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 활성화 이용자 수(MAU)는 더이상 IT 기업만의 성과 지표가 아니게 됐다. 은행업계도 MAU가 디지털 전략의 방향성을 측정하는 기준으로 삼고 있다. 은행 뱅킹 애플리케이션(앱)을 통해 플랫폼 전략을 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우리은행은 최근 국내은행으로부터 큰 관심을 받고 있다. 빠른 속도로 MAU가 늘어나서다. 지난 4월 560만이었던 우리은행 원(WON) 뱅킹 MAU는 10월말 720만명까지 6개월 새 28.6% 증가했다. 올해 목표 750만명은 무리없이 달성할 것으로 관측된다. 700만 대에 형성된 은행은 신한은행이 있고 1천만 이상을 목표로 하는 곳은 KB국민은행이다.
이 같은 성과를 주도한 우리은행 옥일진 디지털전략그룹 부행장 겸 우리금융지주 디지털부문 상무를 서울 중구 우리은행 디지털사옥에서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정확한 문제 파악·해결 체계 갖춰…MAU 협의회 열어
옥일진 부행장은 더보스톤컨설팅그룹·EY컨설팅·에이티커니 코리아서 일한 그야말로 '전략통'이다. 십 여 년간 거대한 조직들의 전략을 점검하고 더 나은 대안을 마련하는 일을 맡아왔던 인물이다.
그는 "은행에서 최고디지털책임자(CDO)라는 업무를 신설한지 얼마되진 않아 어떤 업무를 해온 사람이 잘 부합하는지 시행착오를 겪곤 있다"면서 "다양한 상황에서 문제를 빨리 파악하고 구조화해 사람들 간의 커뮤니케이션을 이끄는 전략 컨설팅이 현재 우리은행 CDO가 가졌으면 하는 역량이어서 이곳에서 일하게 됐다"고 운을 뗐다.
우리은행의 디지털 전략의 현 상태에서 옥일진 부행장은 플랫폼으로의 경쟁력을 높이는 것이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옥 부행장은 "단계별로 나눠서 기본적으로 경쟁사 만큼의 MAU를 확보하고 원 뱅킹을 이용하는 비율을 늘려야 한다고 우선적으로 목표를 잡았다"며 "원 뱅킹 중심으로 여러가지 유도 장치를 만들었고 정기적으로 MAU를 늘릴 수 있는 정기적이며 공식적으로 협의하는 'MAU협의회'를 만들었다"고 답했다.
이어 그는 "매 주 상황에 따라서 다르지만 2주에 한 번 정도 각 부서들이 MAU를 높이기 위해 필요한 안건을 논의하고 결론을 낸다"며 "마케팅이나 상품 등을 알릴 때 필요한 것들, 미진한 것들을 보완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고 귀띔했다.
전산시스템 오류, 뼈아픈 지적…기술·인력 보강中
우리은행 원 뱅킹 이용자를 늘리려는 가운데 시스템 오류로 인한 서비스 '먹통'은 고객 이탈을 부추기는 요인이다. 옥일진 부행장도 이 부분을 뼈아프게 받아들였다.
옥 부행장은 "IT 부서에서도 다시 그런 일이 없도록 원인을 정확히 더 좀 파악하고 있으며 하드웨어적인 문제일 수도 있고 IT 인프라 운영의 문제일 수도 있어서 원인을 상세히 알아보는 중"이라며 "단기적으로 서버를 증설하는 등의 대안도 있겠지만 근본적으로 사고가 없도록 대응 중"이라고 말했다.
또 장기적으로 기술과 인력 보강도 투트랙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언급했다. 그는 "MAU는 단기적으로 가야 하는 부분이지만 업무할 때 필요한 빅데이터 등은 기술 투자는 물론이고 IT쪽이 같이 받쳐줘야 한다"며 "데이터 사이언티스트나 인공지능(AI) 전문가와 같은 인력의 역량이 중요하기 때문에 어떤 역량의 인물이 어떻게 필요한 지의 구체적인 계획을 잡는데 집중했다"고 부연했다.
패스트 팔로워에서 퍼스트 무버로 전략 수정
옥일진 부행장은 우리은행 디지털 전략을 '패스트 팔로워(Fast follower)'에서 '퍼스트 무버(First mover)'로 세웠다. 기존 은행과는 차별화한 인공지능(AI) 뱅커를 일례로 들었다.
옥 부행장은 "디지털 휴먼이라고 하는 비주얼을 만드는 건 쉬운데 AI뱅커를 진짜 활용하기 위해선 금융 언어 모델이 제대로 고도화돼야 한다"며 "의미를 이해하고 스스로 발화할 수 있어야 하는데 이를 위해 우리은행은 협력업체와 컴퓨팅 파워가 높은 알고리즘을 기반으로 모델을 개발 중"이라고 설명했다.
이밖에 옥일진 부행장은 현재 원 뱅킹을 우리금융지주 계열사들의 모든 금융 서비스를 누릴 수 있는 '유니버설 뱅킹'도 그리고 있다. 그는 "모든 계열사가 전담반을 꾸려서 방향을 정하고 현재 구축 준비 작업에 들어갔다"며 "1년 반 여정으로 2024년 상반기 정도로 보고 있고 '금융 종합금융 솔루션'을 제시하는 플랫폼으로 거듭날 것"이라고 말했다.
그룹 차원서는 은행에 비해 규모가 작은 계열사에 효과적으로 전파할 수 있을지, 통합적인 시너지를 낼 수 있는지를 검토 중이다. 옥일진 부행장은 "데이터와 관련 인프라를 강화해야 겠다"며 "유니버설 뱅킹으로 가는 길목서 중요한 데이터 수집, 분류 기술을 상향 평준화하는 것은 중요한 문제이기 때문에 데이터 관련 조직 개편도 단행했다"고 덧붙였다.
은행의 디지털 전략, 놓치지 말아야 할 건 '고객 관점'
수많은 은행들이 디지털 채널을 중요하게 여기고 있다. 잘못된 디지털 전략으로 가다간 디지털이 우선인 고객과의 접점을 잃을 수도 있다는 위기감도 큰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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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일진 부행장은 "궁극적으로는 영리회사인 만큼 수익 창출이 목표겠지만, 그걸 위해 디지털을 하는 것이고 디지털에서 놓치지 말아야 할 부분은 고객 관점"이라고 짚었다. 이어 그는 "디지털이라는 거는 고객이 워낙 방대하기 때문에 고객 관점에서 바라보지 않으면 수 많은 대체재로 갈 수 있다"며 "고객이 원하는 서비스가 가장 편하게 제공돼야 결국 수익으로 이어지기 때문에 이를 놓쳐선 안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관습적으로나 아니면 조직의 논리에 따라서 되게 공급자 중심으로 생각이 자꾸 쉽게 간다"며 "내가 만들고 싶은것, 아니면 만들기 쉬운 것을 하면 리스크가 없어지는데 이게 고객 관점을 벗어난 것이라 CDO가 이를 제고하는 것도 중요한 역할일 것"이라고 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