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vs TSMC, 美서 파운드리 경쟁...고객사 확보 승부수

[이슈진단+] 글로벌 반도체 업계 미국에 파운드리 첨단시설 투자 경쟁

반도체ㆍ디스플레이입력 :2022/12/07 17:11    수정: 2022/12/08 17:09

대만 TSMC와 한국의 삼성전자가 미국에 최첨단 파운드리 공장(팹)을 건설하며 경쟁에 돌입한다. 파운드리 시장에서 굵직한 고객사가 미국 업체인 만큼, 양사는 현지에서 칩을 생산해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전략이다.

최근 TSMC는 미국 신규 팹에서 애플, AMD 등 주요 고객사를 확보한 것을 공식화하며 시장 선점에 나선 모양새다. 반도체 업계에서는 삼성전자가 첨단 공정 시설을 구축하고 주요 고객사를 확보하는 것에 승부가 달렸다고 조언한다.

조 바이든(가운데) 미국 대통령이 6일(현지시간) 애리조나주 피닉스에 있는 대만 반도체 제조회사 TSMC 공장 건설 현장을 방문해 마크 리우(오른쪽) 회장의 설명을 듣고 있다. (사진=뉴시스, AP)

■ TSMC, 애플·엔비디아 대형 고객사 확보...경쟁 우위 선점하나

TSMC는 미국 신규 팹에서 애플, AMD, 엔비디아 등 든든한 고객사를 확보하면서 삼성전자보다 유리한 출발선에 섰다. 고객사가 주문한 칩을 위탁생산하는 사업인 파운드리는 고객사 확보가 무엇보다 중요하기 때문이다.

이에 힘입어 TSMC는 미국 내 파운드리 투자를 기존보다 3배 확대해 애리조나 공장에 총 400억달러(약 52조원)를 투자한다. TSMC는 지난 6일(현지시간) 애리조나주 피닉스 1공장 장비 반입식에서 반도체 투자를 늘리고 애리조나주에 2공장을 추가 설립하겠다고 밝혔다.

120억달러가 투입된 1공장은 2023년 연말부터 4나노미터, 5나노미터 공정으로 월 2만장 규모로 양산할 계획이다. 당초 1공장은 5나노미터 공정으로 생산할 계획이었으나 애플, AMD, 엔비디아 등의 고객사 요청에 따라 4나노미터 공정 기반 생산으로 계획을 변경했다. 2공장은 3나노 공정으로 칩을 생산하며, 2026년 가동을 목표로 한다.

경제 매체 CNBC는 "TSMC 애리조나 공장이 완전히 가동될 경우 연간 60만장 웨이퍼를 생산하면서 내 수요를 거의 감당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이날 TSMC 1공장 장비 반입식에는 조 바이든 대통령,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 젠슨 황 엔비디아 CEO, 리사수 엔비디아 CEO 등 업계 거물들이 참석해 힘을 실어줬다. 착공식이 아닌 장비 반입식에 대통령과 고객사가 참석하는 것은 이례적이다.

특히 애플의 팀쿡 CEO는 "TSMC에서 만든 칩에 '메이드 인 아메리카(Made in America)'가 찍히게 됐다"라며 "앞으로 애플은 TSMC의 애리조나 공장에서 만든 반도체만 사용할 것"이라고 공식화했다. 그동안 아이폰, 아이패드 등에 들어가는 반도체를 TSMC 대만 공장에서 생산해 왔는데, 앞으로는 미국산 반도체로 대체하겠다는 의미다. TSMC는 대형 고객사를 확보하면서 자신감이 생겼다.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가 TSMC의 미국 애리조나주 피닉스 공장 기공식에 참석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연설을 듣고 있다. (사진=뉴시스, AP)

■ 삼성전자, 기술 향상 중요…미국 신규 팹 고객사 확보가 관점

삼성전자도 현재 미국 텍사스주 테일러시에 총 170억달러(약 22조원)를 투자해 파운드리 2공장을 짓고 있으며, 2024년 하반기부터 양산을 목표로 하고 있다. 다만 삼성전자의 신규 파운드리 공장은 TSMC와 달리 지금까지 고객사의 생산 계획이 발표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아쉬움이 따른다.

반도체 업계에서는 삼성전자가 미국에서 TSMC와 경쟁해 주요 고객사를 확보하기 위해서는 5나노 이하의 첨단 공정의 생산시설을 구축해 맞대응이 필요하다는 의견이다.

김지훈 이화여자대학교 전자전기공학 교수는 "TSMC의 애리조나 팹은 애플이란 대형 고객사를 확보하면서 초미세 공정 생산시설 구축으로 변경했듯이 삼성전자 또한 테일러 팹에 초미세 공정을 구축하는 것이 고객사 확보에 유리할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미국은 대형 팹리스 업체들이 많은 만큼 초미세 공정 수요가 많은 시장이다"고 덧붙였다.

삼성전자는 2025년 2나노, 2027년 1.4나노 등의 미세공정 반도체를 국내 평택 캠퍼스에서 생산하고, 테일러 팹에서도 첨단 공정으로 생산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삼성전자는 퀄컴, IBM, AWS 등을 고객사로 확보하고 있기에 이들 업체의 칩을 미국 팹에서 생산할 가능성도 열려 있다.

삼성전자는 170억달러를 투자한 미국 테일러 반도체공장을 올 상반기 착공해 2024년 하반기에 가동할 예정이다. (왼쪽부터) 존 코닌 상원의원, 그랙 애벗 텍사스 주지사, 김기남 삼성전자 부회장(사진=삼성전자)

삼성전자가 TSMC와 경쟁을 위해서는 파운드리 기술을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도 따른다. 

김형준 차세대지능형반도체사업단장은 "삼성전자가 대형 고객사를 유지하거나 확보하려면 수율(완성품 중 양품 비율)과 발열 두 가지 문제를 기술적으로 해결하는 것이 중요하다"라며 "기술을 확보해야 신규 고객사 확보도 가능해질 것"이란 의견이다.

삼성전자도 이 문제를 의식한 듯 지난 9월 기관투자자 설명회에서 "4~5나노미터 공정에서는 TSMC와 비교할 때 뒤처졌지만 3나노만큼은 중요한 '게임 체인저(시장 판도를 뒤집을 결정적 무기)'가 될 것으로 믿는다"라며 강조한 바 있다.

한편, TSMC와 삼성전자의 미국 내 팹 투자는 미국 정부가 중국을 견제하고 자국에서 반도체 조달력을 높인다는 계획과 맞닿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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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경쟁이 '국가 경제안보'로 부상하면서 미국은 아시아의 의존도를 줄이고 자국에서 반도체 생산력을 높이기 위한 정책을 펼치고 있다. 조 바이든 대통령이 지난 8월 서명한 '반도체 칩과 과학법(반도체법)'에는 미국의 반도체 산업을 위해 2천800억달러(366조원)를 투자하고, 527억달러(약 69조원)의 대출, 보조금 및 기타 인센티브와 미국내 반도체 제조에 대한 투자를 장려하기 위한 수십억 달러의 세금 공제 내용이 포함된다.

삼성전자와 TSMC는 미국 신규 팹 또한 미국 정부의 세금 혜택 지원을 받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