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계 파운드리 업계가 지난 2년간 팹 가동률 100%를 기록하며 호황기를 누리다가 올 하반기부터 가동률 80% 이하를 기록하며 불황기를 겪고 있다. 일부 파운드리 업체는 올 4분기 가동률이 55%까지 떨어진다는 전망도 나왔다. 그동안 반도체 공급부족(숏티지)로 주문량이 밀리고, 파운드리 가격이 인상되던 상황과 대비된다.
12일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파운드리 상위 10개 업체의 팹 가동률이 코로나19 특수로 풀가동(100%)을 기록하다가 지난 3분기에 80% 중반으로 감소했다. 올 4분기 파운드리 평균 가동률은 70%대로 더 줄어들 전망이다.
미국 글로벌파운드리는 지난 3분기 팹 가동률이 90%로 떨어졌으며, 4분기에 더 하락할 전망이다. 글로벌파운드리는 8인치 웨이퍼 팹에 대한 장기 계약을 충분히 확보하지 못한 것으로 파악된다.
대만 UMC 또한 최근 고객사의 주문 취소로 가동률이 줄어들고 있다. 지난달 3분기 실적발표에서 제이슨 왕 UMC 대표는 "급등하는 인플레이션, 금리 인상으로 소비자와 기업이 지출을 축소하면서 칩 수요가 몇 개월 동안 급감했다"며 "4분기에도 인플레이션, 우크라이나 전쟁 여파로 수요 약세가 지속돼 역풍을 맞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그나마 UMC는 28나노미터 공정을 새롭게 구축하면서 주문량 감소에 대한 매출 감소에 대응한 것으로 전해졌다.
중국 화홍 그룹의 자회사 HLMC의 4분기 팹 가동률은 8인치 60~65%, 12인치 70~75%로 줄었다. 가전제품용 마이크로컨트롤러유닛(MCU), 와이파이, CMOS 이미지센서(CIS) 등을 생산하는 55나노 노드의 가동률 감소 폭이 가장 심각하다. 보고서는 "최근 HLMC의 고객사들이 드라이버구동칩(DDI), 기타 로직 칩의 주문을 추가로 줄이는 것을 검토 중인 가운데 가동률 감소가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넥스트칩의 팹 가동률은 감소폭이 가장 심각하다. 넥스트칩은 3분기 80~85%로 감소한데 이어 4분기에 50~55%까지 떨어질 전망이다. 고객사인 노바텍, 라이트텍 등이 DDI 재고 증가에 따른 압박으로 주문량을 하향 조정했다. 그 밖에 VIS의 팹 또한 4분기 가동률이 70%로 줄어들 전망이다.
파운드리 점유율 1위 업체인 대만 TSMC 마저 지난 3분기에 가동률이 10% 급격히 줄어들며 90%를 기록 중이다. 지난달 대만경제일보 등은 TSMC의 3분기 고객사 주문량이 올 초보다 40~50% 줄었다고 보도한 바 있다.
국내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국내 파운드리 업체인 삼성전자, DB하이텍, 키파운드리 등의 4분기 팹 가동률도 올 초와 비교해 감소했다"고 말했다.
파운드리 가동률 감소는 가전제품용 반도체를 생산하는 8인치 팹이 가장 심각한 것으로 관측된다. 지난 2020년부터 코로나19 특수로 수요가 폭증했던 가전, IT 제품이 올해 글로벌 경기 침체를 겪으면서 수요가 급격히 줄어든 탓이다. 가전제품 수요와 재고가 늘어나면 반도체 생산 또한 줄어들 수 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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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계에 따르면 최근 스마트폰, TV, 태블릿, PC 노트북 등 세트 제품의 재고는 6개월 수준이다. 3분기 반도체 업체의 연간 누적 재고량은 지난 1분기와 비교해 50% 이상 증가한 것으로 집계된다.
트렌드포스는 반도체 생산량 감소로 글로벌 상위 10대 파운드리 업체의 4분기 매출은 3분기(352억1천만 달러) 보다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