츠 코리아)

이 총괄은 아시아인 최초 벤츠 디자이너로 유명하다. 벤츠 뉴E클래스, 럭셔리 쿠페 CLS, 벤츠 SUV 등 메르세데스-벤츠 주요 차종 디자인에 관여한 인물로 알려졌다.

이 총괄은 1973년 미국 캘리포니아주에서 태어난 한국계 미국인이다. 1993년~1996년 로드아일랜드 디자인스쿨(RISD)을 거쳐 패서디나아트스쿨에서 자동차 디자인을 전공했다. 2002년 벤츠 입사, 2010년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임명됐고, 최근까지 미국에 위치한 벤츠 어드밴스드 디자인 스튜디오를 총괄했다.

삼성전자가 자동차 브랜드 디자이너를 영입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오래 전이긴 하지만 2011년 세계 3대 자동차 디자이너로 꼽히는 크리스 뱅글 전 BMW 디자인 총괄 부사장을 영입했다.

2018년에는 투자 자회사 삼성넥스트가 BMW에서 차량 내부 디스플레이 디자인을 담당했던 데인 하워드를 디자인·제품경험 담당 글로벌 책임자(부장급)로 영입하기도 했다.

삼성전자는 2013년에는 경쟁업체 애플의 수석 디자이너였던 팀 거젤을 임원급으로 영입한 바 있다. 양 사의 디자이너 영입전은 사실 오래전부터 이어져 왔다.

삼성, 애플 로고

고유한 디자인 철학을 가진 애플 역시 산업 디자인에서 활약하는 인재를 꾸준히 데려오고 있다. 최근 애플을 떠나긴 했지만 애플의 간판 디자이너였던 조너선 아이브는 산업 디자인 분야에서 명성이 높은 마크 뉴슨을 애플에 합류시켰다.

이 밖에도 애플은 버버리 최고경영자(CEO)였던 안젤라 아렌츠, 입생로랑 CEO였던 폴드네브, 나이키의 디자인 책임자였던 벤 섀퍼 등 패션 브랜드에서 활약하던 디자이너들을 영입했었다.

2018년에는 전기차 업체 테슬라의 수석 디자이너였던 ‘앤드류 킴’을 영입해 주목받았다.

양 사가 이처럼 디자이너 영입에 적극 나서는 이유는 보다 ‘잘 팔리는 스마트폰’을 만들기 위함이라는 분석이다. 스마트폰 제조사들끼리 하드웨어 기술 수준이 엇비슷해지는 수준이 되면서 결국 경쟁력을 가르고 소비자의 마음을 사로잡을 폼팩터가 중요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가 새로운 폼팩터인 폴더블폰으로 분위기 전환을 꾀하는 것도 비슷한 맥락으로 이해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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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연말 인사에서 노태문 MX사업부문장이 디자인경영센터장을 겸직하게 된 것도 스마트폰 사업에서 '디자인'의 중요성이 크다는 것을 간접적으로 보여준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이일환 디자이너를 영입한 것은 맞다”며 자동차 디자이너를 영입한 이유에 대해서는 “오래전부터 업종 간의 경계가 허물어지며 다양한 인재를 영입해왔기 때문에 이례적인 것은 아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