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인치 파운드리 업체들이 내년 칩 위탁생산 가격을 동결 또는 일부 공정에 대해 인하를 결정했다. 지난 2년간 반도체 수요 증가와 팹 공급 부족으로 파운드리 가격을 지속 인상해 오다가 가격 인하를 결정한 상황이어서 주목된다.
28일 반도체 업계에 따르면 DB하이텍, 키파운드리, 삼성전자 등 국내 파운드리 업체와 UMC 등 대만 파운드리 업체들이 내년 위탁생산 서비스 가격을 일부 동결했으며, 일부 레거시 공정에 대해서는 인하를 결정했다. 이들 업체는 8인치 파운드리 팹을 운영한다.
반도체 관계자는 "예전보다 반도체 팹에 여유가 생기면서 일부 8인치 파운드리 팹에서 가격을 동결하거나 인하해주고 있다"라며 "다만, 전력반도체 등을 생산하는 BCD 공정은 여전히 캐파가 부족한 편이고, 분야마다 조금씩 상황이 다르다"고 말했다.
또 다른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올 여름에만 하더라도 파운드리 업계는 내년 가격 인상을 계획했지만, 하반기에 들어서면서 내년 가격 동결을 결정했다"며 "작년에는 캐파가 풀 가동이었으나 요새 여유가 조금 생겼고, 주문이 줄자 가격 인상은 거의 불가능해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반도체 설비는 매달 운영비용이 들기 때문에 파운드리 업체 입장에서 가격을 인하 또는 동결하더라도 가동률을 높이는 것이 효율적이다"고 설명했다.
다만, 14나노 공정 이하의 공정은 여전히 비싸다. 특히 TSMC는 7나노 이하 공정은 여전히 내년에 한 자릿수 퍼센트(%)로 가격 인상을 단행할 것으로 알려져 있다.
최근 글로벌 소비 시장 침체로 스마트폰, 노트북, TV 등 세트 제품의 수요가 줄어들자 시스템반도체 수요 또한 감소하기 시작했다. 고객사의 주문이 취소되자 반도체 공급 업체들은 칩 생산 축소에 나서면서 파운드리 위탁생산량을 줄이기 시작했다. 지난 2년간 반도체 팹 부족으로 파운드리 가격이 인상되고, 1년 이상의 리드타임(주문하고 납기까지 기간)을 기록하던 상황과 대비된다.
앞서 TSMC는 지난해 8월 최신 공정 가격을 7~9% 인상, 레거시 공정 가격을 최대 20% 인상한 바 있다. UMC도 지난해 파운드리 가격 20% 인상에 이어 올 1월부터 8~12% 인상했으며, 삼성전자와 DB하이텍 또한 가격을 인상해 왔다.
하지만, 올해 2분기에 들어서면서 파운드리 수요가 줄어들기 시작했다. 지난달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지난 2년간 100%였던 8인치 팹 가동률은 올 하반기부터 90~95%로 줄었고, 일부 소비자용 IT 제품 칩을 생산하는 팹은 90% 이하로 떨어졌다. 12인치 팹 가동률도 하반기에 95%로 내려갔다. 시장조사업체 가트너도 전세계 파운드리 평균 가동률이 지난해 3분기 99.2%에서 올 4분기 86%대로 내려갈 것으로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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칩 수요가 줄자 파운드리 업계는 결국 시설투자 계획을 축소했다. 지난 3분기 실적발표에서 TSMC는 올해 시설투자 규모를 연초에 400억~440억달러(약 56조~62조원)를 계획했지만, 10% 이상 하향 조정했다고 밝혔다. UMC도 올해 계획된 시설투자 규모를 36억달러에서 30억달러(4조2천억원)로 낮춘다고 발표했다.
아울러 이달 초 미국의 글로벌파운드리는 고용 동결과 감원을 직원들에게 통보했다. 이와 관련해 토머스 콜필드 GF 최고경영자(CEO)는 "내년 상반기 예약 물량을 줄여 달라는 고객들의 요청이 잇따르고 있다"며 "2억달러(약 2천600억원)를 규모 비용을 절감하기 위해 대책을 마련 중"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