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예의 동시대적 존재 이유와 의미...일상 용품 담았다

[전시리뷰] 공예의 대중화‧산업화‧세계화... 제17회 '2022 공예트렌드페어'

디지털경제입력 :2022/12/12 11:48    수정: 2022/12/12 11:49

"말없이 작업에만 몰두하는 공예가의 모습처럼 미술 또는 디자인에 비해 유독 그에 담긴 의미와 가치에 대한 자기 설명이 부재한 공예를 대신하여 이번 공예트렌드페어가 다양한 담론들이 이루어지는 장이 되어줄 수 있음에 기쁜 마음이 듭니다. 공예의 내면에는 오랜 시간에 걸쳐 쌓아온 다양한 가치관과 고유의 속성들이 흐르고 있으며, 현실이 직면하고 있는 문제에 대한 답을 우리에게 꾸준히 제안해왔습니다. 공예가들은 전통을 계승하고, 손으로 만들어내는 인간적 감성을 전달하며, 지속 가능한 신소재나 기술을 사용해 새로운 쓰임을 만드는 데 기여하고 있습니다."

지난 8일 양태오 총감독의 박람회 준비 소회다. 12.8~11일 코엑스에서 열린 2022 공예트렌드페어의 열기가 공예작가, 갤러리, 공방, 기관 등 330여 개사가 참여한 가운데 어느 해보다도 뜨거웠다.

공예트렌드페어는 그간 회를 거듭해오며, 공예의 산업적, 예술적 가치 확장을 통해 공예 비즈니스를 선도하는 대표적인 공예 전문 박람회로 꾸준히 성장해왔다. 공예는 실용적인 물건에 장식적인 가치를 부여함으로써 본래의 가치를 높이려 하는 미술이다. 완성된 작품뿐만 아니라 디자인을 구상하고 재료를 고르고 만들어내는 행위까지 공예의 과정은 모두 예술의 영역에 포함된다.

주제관 섹션 1. 지역성과 전통의 재해석을 통한 문화적 다양성의 대안인 공예

공예트렌드페어는 국내 최대의 공예 축제이자 공예산업 전시로 소비자와 공예가를 잇는 교류의 장이다. 올해 17회를 맞은 박람회는 획일화된 일상, 인간성 상실, 자연과 환경 파괴라는 키워드로 사회문제를 다뤘다. 동시대를 사는 공예가들의 다양한 시선, 공예적 과정과 결과물로 그 대답을 제시했다. 방문객 스스로가 자신만의 답을 모색해보도록 했다. 코엑스 C홀을 주제관, 갤러리관, 브랜드관, 창작공방관, 대학관, KCDF 사업관 등 다양한 전시관으로 구성됐으며, 한복상점(청담채 한복나라, 사임당 by 이혜미 등)과 한지 분야 육성 프로젝트도 만날 수 있었다.

주제관에서는 '현실의 질문, 공예의 대답'을 주제로 현대사회가 직면한 여러 문제에 대해 답을 찾아가는 공예의 모습을 보여줬고 공예의 동시대적 존재 이유와 의미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했다. 전통을 창조적으로 계승하고 손으로 만들어 인간적 감성을 전달하며 지속 가능한 신소재나 기술을 사용해 새로운 쓰임을 만드는 데 이바지하는 공예의 역할에 대해서 탐색하도록 했다.

갤러리관 중 국립무형유산원&한국문화재재단 전시

올해 박람회에서는 온라인 사전 전시와 해외홍보, 실시간 구매, 전문 도슨트 안내(구병준 PPS 대표, 조혜영 한국조형디자인협회 이사장, 전은경 디자인저널리스트 등), 신진작가 발굴 등 연계 프로그램을 확대한 것이 눈에 띄었다. 현장에 방문하지 못하는 국내외 관람객들이 즐길 수 있도록 주제관은 온라인 뷰잉룸으로도 구현했다. 거듭되는 고민과 손길, 시간이 쌓여 이루어지는 아름다운 공예 작품들을 통해 통찰의 기회와 삶의 기품을 더한 시간이었다. 무엇보다 이번 박람회에서는 공예작품 유통 지원이 강화된 점이 두드러졌다. 행사 첫날인 8일을 '비즈니스데이'로 지정, 사전 등록한 국내외 구매자, 기업 등을 초청해 기업 간(B2B), 기업과 소비자 간(B2C) 거래 활성화를 도모했다.

이채로운 부스도 있었다. 미얀마의 전통 재료와 한국공예가 컬래보레이션한 작품을 전시한 '띤.띵' 부스다. '띤.띵'은 컴퍼니안과 미얀마 빤따노 지역 돗자리협동조합의 공동브랜드다. 안태정 디렉터는 "미얀마와 한국의 공예가 협업하고, 기술은 물론 디자인, 브랜딩, 홍보마케팅 등 지식을 전수함으로써 유례없는 공예마을을 구축한다는 의미가 담겨 있다"고 설명했다.

컴퍼니안의 '띤.띵'

갤러리관에는 국가무형문화재 전승자들이 제작한 다채로운 전승공예품들도 전시됐다. 문화재청 국립무형유산원과 한국문화재재단은 전승공예 활성화의 징검다리로 '전승공예품 디자인 협업', '전승공예품 인증제', '이수자지원' 사업의 2022년도 결과물 총 180여 점을 공개했다.

전통공예의 아름다움을 현대적 디자인으로 어우러지게 하는 '전승공예품 디자인 협업'은 2개 그룹으로 나눠 진행했다. A그룹은 유기장, 침선장, 화각장 이수자가 각 종목에 맞는 상품을 개발하는 동시에 통합적으로 어우러지는 세트 상품을 기획했다. 무형문화재 기반의 유기 수저 세트와 컵(이지호), 화각 수저받침(이종민), 침선 식탁보(안혜선)를 전시했다. B그룹은 국가무형문화재 공예 종목 전승자와 디자이너가 1대 1로 매칭된 8개 팀이 전통공예를 신선한 시각으로 해석했다. '침선 조명 시리즈'(구혜자), '색동 딸기술 목걸이 및 선추 장식걸이'(박선경), 황동 망 위에 전통 자수기법으로 들꽃과 곤충이 수놓아진 '가든파티'(김영이) 등이 탄생했다.

주제관 섹션 3. 지속가능한 소재와 기술을 통한 자연과 인간 사이의 균형을 모색하는 공예

김은영 한국문화재재단 공예진흥팀장은 "전승공예품 디자인 협업 사업은 전승자들의 공예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상품을 개발, 전통공예가 대중에게 더욱더 친숙하게 접근할 수 있도록 기반을 마련하고, 활발한 공예 유통을 촉진한다"며 "한국무형문화재진흥센터가 플랫폼이 돼 전통공예의 명맥을 이어가고 있는 전승자와 현대적 감각을 갖춘 디자이너 간의 상호 협력을 이끌어 서로 다른 분야에 대한 이해도를 높였다"고 말했다. 이어 "전승공예품 인증제의 결과물로 의례용 교의를 모티브로 제작된 상품 등 30점을 출품해 전승자들의 높은 품질을 인증해 소비자 공신력을 강화했다"고 전했다.

공예는 물건을 만드는 기술에 관한 재주이자 기능과 장식의 양면을 조화시켜 일상생활에 필요한 물건을 만드는 일이다. 모든 일상 용품이 공예의 소재인 셈이다. 공예의 세계는 무한한 창조적 시장이다. 공예는 손의 가치와 인간의 감성, 자연의 물성을 통해 현대인에게 필요한 쉼을 선사하며, 대량생산으로 획일화된 우리 삶에 다채로움과 품격을 더해준다. 공예트렌드페어가 계속돼야 할 가장 큰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문화체육관광부 주최, 한국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 주관 2022공예트렌드페어

지금이야말로 공예를 K-컬처로 확산할 적기다. 세계적 한류스타 BTS의 리더 RM은 소문난 달항아리 애호가다. 넷플릭스 '킹덤' 시리즈에서는 조선시대 갓이 힙한 전통 공예품으로 재조명되기도 했다. 공예한류와 함께 문화경제를 높이는 해외 마케팅의 시간이다. 지금 한국문화는 세계적인 갈채를 받고 있다. 공예 또한 빼어난 독창성과 우수성을 인정받으며 문화교류 기회가 확대되고 있다.

관련기사

공예는 우리 생활의 모든 것들을 제작해낸다. 테이블웨어‧주방용품, 가구‧조명, 오브제‧데코레이션, 패션‧장신구, 생활용품‧사무용품까지도. 아무리 메타버스의 시대라고 할지라도 인간은 손으로 직접 만든 것을 통해서 본질적 진정성을 찾는다. 공예품을 사용한다는 것은 산업‧경제에 힘을 보태는 우리의 손쉬운 실천 방법이다.

글=이창근 칼럼니스트·예술경영학박사.